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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우리 도서관은 지금] 고3 학생들과 함께한 뜨거운 한 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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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11-01 14:38 조회 1,67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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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학생들과 함께한

뜨거운 한 권 읽기

『훌훌』을 바탕으로 한 독서토론+작가와의 만남 


 김예선 인천 부광여고 사서교사   




“선생님, 저희 수업 때 뭐해요?” 

“자습해요?” 


‘독서(창체)’ 수업 첫 시간이면 어김없이 아이들에게 듣는 말이다. 사서교사가 처음 발령된 이 학교에선 당연한 반응이었고, 아이들은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자습을 원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새로 옮긴 학교와 아이들에게 적응하지 못했던 당시, 입시에 지친 고3 학생들과 무슨 수업을 할 지 고민이 많았다. 진로 관련 활동은 생기부 기재에 도움이 된다니 하겠지만, 즐거우면서도 뜻깊은 독서 경험을 선물할 순 없을까 하는 욕심 아닌 욕심이 들었다. 그때 3학년 국어선생님께서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활동에 관해 상의하러 오셨고, 같은 학년 수업을 맡았으니 두 과목에서 독서 수업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겠구나 싶어 함께하기로 했다. 동료가 생기니 든든했다. 하고 싶은 것들이 생각났다.  


‘한 학년이 다 같은 책을 읽고, 비경쟁 독서토론을 하는데 작가 초청까지 연계하면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방과 후에는 학원 가는 아이들이 많은데, 작가 초청 때 전교생을 참여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창체 시간을 달라고 해볼까?


정신없이 막무가내로 수업 계획을 밀어붙이며 문제점들도 생겨났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아이들의 뜨거운 반응과 환호 속에 ‘내년에도 해야지!’ 결심했고, 올해도 성황리에 프로그램을 마칠 수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2학년 학생들이 내년에도 할 거냐고 물어보는 통에 벌써부터 내년에는 무슨 책을 정해야 하나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선생님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올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운영한 과정을 순서대로 정리해 본다. 필자가 소개하는 수업은 올해 사서교사가 독립적으로 운영한 것이다. 


 
첫째, 프로그램 일정 짜기

이 프로그램은 3학년 전체 반이 참여하는 ‘독서(창체)’ 수업을 활용했다. 사서교사가 고정적으로 수업을 하면 그만큼 다양한 독서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특히 저학년 때 사서교사의 수업을 경험한 학생들은 일회성 도서관 이용교육을 받은 학생들보다 좀더 자연스럽게 학 교도서관을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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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시간과 토론하는 시간, 창체 시수까지 확보하기 위해서는 겨울방학부터 미리 수업 계획을 세워야 한다. 특히 책을 읽는 시간은 책의 분량에 따라, 학생들의 독서 능력에 따라 상이하기 때문에 시간을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 거기에 시험 기간을 피하면서, 한 학년만 따로 창체 시수를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기에 최대한 빠르고 강력하게 어필하여 연간 계획에 포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의 표처럼 프로그램의 큰 흐름을 잡고, 각각 소요되는 시간을 계산하여 수업을 준비해야 한다. 



둘째, 대상도서 선정하기

성적에 맞춰 진학할 대학과 학과를 고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당장 몇 개 숫자로만 자신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 같은 마음에 침참한 아이들의 시야를 넓혀 주고 싶었다. 지금이 삶의 전부도 아니며, 살아가는 데 더 중요한 가치들이 많고 나와 다른 형태의 삶에도 관심을 갖기를 바랐다. 거창한 소망인 만큼 대상 도서를 정하는 데 신중했고, 다음 기준을 고려하며 고등학생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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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도서는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권할 만한 작품이어야 하며, 학생들에게 재미있어야 한다.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소설들을 읽었지만, 장르성이 너무 강해 취향을 탈 것 같거나 요즘 애들을 어설프게 따라 하는 듯 촌스럽게 느껴지거나, 전개가 답답해 몰입이 떨어질 것 같은 작품들을 제외하다 보니 책을 고르는 데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특히 아무리 좋아도 너무 슬프고 무거운 내용의 청소년소설은 이제 그만 보고 싶다던 아이들의 말이 생각났다. 그 점도 간과할 수 없었다. 한참을 헤매던 중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 학상 대상을 수상한 문경민 작가의 『훌훌』을 읽었고, 읽자마자 확신이 들어 바로 출판사에 연락을 했다. 작가님께서 흔쾌히 강연을 수락해 주셨고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셋째, 수업 준비하기

