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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도서관 탐방]실천하는 도서관은 생각하는 교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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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10-28 19:10 조회 8,59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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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 기자
 
정보센터, 자료실, 쉼터, 상담실…학교도서관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조각들이 있다. 이 조각들을 어떻게 이어 붙여 도서관을 만들어 낼지는 학교의 여건과 교사의 생각에달려있다. 이미 주어진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면, 교사가 품은 도서관에 대한 가치와 그 실천이 도서관의 모습을 만든다고 할 수 있겠다. 신흥고 도서관 활동은 올차다. 학생들은 도서관 방문에 머뭇거림이 없다. 이런 도서관을 만든 주체는 사서도 사서교사도 아니다. 도서관에 펼쳐진 실천을 거슬러 올라 그의 생각을 읽어보았다. 과연 도서관은 어떤 곳이어야 할까?
 
기본에 충실한 도서관
신흥고 교문을 들어서면 운동장 너머 학교 건물 오른쪽에 커다란 도서관 건물이 보인다. 별관이라 더 기대감을 갖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희현당’ 조금 넓고, 넓으니, 넓어서… 그 외에 특별함은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남고 특유의 투박함이 묻어난다. 첫인상을 지우며, 도서관도 외모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닫게 한 건 신흥고 도서관장인 장형진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서다.
“도서관은 과거, 현재, 미래와 만나고, 사람과 만나고, 그 사람의 경험과 만나는 공간입니다. 신흥고등학교의 독서교육은 바로 도서관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도서관은 사서교사, 여유로운 공간, 신간도서를 포함한 많은 장서 등 하드웨어 여건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것을 갖추고서야 비로소 다양한 독서활동, 독서캠프와 같은 소프트웨어 등이 의미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신흥고는 사서교사를 자체 예산으로 고용하고, 도서구입비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려 하고, 30종의 잡지를 구입하는 등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독서활동이 이루어지도록 돕고 있습니다.”
신흥고 도서관은 화려한 리모델링을 선호하고,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하고 있는 여느 학교도서관과는 사뭇 다르다. 장형진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도서관의 지향점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프로그램 중심 활동은 겉모습과 결과에 대한 실적 중심으로 흘러 진정한 독서교육을 해칠 수도 있어요. 저는 독서할 수 있는 여건을 우선적으로 갖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도서관을 찾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봐요. 그래서 2012년 리모델링할 때도 장서와 쾌적한 독서 공간 확보에 주력했어요. 도서구입비도 많이 확보해서 학생들이 읽고싶어 하는 책은 되도록 다 들이고 있어요.”
 
3년 독서활동 프로그램
도서관이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될 경우 일회성,단발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학생들도 그 호흡에 맞춰 도서관에 띄엄띄엄 오게 되고, 독서가 일상이 되기 어렵다. 장형진 선생님은 그런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도서관의 공적 시스템을 활용하는 독서활동 3개년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쉽게 말하자면 학생이 신흥고에 3년 동안 다니면서 하게 되는 독서활동 계획인 것이다.

 

1, 2, 3학년 연계 공통 과정
독서 백 권: 학교도서관 활용 3년간 책 100권 읽기
독서마라톤: 전주시에서 주관하는 독서마라톤 행사에 반드시 참가
독서기록장: 해마다 독서기록장을 기록하여 읽은 책을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연계 기록한다.
인문학대회: 초록시만강좌, 청소년인문학읽기전국대회, 전북교육청 주관 인문학대회 등에 예비 참가
도서관행사: 교내외 도서관에서 주관하는 도서관 학교, 독서캠프,강연회 등에 의무 참여
 
1학년 과정(나무심기)
입학식: 청소년 북스타트(북날개) 행사를 통한 입학식
학교 밖 학교 행사(도서관스쿨): 문학체험 기행에 참가한다.
수강강좌: 교내외 독서와 논술 수업 관련 1강좌를 (의무) 수강한다.
진로캠프: 학교에서 마련한 진로캠프 행사에 의무적으로 참가한다.
교내외 백일장: 교내외 글짓기(백일장) 대회에 의무적으로 참가한다.
인문학대회: 초록시만강좌, 청소년인문학읽기전국대회, 전북교육청 주관 인문학대회 등에 참가
독서동아리 활동: 1인 1개 이상의 독서동아리 활동에 참가하여 1회 이상 발제를 한다.
 
2학년 과정(뿌리내리기)
수강강좌: 교내외 독서와 논술 관련 1강좌를 의무 수강한다.
독서동아리 활동: 1인 1개의 독서 동아리를 맡아 기획・운영한다.
교내외 백일장: 교내외 글짓기(백일장) 대회에 의무적으로 참가한다.
인문학강연 행사 계획과 진행: 인문학 초청 강연을 계획하고 진행한다.
독서캠프: 학교도서관에서 무박2일 독서캠프 행사에 의무적으로 참가한다.
 
