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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탐방] 덕진노인복지관 큰나루작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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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4 21:46 조회 11,22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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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나 지하철의 노약자석을 비워두듯, 도서관의 몇몇 자리를 노인을 위해 내어 줄 수 없다면, 노인도서관을 더 만들어야 할 것이다. 노인은 도서관에 머물기를 원하지만 대부분의 도서관에 노인을 위한 공간은 없다. 무엇이 노인을 위한 것인가? 알고 싶다면 노인도서관으로.

노인은 도서관을 좋아한다
하루 이용자 약 1,300여 명, 회원 수7,000여 명의 덕진노인복지관, 그곳 한편 자그마한 공간에 도서관이 있다. 2009년 8월 처음 문을 연 큰나루 작은도서관은 여러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으로 열렸다. “‘고객 모두의 소리함’이라는 어르신들의 의견을 접수하는 것이 있는데, 거기에 항상 나오는 것이 조용히 앉아서 책 볼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공부도 명상도 할 수 있고, 여유 있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어요.”라고 김성준 도서관 담당자는 전했다. 이런 경우 일반적인 노인복지관은 재원이 없어서 작게 공간을 마련해 놓고, 기증 받은 도서만 진열하고 대장에다 손으로 쓰는 정도로 해결한다. 그러나 덕진노인복지관은 이러한 바람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전주시와 전라북도의 관계자를 꾸준히 만나고 설득해 도서관설립 비용을 지원 받았다. 또한 도서관 관련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해 도서관으로서 모습을 갖췄고, 전국 최초로 노인전용도서관으로 등록을 했다.

큰나루 작은도서관은 이름 그대로 노인복지관 안의 작은 공간에 불과하지만, 갖출 건 다 갖춘 번듯한 도서관이다. 명확한 도서 분류와 깔끔하게 정돈된 서가, 큰글자 책과 노인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책의 구비 등 도서관의 기본 외양을 갖추고 있다. 또한 노인을 위한 돋보기를 갖춰 놓은 것을 비롯해 손자를 돌봐야 하는 노인들을 위해 손자와 함께 책을 볼 수 있는 아동열람실도 따로 마련해 놓고 있다. 이곳에는 어린이용 책상과 어린이책도 있고, 방바닥으로 되어 있는데다가 온열도 돼, 어린이를 돌보다가 피곤하면 누워서 쉴 수도 있다. 여기에 도서관을 꾸준히 관리하는 사서의 역할을 10명의 노인 사서도우미(하루에 2명이 한 조)가 하고 있었다. 사서도우미는 사서 경험이 있는 노인을 비롯해 교사였거나, 책을 좋아하는 노인이 참여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의 하나다. 특정 기간 동안 일정한 급여가 지급되지만, 지원이 부족해 지속적으로 지급되지 않는다. 사서도우미들은 급여가 지급되지 않을 때에도 사서도우미가 좋아서 봉사를 한단다. 사서도우미들은 전문 사서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복지관 자체적으로나 시립도서관, 지역 대학의 도움으로 정기적으로 도서관 접수 방법, 관리프로그램 사용법, 책 수선 등 관련 교육을 받는다. 도서관에서 마주친 노인 사서도우미는 전문 사서는 아니지만, 책을 아끼고 도서관 이용자들을 배려하는 등일에 대한 열의를 보이며 도서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노인도서관은 노련하다
도서관으로서 기능하기 위한 기본 요소지만, 온전한 도서관으로서 그 존재이유를 밝히는 것은 도서관에 머물고 이용하는 사람들의 꾸준한 관심과 다단한 어울림이다. “도서관의 하루 이용자는 평균 70명 정도고 많을 때는 100명을 넘어요. 어르신들은 주로 대하소설이나 건강 관련된 책, 게이트볼 당구 등 스포츠 서적, 도감 등의 책을 즐겨 읽어요. 어르신들이 원하는 책을 구비해 놓기위해 매달 희망도서를 파악해요. 이외에 인기 있는 큰 글자책도 꾸준히 구입하고 있어요. 어르신들이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적극적으로 요구해요.”라는 김성준 담당자의 말처럼 도서관 이용자의 기대와 이에 부합하는 노력이 어우러진 큰나루 작은도서관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어울림과 소통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큰나루 작은도서관은 복지관의 한 부분이라서, 프로그램도 연관성을 갖고 진행한다. 문화대학(건강 강좌, 문화탐방, 자서전쓰기 등), 수필창작반, 한글초급반, 기자반(신문도 만든다), 독서동아리, 구연동화, 풍선아트등이 도서관에서 이루어진다. 특히 독서동아리 활동이 활발한데 김두성 독서동아리회장은 “취향과 전공, 학력 수준이 다 다르기 때문에 책을 정해서 읽지 않고,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읽은 책 중 인상 깊은 책이 있으면 누구나 발표를 한다. 책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잡지의 한 부분을 소개하는 사람도 있다. 발표는 준비된 사람만 하고, 시간도 자유롭게 하도록 한다. 참여하는 사람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율적으로 활동하도록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같이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회원들이 이러한 활동을 통해 책 읽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자신감을 가지는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도서관은 쉼터가 되기도 한다. “잘 꾸미고 방바닥에 온돌도 대고 하니까,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됐어요. 노인도서관에 오니까, 동년배와 함께 공부도 하실 수 있고, 대화할 상대가 있으니까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라는 김성준 담당자의 말처럼. 노인들의 필요와 기대에 부응하는 노인도서관은 노련하다.

