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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북유럽 도서관에 가다] 민주적인 시민을 기르는 나라, 행복 지수 1위 덴마크의 학교와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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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04-12 11:30 조회 8,99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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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겨울은 음습했다. 핀란드에서 스웨덴으로 노르웨이로 옮겨갈 때마다 다음 나라는 좀 따뜻할 거란 기대도 가져 봤지만 우리를 맞은 건 역시나 매서운 바람이었다. 사람들이 북유럽 4개국으로 덴마크를 함께 묶는 이유는 문화적인, 역사적인 유사성뿐만 아니라 기후적인 유사성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경쟁하듯 사회적인 복지 시스템을 발달시킨 이유도 알 것 같다. 안 그러면 이런 땅에서 길고 추운 겨울을 버티며 살고 싶지 않을 테니까. 적어도 나라면.
낙농업의 국가, 간척의 나라, 협동조합의 나라. 덴마크, 하면 떠오르는 말들이다. 게다가 요새는 덴마크의 여유 있는 교육제도도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 이에 대한 책들도 잇달아 나왔다. 우리가 방문했던 한스 초중학교와 이더래츠 애프터스쿨로도 그 단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뇌레브로 공공도서관과 블랙 다이아몬드 도서관, 안데르센 박물관을 통해 개인과 지역을 잇는 복지국가 시스템의 일부를 엿보았다.
 
앎과 삶이 하나 되는 교육, 한스 초중학교
덴마크의 학생들은 한 학교에서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과정을 이수한다. 유치원 1년 과정과 고등학교 10학년에 해당하는 과정을 같은 학교에서 보낼 수도 있으니 유・청소년기의 대부분을 한 곳에서 보내는 것이다. 오덴세에 위치한 한스 스콜레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까지 9년 과정으로 이루어진 학교로 학급당 평균 23명, 전체 720여 명이라 대략 학년별로 네 학급 규모다. 3년마다 반을 바꾼다지만 9년간 한 학교를 다닌다면 교사나 학생이 서로를 모를래야 모를 수 없다. 학교는 또 하나의 가족이자 마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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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휴게실에 있는 교사가 직접 레고로 만든 학교 모형은 교사들이 학교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고민하는지 보여 주었다. 2015년부터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아이들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에 따라 교사들은 학교 건물이 어떻게 변해야 할지 생각을 모으고 있었다.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한 학교 건물이라니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다.
교감선생님이 학교에 대해 전반적인 소개를 하면서, 이 학교의 주된 관심사(profile)로 ‘건강과 국제’를 들었다. 학교의 교육목표 정도 되는 것인데, 으레 하는말이겠거니 했는데 학교를 둘러보면서 ‘언행일치’, ‘명실상부’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 학교에서 ‘보이기 위한 것’은 없었다.
8, 9학년의 경우, 국제와 건강 중 하나를 골라 관련 교과목을 배웠다. 우리 일행은 국제반 학생들의 영어 안내로 학교 곳곳을 둘러봤다. 요리 수업을 참관했는데, 15년간 요리사로 일해 온 보조 교사가 아이들이 영양가 있는 간단한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몸의 균형을 잡으면서 책을 읽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무빙룸이 있었고(연령대별로 사용할 수 있도록 두 번째 방을 만들 예정이란다), 일반적인 체육관 외에 링이나 평균대 등 기계 체조를 위한 체육관이 따로 있었다.
