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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꿈꾸는 작가, 그러나 현실에 발 디디고 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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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1-11-05 14:55 조회 9,88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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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람이 매서운 날 『짜장면 불어요!』의 작가 이현을 만났다. 작가가 되기 전에는 만화책 대여점도 했다고 하던데 어쩐지 만화 캐릭터와 닮은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작가 이현은 마흔을 넘긴 아줌마가 분명한데도 아이들과 말이 잘 통할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문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작가

오시은 어린 시절에 어떤 아이였을지 궁금합니다.

이 현 초등학교 때는 많이 놀았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불만이 많았죠. 사람들은 종종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던데, 저는 대학교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오시은 성장 과정이나 어떤 시기에 겪었던 일 중 꼭 글로 풀고 싶은 것이 있으세요?

이 현 네. 있어요.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학교에 열심히 오는 편이어서 선생님들이 저를 유리한 쪽으로 차별해 주었어요. 그런데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저를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대해 주었죠.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나중엔 선생님이 옳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지금 조금 더 괜찮은 인간이 되어 있는 거라면 그 선생님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때 일을 언젠간 써 보려고요.

오시은 동화도 쓰고 청소년소설도 쓰시는데 그 둘의 차이가 어디에 있다고 보세요? 어떤 쪽을 더 편하게 쓰시는지도 궁금하네요.

이 현 청소년소설이 쓰기는 더 편해요. 청소년소설 쓰다 동화를 쓰려고 하면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거든요. 동화는 문장부터 가독성까지 모든 면을 의식하지 않을수 없어요. 그리고 장르에 대해서는 아동문학에서 독자층을 확대하는 의미로 청소년소설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쓰는 범주 안에서 동화와 청소년소설은 많이 다르지 않아요.

오시은 그런데 소설로 데뷔를 하셨어요. 그 뒤에 동화나 청소년소설을 쓰고 계신데, 어떤 이유가 있나요?

이 현 제 문학관이 조금 촌스러워요. 저는 아직도 문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 문학을 통해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거 자체가 어떤 방식으로든 세상을 나아지게 할 거라는 믿음이죠.

오시은 글은 주로 언제 쓰세요?

이 현 저는 글을 쓰고 있는 게 재밌어요. 그래서 특별한 일 없으면 그냥 써요. 장편을 쓸 때는 아침부터 오후까지 시간을 정해 놓고 출퇴근하는 기분으로 꼬박꼬박 쓰고요. 제가 볼 때 산문은 막노동에 가까운 거 같아요.

오시은 막노동 맞는 거 같네요. 그만큼 창작의 고통이 크다는 것일 수 있는데, 작가가 된 것에 후회한 적은 없으세요?



이 현 작가가 된 사람들을 보면 다른 일 해서는 밥 벌어먹기 힘들겠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무척 많아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후회한 적은 없어요.

오시은 그럼 작가로 살아가는 데 롤모델이 되는 사람은 있으세요?

이 현 제가 좀 건방진 면이 있어서 그런 사람은 없어요. 다들 나름대로 기준이 있을 테고, 그런 의미에서 저의 롤모델은 저예요.

다양한 틀 안에 재기 발랄하게 녹여낸 주제의식

오시은 작품들을 보면 재밌게 읽히는 특징이 있어요. 아마도 작가 자신이 즐겁게 작업하기 때문인가 봐요.

이 현 나름 애는 쓰죠. 요즘 인터넷 소설이나 드라마, 만화 보면 정말 재밌잖아요. 제가 봐도 그런 것들이 훨씬 재밌어요. 그러니 아이들이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겠다는 의식을 하지 않을 수 없어요.

오시은 『우리들의 스캔들』 얘기를 좀 해 볼게요. 이 작품에는 학교 폭력 이야기가 나와요. 실제로 학교 현장이 그렇다고 보시는 건가요?

이 현 그 작품을 읽은 중학교 아이들을 만나면 반응이 정말 극단적이에요. 어떤 아이들은 왜 이렇게 나쁘게 그렸냐고 하고 또 다른 아이들은 너무 미화한 거 아니냐고 그래요. 스펙트럼이 정말 다양한데 저는 학교의 권력관계 구도가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사와 학생은 권력관계와 상하 관계에 놓여 있죠. 저는 그런 관계가 작동하는 것 때문에 아이들이 억압을 느끼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오시은 이 작품에는 사이버 폭력에 관한 이야기도 나와요. 닉네임을 통한 공격성은 실제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들인데요. 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현 저는 익명이 가진 문제가 실명화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마음이죠. 오프라인에서 받은 억압과 인간관계의 왜곡된 방식이 사이버 공간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거예요. 현실에서 사람들이 서로 존중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인터넷에서 가능할 수 있겠어요.

오시은 결국 사이버 공간의 문제는 사람들이 점점 개인화되어 가는 경향 때문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겠군요. 어쨌거나 사회는 아주 빠르게 변하는 것 같은데 유독 학교는 변하지 않고 있어요. 작품들에 드러나는 문제의식을 보면 이런 고민도 해 보셨을 것 같은데요.

이 현 흔히 말해 학교는 사회화된 인간을 재생산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그런 사고방식으로 접근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왜 항상 아이들이 뭔가를 배워서 더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아이들이 크면 조금 바뀌지 않을까 싶네요.

오시은 『우리들의 스캔들』에 기성세대의 대표 인물인 럭셔리 장이 나와요. 심각한 교권 우선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인데 기성세대에게 희망을 걸 수는 없나요?