3학년 과정(열매맺기)
교내외 백일장: 교내외 글짓기(백일장) 대회에 의무적으로 참가한다.
독서멘토링: 1, 2학년 후배들을 위한 독서멘토링 활동을 하며 1인 1개의 독서동아리 활동에 참가한다.

올해도 한병선(미디어영상, 출판), 김성호(동생물학자), 김민웅(언론, 저술, 목회, NGO), 이철환(희곡, 동화작가)을 강사로 초청해 ‘나의 꿈 나의 직업’ 연강시리즈를 진행하고, 세 차례의 전북대 고교생을 위한 찾아가는 인문학 강좌에 참가하기도 하고, 전북인문학대회에 2개 팀이 참가해 저자와의 대화를 진행하는 등 학생들이 다채로운 만남과 활동을 통해 더욱 깊이 생각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도서관에서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 이런 활동들은 한 선생님만의 노력으로는 운영하기 어렵다. 사서선생님과의 소통, 다른 교과선생님들의 지원,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가 어우러져 도서관의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것이다.
 
도서관으로 이끄는 아이들과 선생님
 

신흥고에서는 책따세(책으로따뜻한세상을만드는친구들)도 운영하는데, 책따세란 도서관자원봉사학생이라고 할 수 있다. 매해 3월경 학년별, 반별 선발된 인원(1, 2학년 한 반에 2~3명 정도)들이 점심, 저녁 식사시간에 대출과 반납, 책을 찾아주거나 도서추천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친구들의 눈높이에 맞는 책을 추천해 주는 독서멘토링 역할을 담당한다고 한다. 또한 학급과 교과에서 추천하거나 필요로 하는 도서 목록 등을 받아 분기별 도서구입목록을 작성하는 역할도 한다고 한다. 책따세 학생들은 도서관 활동을 도맡아서 하고, 학생들과 도서관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어 준다.
신흥고에서는 교내 사제동행 독서동아리 활동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분야별 10개 동아리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매주 주 중 혹은 토요일 정해진 시간에 교사와 학생이 도서관에 모여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2009년부터 시작된 ‘호모쿵푸스’의 경우 청소년인문학읽기전국대회 (본대회 저자와의 만남 대비), 전북환경연합이 주관하는 초록시만강좌 참가 등 폭넓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책을 매개로 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친구와 교사가 함께하기에 많은 학생들이 도서관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듯하다.
 
할 말은 하는 도서관장
신흥고 도서관장인 장형진 선생님은 사서교사, 사서가 아닌 중국어교사다. ‘관장’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보통의 도서관담당교사가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다르다. 단순히 도서관 운영에 대한 행정적 책임과 권한을 갖는 교사가 아니다. 도서관이 학교의 작은 부속 공간에 머물지 않고, 그 자체로 학생들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도서관장이다. 장형진 선생님은 인문학 초청강연, 사제동행 독서동아리, 인문학대회 등 학교의 교육과정이나 기본 일정들로는 하기 어렵지만, 학생들에게 꼭 필요하다 싶은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그리고 그런 활동을 위해 필요한 것들은 학교에 명확하게 제안 한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교장선생님이 도서관의 가치를 인정하고, 장 선생님의 요구를 잘 들어주신다는 것이다.
 
3년 독서활동 프로그램을 위한 학교 협조 사항
사서교사: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만약 사서교사 확보 계획이 없다면 도서관 담당교사는 담임 업무를 반드시 빼 주시고 도서관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 주셔야 합니다.
도서예산: 표준교육비에서 도서구입비 3%, 운영비 2%, 총5%는 필히 확보해 주십시오. 책은 사람으로 말하면 새 피와 같습니다.
독서교육 연수: 올해 혁신학교 연수처럼 교사들을 위한 독서교육 연수를 해서 교과에서 학생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읽게 하는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연수비용을 잡아 주십시오.

장형진 선생님은 2000년 신흥고에 부임할 때부터 학교도서관에 관심을 가졌고, 계속 도서관을 담당해 오면서 도서관의 가치를 확인해 왔다고 한다. 또한 참교육실천대회에 참가해 도서관분과 선생님들과 함께하기도 하면서 도서관을 통한 교육의 다양한 가능성을 실천해 오고 있다. 그런 오랜 관심과 경험들이 지금의 활기찬 도서관을 만든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선생님이 꿈꾸는 도서관을 만들어 나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현재, 미래가 만나고 기억과 상상력이 용접되는 곳,
지적 모험의 땅,
돈도, 비자도 필요 없는 여행지,
국경과 인종과 계급이 영원히 퇴각한 코스모폴리탄의 세계,
거기가 도서관이다.
–도정일 『비판적 상상력을 위하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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