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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학부모 도서관통신] 어린이 책을 읽는 ‘책엄마’ 궁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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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9-01 07:23 조회 8,46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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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경 파주 해솔초 학부모

아이들에게 ‘책읽어주기’는 즐겁다. 책 속에 폭 빠져 듣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느끼는 경험이다. 내가 예전에 접해보지 못했던 어린이책이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다. 어린이도서연구회 모임을 하면서 더욱 재밌는 어린이책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사 오기 전에 아이 학교에서 함께 책읽어주기를 하는 엄마들과도 책모임을 하게 되었고 그 활동이 공공도서관과 장애우 학교로 확장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린이 책이 재밌고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일이 즐거워서 했던 일들이 지금은 소명감을 갖고 내가 가는 곳은 어디든 시도하고 싶었다. 소심했던 마음에 용기가 생긴 것이다. 나는 이 활동을 계속하고 싶었기에 파주로 이사 오면서 책모임을 계획하였다. 이제부터 우리 학교 ‘책엄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시작이 반이다

해솔초등학교 ‘책읽어주기’ 시작
나는 ‘책읽어주기’에 소명감을 갖고 이사를 오자마자 아이 학교에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학교가 개교한 지 얼마 안 되고, 도서관 정비가 안 되어 내년에 계획해 보겠다는 것이다. 이듬해에 다시 용기를 내서 사서선생님을 찾아뵙고 나를 믿을 수 있도록 ‘어린이도서연구회’에 대한 소개와 내가 회원이라는 것까지 알렸다. 아울러 ‘책읽어주기’도 함께 전달했더니 사서선생님은 교장선생님에게 말씀드려보겠다고 했다.

그 뒤로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학교에서 ‘책읽어주는어머니’를 신청 받고, 연수 날을 정했다. 신청자는 나까지 12명이었다. 명예사서(도서도우미) 신청자는 100명이 넘었는데 ‘책읽어주기’ 신청자는 너무 적었다. 많은 어머니들이 ‘책읽어주기’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 같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고 우리 학교도 ‘책읽어주기’를 시작하게 돼 반가웠다. 이렇게 하여 우리학교에 12명의 ‘책엄마’(모임이름)가 탄생하였다. 1학년 각 반으로 들어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줄 수 있다니 기뻤다. 나는 ‘책읽어주기’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모임의 대표가 되었다.

모임 첫날, ‘책엄마’들은 긴장하지 않고 차분히 책을 읽어주고 돌아왔다. 담임선생님들께서 ‘책엄마’가 화요일마다 그림책을 읽어줄 거라고 사전에 설명을 했는데도 아이들은 궁금한 얼굴로 ‘책엄마’를 맞이했다. 책 읽어주는 내내 떨렸지만 정말 잘 들어주어서 아이들에게 고마웠다는 ‘책엄마’도 있었고, 어떤 ‘책엄마’는 아이들이 이야기에 나오는 글을 함께 재창해 신이 났다고 했다. 책엄마들은 그날의 기쁨과 설렘을 열심히 이야기 나눴다.


아는 만큼 즐겁다
어린이 책을 읽자

도서관으로 모인 ‘책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책 선택이 중요하기 때문에 함께 책모임을 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일하는 분들의 시간과 도서관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해 책모임은 ‘책읽어주기’ 활동 후 한 시간 동안 하기로 했다. 책모임은 최대한 부담되지 않게 ‘책엄마’가 소개하고 싶은 그림책이나 현재 읽어주고 있는 그림책으로 해보자고 했다. 부담인 줄 알지만 나는 발제도 해보자고 했다. 덧붙여서 발제가 무엇인지도 설명해 주고 내가 먼저 해오겠다고 했다. 다음 모임에 그림책 한 권을 골라 작가를 조사하고 줄거리와 나의 느낌들을 정리해서 가져갔다. 책을 먼저 읽
어주고 준비해 온 발제문을 읽었다. 처음 시작한 책모임의 부담이 크지 않았던 것같다. ‘책엄마’들은 부담스럽고 처음 해본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발제를 잘 해왔다. 한 학기 동안 10여 편이 넘는 그림책을 공부했다. 책모임을 하면서 발제문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책엄마’는 없었다. 더욱 잘 해 오려고 칼라인쇄에 3~4장씩 사진과 함께 발제문을 준비해왔으니 말이다.