행복한 생활을 위해서는 먹고, 입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덴마크에서는 다른 북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실생활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실제로 한스 초중학교는 바느질과 요리, 목공과 금속 공예 등 노작교육을 위한 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말과 행동이 하나가 되고 앎과 삶이 하나가 되는 학교의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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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는 학교, 이더래츠 애프터스쿨
애프터스쿨은 우리나라의 방과 후 학교와는 다르다. 덴마크에서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진로를 찾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학제가 있다. 애프터스쿨과 폴케스콜레가 그것인데 각각 9학년 끝난 후 1년, 고등학교 과정이 끝난 후 6개월에서 1년을 다닌다. 학생들은 9학년이 끝나고 기숙학교인 애프터스쿨에 갈 것인지 지금까지 다니던 학교에서 10학년을 다닐 것인지 결정한다. 약 40% 학생들이 다음 단계로 진로를 옮기기 전에 250여 개의 애프터스쿨을 선택한다고 한다. 음악, 예술, 미술, 체육 등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로 특화된 애프터스쿨을 선택하여 좋아하는 공를 하며 진로에 대한 고민을 구체화한다.
2001년에 핸드볼 감독이었던 이더래츠 애프터스쿨 교장은 축구 감독, 핸드볼 코치였던 다른 동료들과 협동조합 방식으로 학교를 만들었다. 지역의 축구와 핸드볼 클럽 회원들, 졸업생들이 협동조합의 회원이다. 빈곤한 지역에 스포츠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학교가 있으면 지역 사회에 새 기운을 불어넣을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 이더래츠 애프터스쿨이 들어선 이후, 따로따로 활동하던 스포츠 클럽이 서로 협력하면서 함께 축제를 운영하는등 활성화되었다. 이 학교에서는 지역 공립학교에 다니는 8~10세 아이들을 위한 스포츠 이벤트를 주최하는 등 지속적으로 지역 사회와 함께하고 있는데 이곳의 모범적인 활동은 코펜하겐의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었다.
모든 애프터스쿨은 기숙학교 형태이다. 우리 일행은 교장의 안내로 학생들이 사용하는 기숙사를 둘러보았다. 여학생 6명, 남학생 6명이 방 2개에 거실 하나가 딸려 있는 장소를 함께 쓰고 있었는데, 기숙사의 모든 규정은 학생들이 만들었다. 기숙사의 대표가 학생회를 이루고 있으며 그들이 의논하고 건의하면 규정도 바뀐다. 애프터스쿨이 기숙학교를 채택하는 이유에 대해 교장은 이렇게 말했다.
“덴마크에서는 청소년들이 본인의 인생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고 그에 대해 책임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기숙학교는 부모에게서 떨어져 자립하고 협력하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기숙사 형태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도망가거나 외면하지 못하고 스스로 해결을 해야 하지요.”
교실에 앉아 민주주의를 배운다고 민주적인 시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면 저절로 깨어 있는 시민이 된다. 모든 기숙사 생활이 그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겠지만 이더래츠의 기숙사는 그랬다.
애프터스쿨은 결국 학생들의 진로 찾기를 돕기 위한 학교다. 수업 참관 시간에 잠깐 틈을 내서 인터뷰를 했을 때 한 여학생은 핸드볼 선수가 되고 싶어 했고, 다른 여학생은 핸드볼을 좋아하긴 하나 수의사에 관심이 간다고 했다. 다른 남학생은 더 생각해 볼 예정이라 했고, 또 다른 남학생은 고등학교 체육교사가 되기 위해 계속 공부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들의 진로 계획은 우리나라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우리 학생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삶과 진로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는 학교가 애프터스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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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도 덴마크인이다, 뇌레브로 도서관
도서관에 들어서자 곳곳에 히잡을 쓴 여성들과 중동인인 듯한 남성들이 보였다. 뇌레브로는 코펜하겐 전체에서 가장 이주민이 많은 지역이다. 도서관 입구에 다양한 언어의 인사말이 우리를 반긴다. 한글로 ‘환영’이라는 말도 있다. 벽면에 걸린 포스터 속 인종들도 다양했다. 뇌레브로 공공 도서관은 이러한 지역주민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숙제 도우미 서비스는 이민자 어린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덴마크 난민들을 위한 단체에서 자원봉사자를 받아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다. 4시가 넘자 갑자기 도서관이 북적북적했는데 숙제 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하러 온 아이들 때문이었다. 사서의 이야기로는 도서관에서 이민자를 위한 법률상담도 해 준다고 한다.
