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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북유럽 도서관에 가다 2] 도서관 선생님들 핀란들를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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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12-14 00:47 조회 9,19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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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서울모임
 
지난겨울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1월 12일,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서울모임의 선생님들은 핀란드에 도착했다. 아무리 얼굴을 칭칭 감아도 입김마저 얼어 버리는 한겨울이라서 헬싱키 도심 곳곳을 얼굴을 목에 파묻은 채 동동거리며 버스나 트램을 타고 다녀야 했다. 마켓광장, 노을이 찬란했던 시벨리우스 공원, 강가에 우뚝 선 수오멘린나 요새 등을 추위를 피하기 위해 남극의 펭귄들 마냥 어깨를 맞대고 시린 발을 콩콩거리며 옹색하게 다녔던 기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우리는 핀란드의 학교와 도서관 등을 돌아다니며 강요와 억압이 없는 사회문화를 맛보았다. 또한 도서관이 책 읽는 공간을 뛰어넘어 이용자들이 스스로 배움의 내용을 채우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창조공간임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키르코야르벤 종합학교와 자유로운 청소년센터
2014년 1월 13일 아침 8시, 호텔을 나섰을 때 밖은 아직 동트지 않는 첫새벽이었다. 눈으로 꽁꽁 언 풍경을 보며 탐방 첫날의 설렘을 안고 유치원 과정부터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함께 모여 공부하는 ‘키르코야르벤 종합학교’에 도착했다.
2010년 콘테스트 형식의 공모를 통해 지어진 이 학교 건물은 크게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생활공간으로 건물이 분리되어 있었다. 실내화 없이 양말만 신고 다니도록 되어 있는 학교의 실내 바닥은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했으며 따뜻했다. 우리는 온기가 느껴지는 쾌적한 바닥이 신기했고 외풍없이 환하고 넓은 창에 눈이 갔다. 저학년은 노랑색, 고학년은 초록색, 중학생은 파랑색을 칠해 색깔로 생활공간을 구분하고 있는 점도 참신했고, 겨울 햇빛이 귀한 이곳의 자연적 특성을 고려하여 햇빛이 제일 먼저 드는 동쪽에 저학년 학생들을 의도적으로 배치했다는 점에서 그들의 배려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학교를 돌아보니 실용과 기술을 중시하는 나라답게 목공실과 가정실의 기자재가 전문적 수준이었고, 예술을 중시하는 나라답게 음악실에는 다양한 악기가, 미술실에는 갖가지 재료가 잘 갖춰져 있었다. 이 학교에서 가장 특징적인 장소는 학생복지구역이라고 불릴 만한 학교 보건소 주변이었다. 이곳은 간호사, 심리상담사, 사회복지사가 함께 상주하며 일주일에 1회 각 학년 대표교사와 모여 학생들의 문제를 의논한다고 했다. 그곳에서 가정에 문제가 되는 사항이 발견되면 시에 있는 사회복지사와 연결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고 한다. 학교와 지역사회와 유기적인 협조 아래 학생을 돌보고 키우는 시스템이 돋보였는데, 이처럼 학생을 돌보는 열린 시스템을 잘 보여준 곳이 에스포시에 있는 청소년센터였다.
에스포의 중심지 쇼핑센터 옆 포인티 공공도서관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통적인 도서관으로도 매우 훌륭했지만, 우리나라의 주민센터처럼 공공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곳에 청소년센터가 운영되고 있었다.
청소년센터는 보드게임, 비디오 콘솔 게임 등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각종 게임도구와 컴퓨터를 비치하여 맘껏 놀 수 있도록 꾸며 놓았고, 기타 등을 연주하며 노래 부르고 놀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우리가 그곳을 방문했을 때, 도서관사서와 청소년 상담사가 함께 근무하고 있어서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맡은 업무가 바로 학생들이 소외되지 않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돌보는 데 있다고 했다. 원래 이곳은 도서관 안에 있는 청소년 코너였는데 청소년이 많이 모여 이용하는 공간임을 인식한 시에서 2003년 8월부터 청소년 지도사 3명을 배치하여 청소년센터로 만들었다고 한다. 왕따, 마약, 알코올, 흡연 등의 문제가 있는 청소년은 그 학교상담사에게 연락해 함께 문제를 풀어 간다고 한다. 우리가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청소년들은 한쪽에서는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한쪽에서는 책을 읽고, 한쪽에서는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감시와 강요가 없어도 자유롭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핀란드의 현실을 그대로 살필 수 있었다.
 