1학기가 끝나갈 무렵 2학기 책모임 계획을 세웠다. 아이들이 보는 고전 중에 재밌는 것들을 찾아 읽어보자는 의견과 새로운 ‘책엄마’가 들어오니 부담을 줄일 겸 계속 그림책을 공부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무리는 되지만 나는 우리 창작동화를 공부하자고 제안했다. 우리 창작동화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정신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작품이고, 평소에 접하기 어려우니까 이런 기회에 공부해 보자고 했다. 우리 창작동화의 중요성은 이해했지만 그래도 매주 공부하기는 힘들기에 그림책 공부를 그대로 하고 우리 창작동화는 한 달에 한 번씩 하기로 하였다.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공부했던 작가별 작품목록 자료들을 ‘책엄마’들에게 나눠주고 자료에 있는 작가는 우리가 다시 뽑아서 공부하도록 일정을 짰다. 그나마 어린이도서연구회 모임의 참고 자료가 있어서 시도해 볼 수 있었다. ‘책엄마’들은 우리 창작동화를 공부하면서 세대 차이를 느끼지만 30년대 우리 창작동화들이 있다는 것에 놀라워하였다. 2학기 동안 공부한 우리 창작동화 작가는 방정환, 이태준, 현덕, 백석, 임길택이다. 작품들은 단편들을 그림책이나 동화책으로 엮은 책들로 훑어보았다. 아쉬운 점은 책들을 잘 읽고 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직장일로 바쁜 분들도 있었고, 그림책과는 달리 읽어야 할 책들이 많았기에 부담스럽기도 했던 듯하다. 그러나 좀 더 관심을 갖고 시도해보려고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학교도서관 간담회

책모임을 하다 보니 학교도서관에 있는 책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래된 전집류들도 많았다. 우리가 그런 책은 폐기처분하자고 사서선생님에게 건의하자 학교가 개교할 때 다른 지역 시립도서관에서 기증받은 책이기 때문에 함부로 버릴 수 없다고 했다. 많이 파손된 책들도 한쪽에 높이 쌓아 놓았는데 그것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시는 사서선생님을 보면서 나도 어디까지 개입을 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그래도 다시 선별하여 폐기 처분할 거라고 해서 마음을 쓸어내렸다. 도서관에 크고 무거운 책걸상을 치우고, 아이들이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온돌방이 있으면 좋겠고, 전집류보다는 단행본들을 많이 구입하면 좋겠고… 도서관에 바뀌어야 할 것들이 자꾸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책엄마’와 명예사서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었다. 우리는 열린 마음으로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에게 내년에도 ‘책읽어주기’ 학년을 점차 확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과 그에 따른 교육과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외에도 전달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이야기했다. 교장선생님은 노력하겠다는 짧은 말을 남기고 도서관을 떠났다. 교감선생님도 모임이 계속 활성화되길 바란다는 말뿐 우리가 바란 점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우리는 간담회 전에 준비모임을 하면서 도서관을 개선할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들을 나눈 것에 비해 확답을 듣지 못해 아쉬웠다. 이런 자리를 학교가 먼저 만들어 준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정작 누구를 위한 자리인지 모르겠다. 학교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학교도서관과 ‘책읽어주기’ 활동을 지원해 주면 좋겠다.