이 도서관에서는 ‘북스타트’를 한다. 북스타트 운동은 1992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었는데, 어려서부터 책과 친해진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데 착안하여 한 살이 되는 아기에게 책을 선물하는 것이다. 뇌레브로 도서관은 12명 정도 되는 직원 중 한 사서가 전적으로 이 일을 담당했다. 운 좋게 인터뷰를 할 수 있었는데, 그 사서는 지역 아기들이 받는 책이 든 예쁜 모양의 상자를 보여 주었다. 이 지역의 아이들이 6개월정도 되면 직접 방문하여 부모에게 축하 인사를 나누고 책을 읽어 줄 것을 조언한다. 아기가 생후 일 년이 되면 책이 든 상자를 보내며, 18개월 즈음에는 편지를 보내 도서관으로 초청한다. 아이들이 3살이 될 무렵에는 그 수준에 맞는 책 상자를 또 보낸다. 상자에는 책과 함께 냉장고 등에 붙여 놓고 볼 수 있는 안내서가 있는데 어떻게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방법이 담겨 있다. 덴마크어를 못하는 부모들을 위해서 오디오북도 전달한다. 한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네 번에 걸쳐 책과 도서관의 세계로 초대한다.
덴마크에 오래 살지 않은 이민자들은 덴마크어를 잘 못하는데 이것이 나중에 아이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책과 함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덴마크 문학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이민자들에게 덴마크어를 가르쳤다던 이 사서는 책을 접하며 달라지는 아이들의 눈빛을 보며 보람을 느껴서 지난 6년간 700여 가정을 방문했다고 한다. 사서가 직접 그림책 읽는 시범을 보여 주었는데, 그 다양한 표정과 몸짓에 우리도 책 속에 빠져들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덴마크의 이민자가 많은 지역에서 실시된다. 이민자율화 정책으로 난민과 망명자 수가 증가하자, 덴마크는 세계 최초로 사회통합법을 제정할 정도로 적극 대처하고 있다. 그 핵심은 덴마크어 교육과 직업교육인데, 도서관에서는 숙제 도우미 서비스나 북스타트 활동으로 이를 돕고 있다. 이민자 한 명 한 명 모두가 덴마크인이다.
 
읽기 또한 문화의 한 부분이다, 블랙 다이아몬드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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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다이아몬드 도서관은 마름모꼴의 검은 화강암 모양이다. 날렵하고 미끈하게 운하 쪽으로 뻗은 모습을 보면 이 도서관의 이름이 왜 블랙 다이아몬드인지 짐작할 수 있다. 코펜하겐 왕궁이 있는 슬로츠홀멘(Slotsholmen) 섬에 자리 잡은 블랙 다이아몬드는 처음에 왕립 도서관으로 시작했다. 곧 1905년 지금 장소에 자리를 잡았는데, 비좁아지자 1968년 바로 옆에 얇고 긴 직사각형 건물을 덧대었다. 이 또한 곧 좁아져서, 1999년에 바로 길 건너에 블랙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이 건물을 짓고 구름다리로 연결했다. 내부에 들어가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넓은 로비가 나오는데, 백 년에 걸쳐 세워진 세 건물이 자연스럽게 나란히 연결되어 있다. 덴마크에서는 1648년 이후 도서관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었기에 시민들의 머릿속에 도서관 하면 이 곳이 떠오를 것이다. 필요에 의해 새롭게 건물을 만들었지만 옛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지도 않았고 장소가 갖는 상징성을 파괴하지도 않았다.