모의고사나 학교 행사 등으로 학생들이 수업에 빠지는 경우가 있기에 전체 학사일정을 확인하며 수업을 누락하지 않도록 주의했다. 4차시로 기획한 수업 가운데서 1차시에는 프로그램 취지와 대상도서를 소개하고 독서활동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2∼3차시에는 독서활동을 전개하고 4차시에는 대상도서 『훌훌』을 바탕으로 비경쟁 독서토론을 할 계획이다. 책을 읽히는 수업을 할 때 고민되는 것 중 하나가 ‘책을 어떻게 구비할 것인가?’이다. 도서 구입비로 사자니 수십 권 복본은 관리하기 어렵고, 다른 예산을 활용하자니 학생들 인원만큼 책을 사기에는 넉넉하지 않았다. 그래서 목적사업비로 35권만 구입하여 수업 공간에 비치한 후 수업 시간 동안 읽는 방식을 택했다(이 책들은 이후 작가 초청 진행팀과 현장 참가자에게 증정했다). 1시간씩 일주일마다 독서활동을 하다 보니 학생들이 어디까지 읽었는지 기억하기 어려울 것 같아 간단히 독서일지 양식을 준비했다. 기간 및 방법, 토론 주제를 제출하는 패들릿 주소 등 알아야 할 정보를 정리 하여 양면으로 학습지 한 장을 만들어서 제공했다. 



넷째, 『훌훌』을 바탕으로 수업하기

1차시 수업 시간이 되었다. 학생들에게 떨리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의 취지와 구성에 대해 설명했다. 처음에는 미적지근했던 아이들이 책 내용을 소개하자 반짝거리는 눈으로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입양아인 주인공 유미가 집에서 얼른 벗어나 대학교로 도망치듯 독립하고 싶어한다는 것에 공감했다. 집 나간 어머니의 죽음으로 갑자기 함께 살게 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초등학생 동생인 연우에게 경찰이 찾아왔다는 대목에서는 웅성거리며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다. 전체 수업 진행에 대한 안내와 책 내용을 소개하고 나서는 책 읽을 시간을 줬다. 책 읽는 속도가 차이나서 다 못 읽거나 다음 수업 시간 전에 빨리 다음 내용을 읽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이 아이들을 위해 금요일 오후부터 그 다음주 월요일 아침까지 책 읽을 시간을 제공하는 주말 도서 대출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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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 토론 중인 학생들 


아이들도 교사가 선정한 책을 좋아할까 걱정했던 마음은 “쌤! 이 책 진짜 좋아요, 재밌어요!”라는 말 한마디에 사르르 녹았다. 180명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특히 어떤 학생은 주인공의 ‘남사친’인 세윤이에게 설레어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고 하니 얼마나 몰입 해서 읽은 걸까 내심 흐뭇했다.


4차시에는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비경쟁 독서토론을 했다. 여러 주제로 토론을 하기에는 50분 수업은 너무나 짧다. 다행히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토론에서 지켜야 할 태도나 진행 방식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기에 별다른 교육 없이 간단한 안내만으로도 충분했다. 토론 주제는 내가 만든 것과 몇몇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주제를 더해 대한민국 독서토론논술대회에서 사용하는 3단계 발문 양식에 맞춰 정리했다.

4∼6명이 한 조를 이루고 진행자 역할을 할 학생을 1명 뽑았다. 그 후 각각의 발문 단계에서 1개 이상, 총 5개의 주제를 뽑아 토론을 진행했다. 책을 다 읽지 않은 학생이 있어도 다른 친구가 설명해 주고,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어도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가 있기에 대부분 학생들이 열심히 또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다. 평소 무기력하게 늘 지쳐 있던 아이들의 자유로우면서도 열정적인 모습에 나 역시 무척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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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을 마친 후 깜짝 활동으로 『훌훌』에 등장하는 인물들로 가상 캐스팅을 진행했다. 한 학생이 지나가듯 말한 아이디어였는데, 웹툰이나 웹소설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을 자주 접했던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준비한 활동이었다. 반응은 뜨겁다 못해 데일 정도였다. 학생들은 캐스팅 디렉터에 빙의한 듯 각 캐릭터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연예인을 놓고 치열하게 설전했다. 