‘책엄마’는 노력한다
고민하고, 시도하는 ‘책엄마’

지난해 ‘책읽어주기’가 1학년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서 2학기에는 2학년들도 읽어주었다. ‘책엄마’ 모집이 힘들었지만 주변 분들과 명예사서들을 설득해 부족한 인원을 채웠다. 올해는 책읽어주기를 3학년까지 확대하기로 계획했는데 인력 확보가 고민됐다. 도서관 연수(도서관학부모총회)를 잘 준비해서 인원을 늘려야 했다. 사서선생님과 ‘책엄마’들은 연수 계획을 짰다. ‘책읽어주기’ 시연 1명, 사례 발표 2명, ‘책엄마’ 활동에 대한 소개를 하나씩 맡기로 했다.

도서관 연수가 있던 날 책엄마 한 명이 준비한 책으로 책읽어주기 시연을 했고, 이어서 나는 ‘책엄마’를 소개했다. ‘책읽어주기’의 본질은 즐거움이고 우리가 교실에서 책을 읽어줄 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책읽어주기’에 사명감을 갖는다고,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여러 봉사활동이 있지만 ‘책읽어주기’ 활동만큼 매력적인 것은 없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두 명의 ‘책엄마’가 ‘책읽어주기’ 활동에서 인상적이었던 일들과 감동적인 경험들을 이야기했다.

그날 명예사서 신청자 70명 중 20명이 ‘책읽어주기’로 신청을 바꾸었다. 큰 성과였다. 우리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 정도의 인원이면 4학년까지도 책읽어주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서관으로 이동하여 책읽어주기 자료를 함께 읽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고 다음 준비 모임을 안내했다. 사서선생님도 우리의 뜻을 알고 3학년 주임선생님과 상의하기로 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3학년은 책읽어주기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아침시간에 다른 활동들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작년에 책을 읽어주었던 아이들이라 계속 연계하여 올라가면 아이들도 좋아할 텐데… 나는 갑자기 사기가 떨어졌다. ‘책엄마’들도 흥분했고 교장선생님에게 말해보자는 사람도 있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만 하자는 사람도 있었다. 혼란스러웠다. 지난해 학교와 간담회를 했던 기억이 스쳤다. 우리의 제안들이 그 속에 있었는데 전혀 변화가 없는 것이었다.


시대의 흐름?
영어책 읽어주기?

더욱 놀라운 상황은 학교에서 ‘영어책읽어주기어머니’를 모집한다는 것이었다. 아이 편으로 받은 신청서에는 “해솔책엄마 중 영어책읽어주기봉사로 마련되었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책엄마들이 책도 읽어주면서 나아가 영어책도 읽어준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었다. 정말 위험한 문구였다.

나는 독서마저도 입시의 도구로 만들고 싶지 않다. 영어책읽어주기가 책엄마처럼 교실로 들어가 읽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도서관에서 방과 후에 읽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모집 인원이 많아지면 교실로 들어가 읽어주는 것도 모색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영어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에게 반가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영어전문가가 아닌 이상 누구나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영어책읽어주기’가 학습이 아닌 책 읽기의 즐거움으로 접근하는 것이더라도 듣는 대상은 영어에 자유로운 아이들이 들어야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책엄마’ 중에는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도 있고 영어를 잘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영어책읽어주기에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가 지향하는 일은 책을 읽어주는 일이다. 그것이 아이들에게 즐거운 일이 아니고 또 다른 학습이라면 ‘책읽어주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책읽어주기’의 의미가 변질되어간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독서 동아리 기금신청

사서선생님은 파주시와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기금 신청을 알려 주었다. 나는 자신이 없었지만 도서관 예산이 올해 반으로 줄었다는 사서선생님 것과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책엄마’들의 도전에 용기를 내서 함께 시도해 보기로 했다.

지난 겨울방학 때에 아이들과 함께 했던 ‘그림책 연극’을 사업주제로 ‘책엄마’ 임원들과 공모신청서를 제출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우리의 도전과 용기가 자랑스러웠다. 나 혼자라면 할 수 없는 일들을 ‘책엄마’와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앞으로 학교와도 소통이 잘 되기를 바란다. 우리 ‘책엄마’도 노력할 것이다. 상황이 힘들더라도 우리 ‘책엄마’는 오늘도 즐겁게 ‘책읽어주기’와 책모임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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