블랙 다이아몬드에서 이용객들의 요구가 가장 잘 반영된 곳은 옛 도서관 건물 중앙이다. 이곳은 안내자 야콥슨 씨가 도서관의 ‘심장부’라고 칭한 곳으로 원형의 천장, 세련된 샹들리에, 은은한 녹색 스탠드와 나무 책상으로 꾸며진 매우 고풍스러운 방이다. 하지만 이곳은 더 이상 열람실이 아니다. 블랙 다이아몬드가 완공된 후 이곳에 있던 책과 연구진들은 모두 새 건물로 옮겨 갔다. 이곳을 공간의 품격에 걸맞게 국제 관련 출판물을 모아 놓는 장소로 만들려고 했으나 디지털 시대를 맞으며 무산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대학생들이 이곳을 공부하는 방으로 만들어 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했고, 전통적이고 아름다운 열람실은 학생들을 위한 독서실이 되었다. 그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져서인지 학생들은 이 공간에 매우 애착을 가지고 스스로 알아서 관리를 한단다. 도서관의 옛 건물은 처음 생긴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 않았다. 현재의 사람이 그 공간에서 생활하며 자신들의 쓸모에 맞게 고쳐 나가니 살아 있는 전통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블랙 다이아몬드는 내부 또한 일반 도서관과 사뭇 다르다. 7층짜리 건물 내부에 컨퍼런스 홀, 사진 전시실, 만화예술 전시실(Cartoon Art), 카페, 서점, 레스토랑 등이 있다. 안내자 야콥슨 씨는 “덴마크 사람들은 누구나 언제든지 이곳에 와서, 안데르센이나 키에르 케고르가 직접 쓴 원고를 보고, 콘서트에 참석한 후, 무엇인가 더 읽을거리를 찾죠.”라고 덧붙였다.
블랙 다이아몬드에는 ‘퀸스 홀’이라는 콘서트홀이 있다. 이곳은 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로 콘서트, 회의, 영화, 발레와 연극 등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된다고 한다. 도서관을 설계할 때, 도서관 측에서 내부에 콘서트홀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도서관은 다양한 자료들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음악은 악보만 ‘보아’서는 제대 로 ‘읽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은 문화의 한 부분이다. 읽기는 생활의 일부다. 정보 혁명의 시대에 새롭게 만들어진 덴마크 국립 도서관이 시민친화적인 문화의 전당이 된 것 은 일견 당연해 보였다.
덴마크는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1위인 나라다. 삶에서 불편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참을 갸웃거리며 답을 생각해야 하는 사회의 시스템은 어느 누가 일방적으로 내려 준 것이 아니다. 시민들은 계속 자신의 삶과 사회의 민주와 정의에 관심을 갖고, 꿈꾸는 사회가 이루어지도록 협동조합을 통해 그리고 다양한 요구를 통해 참여하는 민주 시민이 행복한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이들의 학교와 도서관은 그런 깨어있는 시민을 기르기 위한 장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1. 학교 벽 곳곳에 다양한 나라에 대한 지도, 공부한 내용이 붙어 있다.
2. 교사 휴게실에 있는 레고 모형. 교사들이 미래의 학교 모습을 만들어 보고 있다. 곳곳에 포스트잇을 이용한 설명이 보인다.
3. 아이들이 몸의 균형을 잡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무빙룸이다.
4. 학생들이 모두 모이는 식당. 식사 준비와 청소는 모두 학생들이 한다.
5. 학생들의 기숙사. 왼쪽 벽면에 공동생활에 필요한 내용이 붙어 있고, 창밖으로 넓은 축구장이 보인다.
6. 들어오는 문에 다양한 언어로 ‘환영’이라고 적혀 있다. 오른쪽 아래에 한글도 보인다.
7.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책 상자 중 하나.
8. 블랙다이아몬드 전경. 왼쪽에 1905년 건물, 그 옆에 바짝 붙은 가늘고 긴 1968년 건물, 구름다리 너머 기울어진 블랙다이아몬드 건물.
9. 블랙다이아몬드는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백 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
10. 아름다운 옛 열람실. 지금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장소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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