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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공간에서 노닐기]시집만 팔아요 -책방 wit n cyn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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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6-07-05 13:58 조회 5,58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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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스리슬쩍 스치면 그저 시시하겠지만, 더 다가가서 시선을 준다면 친해질지도. 그러다 성큼, 거리를 지우며 빠지게 될 수도 있고. 시인이 운영하는 시집만 파는 책방에 가 보면 감 잡을 터. 그 책방, 유희경 시인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가 보고 싶어질 거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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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에서 시집만
건강이 안 좋아져서 회사를 그만둬야 했어요.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니, 시 쓰고 산문 쓰는 거였죠. 작업실 겸 서점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서점이라면 어떤 콘텐츠를 다룰까 고민하다가, 시를 쓰고 시만 보고 살아왔고, 시가 비싼 편이 아니니까 다량의 책을 가져다 놓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현실적인 판단도 있었지만, 그냥‘ 시 쓰면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처음부터 크게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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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뭐예요?
아는 시인들과 모여서 환담을 나누다가 어느 시인의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 시인의 시를 이야기하면서“ 그 시는 위트 있는 시니까”인가“ 위트 있는 시인이니까”라는 말이 나왔어요. 그때 한 시인이“ wit in the cynical이 뭐야?”라고 물어봐서“ 한쪽은 발음이 안 좋고, 한쪽은 귀가 어둡네”라고 하면서 다 같이 웃었어요. 그날 밤, 한 시인이 시집 서점할 거면 이름을‘ wit in the cynical'로 하라고 메일을 보냈어요. 근데 그 말은 좀 어려운 거 같았고‘, wit & cynical’이 시의 기본적인 태도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시 쓰는 게 그런 거 같아요. 제가 이렇게 썼는데, 누군가는 다른 식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은 다른 의미를 파괴시키기도 하잖아요. 문법적으로 옳지 않다고 지적을 받았고 알고 있었지만, 여러 가지 의미를 갖다 붙이기 좋겠다 싶어서 그냥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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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회, 시인이 읽어 주는 시
저는 낭독회를 좋아해요. 시가 글자로 봤을 때와 달리 낭독되면 리듬이 생기고, 그 리듬이 정확해지거든요. 시인마다 자기 리듬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시집 서점을 하면‘ 낭독회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여러 낭독회를 보면서 가장 불만이었던 점은, 시는 조금만 있고 이야기만 계속하는 팬 미팅 형식의 진행이었어요. 사람들이 지루해 할까봐, 행사를 망칠까봐 그러는 거죠. 저는 사람들이 조용한 것은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지 지루해 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때마침 아는 시인이 낭독회에서 책만 읽고 싶다고 했고, 시만 읽으면 심심하니깐 음악을 곁들여 보자는 생각에 시 세네 편 읽고 음악 하나를 트는 방식으로 낭독회를 기획해서 시작했어요. 파스텔뮤직에서
도움을 주었죠. (*신청은‘ frente.kr’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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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는 것보다 함께 읽기
일단은 판매는 되도록 생각 안 하려고 하고, 제가 읽고 좋았던 시집 위주로 비치하고 있어요. 절판된 시집이 많은데, 구하면 다 꽂으려고 해요. 제가 좋아하는 시와 주변 사람들이 좋다고 추천하는 시를 가져다 놔요. 누군가 찾는 시집이 있다면 당연히 챙겨 놓고요. 그 분이 안 산다 해도, 그 시집이 괜찮고 의미가 있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서 둬요‘. 위트 앤 시니컬’의 영업 방침은‘ 당장은 돈 생각 말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예요. 지금은 제가 먹고 살 수 있으니까요. 나중에 어려워지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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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겼다고
안 친하던 시인들도 오셔서 시집을 많이 사주세요. 시집이 없어서 사 가신 게 아니라 도와주자는 마음으로 오신 것 같아요.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죠. 꼭 다 갚을 거예요. 이 서점이‘ 되겠다’가 아닌‘ 즐겁겠다’라는 생각에 기획해서 시작한 거예요. 요즘처럼 사람들한테 예쁨 받은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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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시는 설명하려 하지도 않고, 가르치려고 하지도 않아요. 내가 처한 상황과 내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시가‘ 거울’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예쁘게 보이게 하는 왜곡거울이 아닌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직시할 수 있는 거울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저도 시를 쓰면서 느끼는 거지만, ‘아닌 것을 맞다’라고 써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모르면 모른다고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시는 솔직한 장르여서 사람들의 마음에 좀 더 정확하게 와 닿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시를 보고 우는 사람들이 많은 거라고 생각해요. 시가 감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는 오히려 이성적이고 솔직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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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어렵다?
시가 모호하게 쓰였기 때문에 모호한 건 맞아요. 시로는 없는 것을 있다고 하거나 분명하지 않은 것을 분명하다고 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가 모호하게 쓰여지는 거예요. 우리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할 때, 얼마나 많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어요? 각자 다른 사랑을 하고 있잖아요. 그것을 말로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저에게 물어볼 때가 많아요. 저는 매번 모르겠다고 답변을 해요. 어느 순간 그냥 시가 좋아지는 때가 있어요. 시가 끌리는 순간에 시를 읽으면 되는 거예요. 시가 어렵다고 해서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시는 어려운 게 당연한 거고, 원래 모호한 장르라고 생각한다면 좀 더 이해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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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와 함께 가다
나중에 더 넓은 공간에서 더 많은 시를 들이고, 시인들에게 작업 공간도 내주고, 작은 출판사에게 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많은 시집들 가운데 좋은 시들을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시’라는 콘텐츠를 가지고 해 볼수 있는 것은 다 해 보고 싶고, 무엇보다 좋은 시를 쓰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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