노인도서관 더 필요하다
“노후에도 갈 곳, 머무를 곳이 있다는 것은 좋은 거다. 노인복지관, 도서관이 그런 역할을 한다. 이곳 노인복지관은 60세 이상 75세 이하의 노인만 이용할 수 있다. 사서도우미를 하면서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고, 고맙다. 정년퇴임하고 시간이 많이 남는데, 넘치는 시간을 잘 쓸 수 있어서 좋다. 시립도서관이나 기타 공공도서관은 문턱이 높다. 학생들이 많고 시끄럽다. 나이 들어서 가니까 방해되는 것 같기도 하고 거리감 느껴진다. 가뜩이나 도서관에 자리가 부족한데, 자리 하나 차지해서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는 건 아닌지 염려가 된다. 그래서 작은 도서관이 더욱 필요하다. 나이든 사람들은 멀리 가기도 힘든데, 작은 도서관이 있으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도서관 이용이 쉬워지면, 주위 사람들에게 책 권하기도 좋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노인 도서관이 인근에 많이 생겨야 한다.” - 정곤(64)
“이곳에는 점심 먹고 운동하면서 들르는데 조용히책을 읽으러 온다. 책을 읽으면 잡념이 없어진다. 책 속에서 스승을 만난다. 모르는 것들을 배우니 참 즐겁다.

이곳은 조용해서 책 보기도 좋고, 온도도 잘 맞춰주고 친절하며, 읽고 싶은 책 신청하면 쉽게 볼 수 있어서 좋다. 노년의 독서는 결과를 남겨 놓으려는 것이 아니다. 일거리가 없으면 괴롭다. 공상만 하고, 무기력해진다. 책을 읽으니까 자꾸 새로운 것이 나온다. 하루하루가 금방 지나가고, 정신력이 좋아진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들면 건망증이 심해진다고 하는데, 오히려 기억력이 늘수도 있다. 나는 최근 영어성경대회에서 1등을 했다.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책을 보고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할필요가 있다.” -고천식(78)

노인도서관으로 탐방을 나서기 전 노인만을 위한 도서관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를 들었다. 도서관이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지 특정 세대만의 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물론이다. 큰나루 작은도서관도 동네주민을 비롯해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난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노인만을 위한 도서관이 생겨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쨌든 보다 노인을 생각하는 도서관이 더욱 생겨야 한다. 앞날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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