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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사서의 소리] 학교도서관과 6년째 연애 중… 관둬?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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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9-01 07:13 조회 9,21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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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부천 부인중 사서

졸업 후 한 학교에서만 도서관과 6년째 연애 중이다. 나와 연애 중인 이 학교도서관은 내게 달달한 행복함도 주지만 눈물 콧물 쏙 빼게 만드는 슬픔과 좌절도 안겨준다. 오늘도 나를 울리고 웃기는 학교도서관에 학생들이 입성한다. 이들이 나타나고 몇 시간 뒤면 언제 정리했냐는 듯 도서관은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아무리 책을 제자리에 넣어라, 북트럭에 넣어라 말을 해도 아이들 귀에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가 보다. 야단을 치고 좋게 타일러도 보고, 게시물을 붙여보아도 아이들은 여전히 귀를 막고 눈을 감나 보다. 그래도 이건 귀엽게 봐줄 수 있다.

이 연애가 힘든 것 중 가장 큰 요인은 나에 대한 존재를 하찮게 느낄 때이다. 비록 비정규직 사서라는 위치에서도 학교도서관을 좋아하고 사랑하기에 꿋꿋이 버티고는 있지만 나에 대한 차가운 인식을 느끼게 될 때면 이 연애를 그만둬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을 하게 된다.


남들이 생각하는 학교도서관 사서의 모습

학생들에게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 “선생님(사서)도 공무원이에요?”, “선생님도 교사에요?” 솔직히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아이들에게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공무원 아니야, 네가 알아서 뭐하게? 사서교사는 티오가 0이어서…” 등등의 대답을 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움츠러드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선생님처럼 사서가 되고 싶어요.”, “사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질문하는 학생들에게 나는 선뜻 사서를 하라고 말할 수가 없다. 사서교사를 뽑지 않는 현실 속에서 적극적으로 추천해 줄 수가 없었다. “웬만하면 다른 직업 알아보지?”

가끔 교무실에 계시는 선생님들께서는 “사서 샘 부러워요. 혼자 있으면서, 책 보고 싶을 때 보고 편하잖아요.”라는 말을 듣는다. 다른 교사들의 눈에는 사서들이 클래식을 틀어놓고 차 한 잔 하며 우아하게 책장을 넘기고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이렇게 볼 때마다 화도 나면서 ‘내가 혹시 놀고 있었나? 대체 어떤 행동을 보고 편하다고 생각을 하는 걸까’라는 자책감마저 들게 된다.

요즘 들어 또 이별을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있다. 사서교사 티오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왔던 문제점이었고, 여기에 더불어 사서를 행정실무사와 통합시켜버리는 얼토당토한 상황이 생겨버린 것이다. 사서도 행정실무사에 속하니 사서의 고유 업무도 하면서 학교 행정 업무도 해야 한다며 일을 더 떠안겨주거나 심지어는 사서자격증이 없는 행정실무사에게 도서관의 업무를 맡기고 있다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사서교사를 뽑지 않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사서의 고유 업무를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에게 주다니…. 나는 학교도서관이 너무나 좋은데 아무래도 나만 좋아하나 보다. 나만 사랑을 쏟고 있으니 점점 외로워지고 힘들어진다.


사서의 역할은 뭘까

학교도서관 6년차. 졸업하자마자 처음 학교도서관에 들어와서 학부 때 공부했던 학교도서관 운영론을 다시 펼치고, 학교도서관 카페 등을 뒤져가며 열심히 공부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6년이나 되었다. 6년이란 시간 동안 사서로서 일하며 수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초창기 때 나름 당찬 포부를 가지며 아이들에게 딱딱하고 재미없는 도서관이 아닌 책 읽는 것이 즐겁고 누구나 친해질 수 있는 문턱 없는 도서관으로 만들어보자고 다짐했는데 지금은 현실에 안주하여 전처럼 파이팅 넘치지가 않는다.

나의 나태해진 마음과 더불어 요즘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도서관 행사를 위주로 독서와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들을 준비하면서 내 손에는 항상 칼과 가위, 풀이 있었다. 어느 날 작년엔가 졸업한 학생이 오더니 “샘은 여전히 칼질하고 계시네요. 사서는 이런 일만 하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그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아이들에게 나는 칼질만 하는 사람으로 보였던 건가? 아이들의 눈에는 사서라는 직업이 이렇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는 도서관 행사를 준비하려면 이런 것도 해야 해.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행사하니까 재미있잖아? 덕분에 애들도 도서관에 오고? 안 그래?”

맞다. 우리는 아이들이 좀 더 도서관과 친해지기 위해서 도서관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도서관 행사를 통해 사서의 업무 능력을 인정받게 되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 학교도서관 사서의 업무에 대해서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도서관 행사는 다들 비슷비슷하게 진행을 하지만 학교의 분위기와 학교장의 마인드, 운영비 등을 통해서 달라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학교도서관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사서의 업무 능력을 평가한다는게 맞는 건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도대체 사서의 역할이 뭘까? 학교 도서관에서 행사만이 살 길인 건가? 행사가 아닌 다른 식으로 독서교육을 할 수는 없는 것일까?


학교도서관에도 쨍하고 해 뜰 날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 덕분에 우리 학교도서관이 날로 좋아지는 거같아요.”, “학교도서관은 정말 없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선생님 덕분에 책 읽기가 좋아졌어요.” 이런 얘기를 들으면 의기소침해 있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다. 다시 파이팅 해야겠구나!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구나! 아이들은 도서관을 필요로 하는구나!

학교도서관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시는 교장선생님, 학교도서관의 필요성에 대해서 아시는 선생님들, 무엇보다 오늘도 땀을 흘리며 뛰어 들어오는 아이들이 있기에 문턱 없는 도서관이 되었다. 운이 좋게도 교육청과 시청에서 예산을 따올 수 있게 되어서 풍족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독서교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 행복하다.

사서교사 티오가 없는 막막한 현실 속에 비정규직 사서로서 아직도 가야할 길은 험한 가시밭길이지만 넘어져도 울지 않는 캔디처럼 씩씩하게 나아가보려고 한다. 학교도서관을 6년째 짝사랑 중이지만 나 혼자 숨죽여 울기만 하는 사랑도 아닌지라, 내게 행복을 줄 때도 있는지라 ‘언젠가는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을 안고 나는 오늘도 부인중학교 도서관으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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