다섯째, 진행팀 모집과 작가 초청 준비

아무래도 학생들이 작가와의 만남을 직접 진행하면 친구들이 뭘 좋아할지, 반응이 어떨지 고려하며 더욱 알차게 준비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작가와의 만남 역시 진행팀을 뽑고 아이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했다. 진행팀을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선착순으로 6명을 뽑았다. 하지만 고3인 진행팀 학생들은 방과 후에 한 번 모이는 것도 부담스러워했다. 대부분 학생들이 방과 후에 학원을 가기에 시간 맞추기가 어려웠고, 점심시간에 회의를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각자 아이디어를 생각하여 공휴일에 줌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그조차도 시간이 맞지 않아 밤 10시 30분이 되어서야 모일 수 있었지만 아이들은 적극 의견을 냈고, 작가 초청 및 가상캐스팅과 MBTI 투표 사전 이벤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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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들의 MBTI 추적하기


작가 초청 3일 전부터 3학년 교실 층 중앙 복도에 투표 장소를 마련했다. 선생님들도 지나가며 고생 많았겠다고 응원해 주셨고, 아이들은 준비한 스티커가 동이 나 리필을 해야 할 정도로 열심히 참여했다. 진행팀 학생들은 작가 초청을 위해 자료를 조사하고, 역할을 나눠 대본을 작성했다. 모의고사가 잦아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시간이 부족했지만 학원에서 돌아와 12시가 넘는 늦은 시간까지 학생들은 최선을 다했고, 단톡방은 밤새 울렸다. 필자는 아이들의 부담을 최대한 덜고자 필요한 자료와 책에서 참고할 만한 부분들을 모두 정리해 주었다. 6월 모의고사가 끝난 직후라 부담이 컸을 텐데도 내색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진행팀 아이들에게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그만큼 아이들에 대한 믿음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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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민 작가와 함께한 부광여고 학생들 



여섯째, 피날레 그리고 문경민 작가와의 만남

기다리던 날이 왔다. 창체 수업은 5∼7교시로 총 3시간이었다. 작가님의 강의 시간에 맞춰 6, 7교시를 작가와의 만남으로 진행하고 5교시에는 『훌훌』을 읽으며 느꼈던 감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각 반으로 활동지와 미술 재료를 보냈다. 학생들은 캘리그라피, 책표지 그리기, 등장인물에게 편지쓰기 등 다양하게 자신의 감상을 표현했다. 같은 시각 중앙의 강의실에서는 진행팀과 현장 참가 학생들이 모여 작가님을 맞을 준비를 했다. 작가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진행팀은 떨리는 마음으로 마이크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작가님의 이력과 주요 저서, 대상도서 소개를 마치고 학생들이 참여했던 가상캐스팅과 MBTI의 결과를 발표했다. 수업 시간에 했던 토론 주제와 활동사진을 소개한 후 작가님께 마이크를 넘겨드렸다. 작가님은 자신의 삶과 작가라는 일 그리고 『훌훌』을 집필한 배경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작가님께서 실제로 등장인물과 어울리는 연예인을 설정하고 집필하셨는데, 아이들의 가상 캐스팅 후보가 오피셜이었다는 대목에서 아이들과 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열광했다. 강연이 끝나고 아이들은 작가님께 작품과 강연에 대한 감동과 감사를 쏟아냈다. 모든 학생이 만족한 프로그램이라고 자부할 순 없다. 하지만 졸업하기 전 같은 반 친구들과 한 권의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경험은 귀했다. 읽은 책이 현실과 어떻게 닿아 있는지 느끼는 경험은 더욱 귀했다. 『훌훌』은 그런 작품이었고, 함께 “훌훌”을 외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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