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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말을 한다, 그림이, 말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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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6-10 17:37 조회 7,623회 댓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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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J군에게,
오랜만에 소식을 전하는구나. 초등 선생님들과 그림책을 공부하고 있다고 언젠가 네게 말했었지. 그러자 너는 내게 그림책을 좀 소개해달라고 했지. 그때부터 마음속에 짐을 지게 되었단다. 소설가의 길을 걷고 있는 제자에게 어떤 그림책을 소개해야 그림책을 공부하고 있는 내 체면이 설까(?) 하는 것이었지. 그러다 소박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2006년부터 그림책을 공부하면서 내가 만나고 좋아했던 그림책을 중심으로 소개해도 그림책의 세계를 좀 맛보일 수 있을 거라는 오기를 부려보기로 했단다.

오늘 소개하려는 데이비드 위즈너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상상력도 자극하는 작가지. 또 상복도 많은 작가란다.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데콧 상1)을 세 번 수상한 작가는 단 두 명뿐인데 그중 한 명이야. 칼데콧 상만 세 번2) 칼데콧 영예상은 두 번 수상했으니, 칼데콧 역사와 가장 인연 깊은 작가라 할 수 있지.


1) 미국도서관협회(ALA: American Library Association) 산하 어린이도서관협회(ALSC: Association for Library Service to Children)에서 매년 여름에 수여하는 상. 미국에서 그 전 해에 가장 뛰어난 그림책을 펴낸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주는 상으로, 19세기 후반에 활약한 영국 그림책 작가 랜돌프 칼데콧(Randolph Caldecott, 1846-1886)을 기념하여 이름 붙이고 1938년부터 수여하고 있다. 랜돌프 칼데콧은 그림과 글이 기막힌 조화를 이루는 그림책을 창조했으며 글은 생략되고 그림이 말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 『이상한 화요일(1992)』, 『아기돼지 세 마리(2002)』, 『시간 상자(2007)』

콧 역사와 가장 인연 깊은 작가라 할 수 있지.
오늘 소개하려는 그림책은 『시간 상자』란다. 글 없이 그림으로만 되어 있는 그림책이지. 원제는 바닷속에 떠다니는 조난선의 부유물을 뜻하는 ‘Flotsam’이야. 이 책에 등장하는 유일한 단어란다. 나머지는 모두 그림뿐이고. 제목을 부유물로 번역하지 않고 ‘시간 상자’로 한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중국에서는 2009년에 출판되었는데 ‘해저의 비밀海底的秘密’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단다. 곧이곧대로의 싱거운 번역이지.

세 나라에서 사용된 그림책 제목으로 그림책을 소개해볼까. 작가가 쓴 ‘난파선의 부유물’은 난파선에서나 나옴직한 물건들이 이 책에 가득한 이유를 설명해주지. 또 중국판 ‘해저의 비밀’은 파도에 휩쓸리며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수중카메라가 담은 놀라운 사진들-태엽으로 헤엄치는 물고기, 단란한 저녁 시간을 보내는 수중 문어가족, 복어기구를 타고 여행하는 물고기들, 엄청난 소라성을 등에 지고 헤엄치는 바다거북이들, 해마와 우주인들의 신비한 조우, 향유고래를 멸치 정도로 보이게 하는 엄청난 크기의 불가사리가 섬을 지고 옮겨 다니는 모습-을 설명해주지.

‘시간 상자’라는 제목은 수중카메라의 눈으로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 주인공이 파도에 떠밀려온 수중카메라의 사진들을 맨눈에서, 돋보기,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보는 장면이 컬러에서 흑백으로의 기나긴 시간여행을 보여준다. 카메라를 통한 시간여행 속에서 신비로운 바다의 풍경과 전 세계 어린이들의 손을 거치면서 이 사진기의 소유자인 모자 쓴 소년의 해변가 풍경이 반기며 다가온다. 단 한 대의 사진기를 통해 바닷속 신비의 세계와 과거와 현재의 어린이를 만나게 하는 그의 창의적 발상은 그림책 장르와 참으로 잘 호흡한다.



위즈너는 자신의 상상력과 창의력의 기원을 아래와 같이 설명한 적이 있다. 첫째, 대상의 크기를 변형시킴으로써(크게 하거나 오히려 작게 그림으로써) 판타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고 둘째, 듀러, 다빈치, 브뢰겔 그림의 풍경 배경을 주목하여 관찰했으며 셋째, 막스 에른스트, 마그리트, 달리 등의 초현실주의 미술로부터 세례를 받았다는 것이다. 영향 관계로부터 진정 자유로운 작가는 없겠지만 그는 그림책 영역에서 새로운 시원始原이 되었다고 할 수 있지.

막스 에른스트의 “창의력이란 약속의 땅을 되찾기 위한 성전聖戰이다”라는 금언대로 그림책을 통해 충실한 성전을 치르고 있는 위즈너는 ‘꿈같은 상상력이 넘치는 말없는 그림책 작가’로 불릴 것이다. 네게도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당대의 작가가 있듯이, 위즈너는 나에게 다음 그림책을 기대하게 하는 작가란다. 2010년에 나온 『아트 & 맥스』도 함께 읽어보면 너도 그의 다음 작업을 기대하게 될 거야. 그럼 다음에 새로운 그림책을 가지고 또 연락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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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라오스님의 댓글

profile_image no_profile 짱라오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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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말을 한다, 그림이, 말을 건다
 
<학교도서관저널 , 2012년 03월호> 12-06-1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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