미래를 향해 한발 앞서 나가는 도서관 10과 얼번 오피스
헬싱키 중앙역은 레닌이 기차로 상페트르부르크로 떠나기 전 공산당선언문을 읽은 곳이라고 한다. 사회주의 역사의 서막이 시작된 곳이 여전히 사회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참 다행스럽게 생각되었다. 그 중앙역 사거리를 끼고 중심부 맞은편에 도서관 10과 얼번 오피스가 있었다. 번지수가 10번지여서 ‘도서관 10’으로 불리는 이 도서관은 중앙역 맞은편 중앙우체국 건물 2층에 있었다. 헬싱키시립도서관 중의 하나인 도서관 10은 음악, 멀티미어 전용도서관으로 이름이 나 있었다. 스튜디오와 연습실이 있어 다양한 영상녹음, 편집, LP판을 디지털로 복원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단순히 문화 예술을 향유하는 공간을 넘어 생산과 창조가 이루어지도록 돕는 도서관이었다.
도서관 10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얼번 오피스(Urban Office)’는 우리가 핀란드에서 만난 도서관 중에 가장 혁신적인 미래형 도서관이었다. 이 도서관은 ‘도시의 작업장’이란 이름답게 책이 전혀 없었다. 그 위치도 헬싱키 가장 번화한 핵심 장소 2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은 2006년에 만들어졌으며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업무에 맞게 이용하도록 장소와 장비를 제공하는 ‘미팅포인트’였다.
다시 말해 프리랜서, 소규모 기업가, 학생들이 고가의 전문장비를 사용하여 얼마든지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해 볼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이곳에는 전문장비 기술자가 상주하고 있어 이용법을 몰라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년에 한번 Innovation Fund(혁신 펀드)에서 받은 기금으로 운영되는 이곳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얼번 워크숍(urban workshop) 프로젝트였다. 얼번 워크숍은 2013년 10월 25일에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는데 3D프린터, 비닐 커터, 3D커터와 그래픽 서비스┼비디오 편집기 등 최첨단의 기술 장비와 함께 교육이 가능한 인력을 배치하여 최첨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는 3D프린터였다. 요술봉처럼 값싼 플라스틱을 이용하여 다양한 물건을 만들어 내는 3D프린터는 개성 넘치는 창조의 열린공간으로 활용되는 데 한몫하고 있었다.
 
주민의 삶 속에 파고드는 파실라 도서관과 이동도서관
핀란드가 자랑하는 이동도서관은 파실라 도서관 내부에 헬싱키 이동도서관 본부를 두고 있었다. 1966년부터 시작해서 1970년대에 가장 활발하게 운영됐으나, 지금은 많이 축소되어 2개의 이동버스로 헬싱키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이동도서관은 도서관 정책의 유연성과 더불어 이용자의 편의를 먼저 생각하는 핀란드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도착한 날은 마침 15년 동안 사용하던 버스가 낡아 새 버스로 개장을 준비하고 있던 때라서 우리는 새 이동도서관 내부를 구경할수 있었다. 버스 외관은 무민 캐릭터로 디자인되어 있었고, 버스 입구는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도록 발판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내부에는 다양한 바구니와 책장을 이용해 온갖 동화책과 음반 및 DVD 자료가 아기자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동도서관을 둘러본 후 우리 일행은 이동도서관과 연결된 파실라 도서관으로 들어왔다. 파실라 도서관 일층 중앙 내부에 자리 잡은 분수대는 이 도서관의 명물로 꼽힌다. 겨울에도 쉼 없이 물을 뿜어대는 이 분수대는 실내의 소음을 잡아먹는 마스크 효과와 함께 실내 습도 등을 조절하는 과학적 역할도 하지만, 연주회, 작가와의 만남 등 문화공연이 이루어지는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었다.
북유럽의 도서관을 방문하면서 재미있게 본 것 중 하나가 학교와 도서관에 배치된 시설들이었다. 공간은 이용자의 특성을 고려하고 공간의 성격과 목적에 따라 달리 구성되어야 한다. 특히 성장기 학생들이 이용하는 학교의 시설들은 시각과 촉각으로 감각을 깨우치는 공간이 되도록 배치되어야 한다. 핀란드에서 본 시설들의 색상은 참 강렬했다. 서가부터 의자와 테이블들이 개성과 멋을 살려 주었다. 과감한 원색부터 편안한 나무색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의자를 이용자들이 편하게 사용하도록 획일적이지 않게 배치한 점이 눈에 띄었다. 또한 조명과 소품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이용자의 편의를 배려하면서도 공간을 세련되고 아름답게 구성했다.
 
알바 알토가 설계한 책의 집, 아카데미아 서점
헬싱키에서 관광객들이 꼭 들른다는 ‘아카데미아 서점’은 북유럽 최대 서점으로 꼽힌다. 1893년에 처음 문을 열어 작년에 120주년을 맞이한 유서 깊은 이곳이 더욱 유명해진 것은 북유럽 건축의 거장 알바 알토의 설계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알바 알토는 처음 서점을 설계할 때 자신의 집 거실에 들어선 듯한 편안함과 개방성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서점에 들어섰을 때 한눈에 들어오는 서점의 전경과 책 모양의 하늘창으로부터 은은히 비쳐오는 햇빛이 우리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곳이 왜 ‘책의 집’이라는 정겨운 별칭을 가졌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서점에서 우리는 핀란드 사람들이 책을 좋아하고 특히 책을 소장하는 것에 대한 애착이 매우 크다는 것을 서점 관리인에게 들을 수 있었다. 핀란디아 문학상 수상자는 그 해의 슈퍼스타로 불릴 만큼 인기가 있고, 문학 작품을 사랑하고 아낀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우리는 생활 속에 밴 따뜻한 배려와도 무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헬싱키 시내를 덜덜 떨면서 관광하다가 찾아든 캄피채플은 친환경 목재를 타원형 형태로 둥그렇게 말아 올려 만든 특이한 내부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마치 우주의 중심에 들어선 것 같이 경건하고 숙연해진 느낌이 들었다. 도심과 우주의 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 희한하게 잘 어울렸다. 효율성이 경제력과 바로 통하는 우리 현실과 다르게 핀란드의 효율성과 실용성은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데 기반이 되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힘으로 보였다. 이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도 모두가 잘사는 공동체 사회를 지향하는 핀란드의 정신과 핀란드 개혁을 이끌었던 에르키아호가 “경쟁은 민주시민이 되고 난 다음의 일이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경쟁보다 인간이 먼저인 교육이념은 우리가 가슴 속에 새겨야 할 핀란드 정신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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