이 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 자신을 포함해서 회의적이에요. 하지만 노력은 해야죠. 누구나 지금이 가장 나쁘다고 하지만 길게 보면 지구의 역사에서 인류의 역사는 얼마 되지 않고, 그 중에서도 현대의 역사는 점도 안될 만큼 짧은 시기죠. 그러니 이걸 가지고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하는 것도 오만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오시은 『우리들의 스캔들』에는 추리 기법도 사용했어요. 처음부터 의도한 건가요?

이 현 네. 저는 아이들이이 책을 끝까지 읽게 하는 일이 숙제처럼 여겨졌어요.

오시은 작품 중에는 SF로 구성된 것도 있어요. 『짜장면 불어요』의 「지구야 잘 있지?」도 그렇고요.

이 현 처음 SF로 쓴 게 그 작품이에요. 작품집 중에서는 가장 마지막에 쓴 글이죠. 다른 것들을 써 놓고 보니 시야가 좀 답답했어요. 고민하다 떠올린 것이 우주였죠.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찾아보게 되었어요. 그렇게 과학 관련 책들을 찾아보다 『평행우주』도 접하게 되었죠.

오시은 『평행우주』라면 미치코 카쿠의 저서를 말하는 것 같은데, 「영두의 우연한 현실」에 다중우주 이론을 적용한 것은 그 책의 영향을 받으신 건가요?

이 현 네. 맞아요.

오시은 그래도 과학을 문학으로 옮기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인데요. 저도 시도 하고 있지만 SF 어린이문학은 아직 어려운 작업이에요. 쓰는 과정이 수월했나요?

이 현 「영두의 우연한 현실」을 쓸 때 이론대로 쓰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다양한 차원이 존재할 수 있고, 우리가 유일하다고 믿는 세상이 유일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설정만 따온다는 기분으로 썼어요. 거기서 차원 입구로 쓰인 터미널은 그 이론과 상관없기도 하고요.

오시은 「로스웰주의보」도 SF 작품이에요. 이 작품에서는 사람들을 몰아붙이는 외계 생물체 ‘푸라푸라’가 나오죠. 그런데 왜 하필 새싹에 그런 부정적인 존재를 대입하게 되셨어요?

이 현 어떤 건 아무 생각 없이 썼는데 그럴싸한 게 있어요. 푸라푸라가 그런 경우죠. 그 작품에서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건 사람들이 희망이라고 달려가는 곳이 실은 낭떠러지라는 거였어요.

오시은 앞으로 만나게 될 작품이 궁금하네요.

이 현 봄에 삼부작 SF가 나와요. 동화지만 청소년까지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에요.

오시은 내용을 소개해 주시죠.

이 현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건데, 지금부터 백 년 뒤에 우리 일상으로 로봇이 완전히 들어와 있는 상황이 그려져요. 아마 울트라 파워 액션 정도가 될 것 같네요.

오시은 인공 로봇이라면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무시할 수 없으셨을 텐데요.

이 현 네, 바로 그 3원칙에 대한 얘기예요. 그것이 법제화되어 있는 상황인 거죠.

오시은 곧 만나게 될 텐데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아이들이 행복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

오시은 그럼 이제 작가와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보죠.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 책 작가 모임, 이른바 ‘더작가’를 하고 계신데 잠깐 소개해 주시죠.

이 현 2008년 12월에 일제고사를 반대했던 선생님 일곱분이 해직되는 일이 벌어졌어요. 나름 어린이를 위한 문학을 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작가들이 모이기 시작했죠.

오시은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겠네요.

이 현 해직된 선생님들을 격려한 것이 가장 큰일이었고, 가장 기뻤던 일은 용사참사 현장에서 어린이 책 한마당을 했던 거예요. 그날 아이들이 아주 많이 다녀갔는데, 유족 분들이 유일하게 웃은 날이었어요.

오시은 더작가를 하시면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남다른 생각을 하셨을 텐데요.

이 현 이런 일을 한다고 해도 당장 세상이 변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그런 과정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더라고요.

오시은 더작가가 꿈꾸는 더 나은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요?

이 현 아무래도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 더 나은 세상이겠죠. 좀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불안하고 힘든 상황에 몰린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리고 함께 해 주는 것, 그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는 것, 그런 세상이 더 나은 세상이 아닐까 생각해요.

오시은 더작가를 비롯해 어린이문학을 하는 작가가 꼭 갖춰야 할 것이나 선생님이 갖고 계신 신념은 무엇인가요?

이 현 그건 저마다 다르니 정해진 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저는 종이가 되기 위해 죽은 나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고, 힘들게 일하는 많은 분들 덕분에 제가 편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도 하죠. 노래방 사장님과 말을 트고 지낼 만큼 노래방 출입이 잦다는 그에게 노래가 정말 좋으냐는 질문을 했더니 대답이 딱 부러진다. 다음 세상에 태어나면 작가가 아니라 가수가 되고 싶단다. 그 대답이 작가 이현과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없다. 하지만 다음 세상에 가수가 되어도 그는 지금과 똑같은 모습일 테다. 언제나 당당하고 자유분방하며 자신의 신념에 솔직하고 뭐든지 저질러 놓고 본다는 것까지. 윤회의 시간이 흐른다 해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 그가 바로 이현이다.


이 현 2004년 전태일문학상 소설부문에 단편 「기차, 언제나 빛을 향해 경적을 울리다」가 당선되었고, 『짜장면 불어요!』로 제10회 창비 좋은어린이책 창작부문 대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우리들의 스캔들』, 『장수 만세』, 『얘들아, 정말 작가가 되고 싶니?』가 있다.

오시은 단편동화 「컴맹 엄마」가 푸른문학상 우수작으로 뽑히면서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나는 김이박 현후』, 『애벌레 너, 딱 걸렸어!』, 『귀신새 우는 밤』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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