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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영상읽기] 발리우드 영화! 인도의 힘을 보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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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7-19 07:19 조회 7,69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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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돈 부산국제영화고 교사, 전국영상미디어교육협의회 회원


세계 최초의 유성영화인 <재즈싱어>(1926)가 성공을 거두면서 미국의 할리우드는 워너 브라더스, 월트 디즈니, 유니버설과 같은 메이저 영화사, 대규모 스튜디오, 스타 체제를 기반으로 세계 영화산업의 메카로 급부상한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한 해 동안 전 세계 영화 제작비 26조원의 절반가량인 11조 이상의 어마어마한 자본을 투자하여 세계 영화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한 해 제작되는 영화 편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인도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2010년을 기준으로 볼 때 미국이 700여 편, 한국이 150여 편을 제작한 데 비해 인도는 무려 1,300여 편의 장편영화를 한 해 동안 만들어냈다.

할리우드의 자본화된 영화 시스템에 빗대어 인도 뭄바이(구, 봄베이)를 중심으로 제작된 영화를 흔히 ‘발리우드’라고 칭한다. 사건을 따라 잘 전개되던 극의 구성에 갑자기 끼어드는 뮤직 비디오 같은 뮤지컬이 등장하지를 않나, 뭔가 너무 가볍고 지루해지는 느낌, 영화 속에 종종 등장하는 카스트 제도와 종교적 색채 때문에 처음 인도 영화를 접한 사람들은 낯섦과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지난 100여 년간, 우리들이 할리우드 영화 형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역으로 새로운문화적 안목을 기르는 데 발리우드 영화만큼 좋은 교재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수많은 발리우드 작품 중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줄 수 있으면서도 인도라는 나라에 대해 조금은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작품을 골라 보았다.


삐뚤어진 교육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

<세 얼간이>
인도영화 중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영화를 꼽으라면 바로 “올이즈 웰”이라는 대사가 수도 없이 반복되는 <세 얼간이>일 것이다. 인도 최고 명문 공과대학 동창이었던 파르한과 라주, 차투르가 졸업 후 잊고 지냈던 친구 란초를 찾아 나선다는 줄거리 속에 그들의 대학 시절이 액자식 시퀀스로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일찍이 필자는 이 영화를 교육 관련 영화로 짧게 소개한 적이 있었지만, 다시금 보게 된 이 영화는 총장으로 대변되는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기성세대에 대한 재기발랄하고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의 도전으로도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지상의 별처럼>(2012)에서 이미 소개했듯이 영화감독이자 인도의 국민 배우이면서 사회 운동가로도 알려진 아미르 칸이 연기한 란초란 인물은 오로지 기계처럼 공부하고 주어진 시스템에 최선을 다해 순응하는 것이 제대로 사는 삶이라 생각했던 친구들에게 기계가 아닌 유일한 사람으로 비쳐진다. 그리고 출세와 돈을 벌기 위해서 주입식 교육과 성적에만 연연한 채 살아가는 친구들에게 “네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가라. 그러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참다운 행복은 다른 곳에 있음을 몸소 보여주려 한다. 명문대학이라는 틀 속에 갇힌 채 공부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학생 중 하나가 자살을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란초는 총장에게 “이것은 자살이 아니다. 살인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우리의 교육 현실과도 겹쳐져 씁쓸함을 느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무거운 주제와 어두운 분위기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분명 재미있다. 시종 배꼽을 잡게 만드는 코미디 속에 주제를 명확하게 제대로 녹여낼 줄 아는 감독의 놀라운 연출력 때문에 이 영화는 재미와 감동을 제대로 전달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난 뒤 교육과 참다운 삶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내는 시간을 갖는다면 더없이 유익한 자료로서의 역할도 하리라고 장담한다.


어둠을 깨우는 기적의 언어, 헬렌 켈러의 감동

<블랙>
모든 인도 영화가 같은 문법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시각, 청각, 언어 장애까지 삼중고를 지닌 소녀 ‘미셸’과 그녀 앞에 마법처럼 나타난 ‘사하이’선생님이 만들어가는 놀라운 기적을 다룬 영화 <블랙>을 보면 그런 느낌은 더욱 분명해진다. 이 영화는 어쩔 수 없이 20세기의 기적이라 일컬어지는 헬렌 켈러와 앤 설리번 선생님의 감동 실화를 떠올리게 한다. 이미 헬렌 켈러 재단에서 제작비의 일정 부분을 부담했다고 하니 19세기 미국의 이야기를 인도로 옮겨 만들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볼 수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임을 잊지 마십시오.” 이 영화를 보고 난 순간, 문득 헬렌 켈러가 한 이 말이 떠올랐다.
1880년 태어났으나 시각과 청각을 잃어 말도 할 줄 몰랐던 헬렌 켈러와 그녀를 48년 동안이나 곁에서 지키면서 하버드 대학을 졸업시키고 여러 저작을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앤 설리번. 그 두 사람은 바로 이 영화 속에서 ‘미셸’과 ‘사하이’ 선생님이라는 사실은 영화의 전반부에서 쉽게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보고 듣고 말하는 소통 속에서 제
대로 된 사회성을 기르고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평범한 진리와 너무도 멀리 떨어진 삶 속에서 이미 인간이 아닌 동물처럼 집안에 갇힌 채 살아가는 8살 ‘미셸’. 그녀를 위해 부모님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마법사라 칭하는 ‘사하이’ 선생님을 모셔온다. 헬렌 켈러가 7년 만에 물(water)이라는 단어를 배웠듯 이 영화 속에서도 ‘사하이’ 선생님의 헌신적인 노력과 열정으로 ‘미셸’이 물이라는 개념을 깨닫는 장면에서는 가슴을 울리는 감동을 주체하지 못하고 코끝이 찡해온다. 그러나 이 영화가 실화와 다른 점은 시작과 끝에 보이는 ‘사하이’ 선생님에 대한 시각이다. 제목인 <블랙>의 어두운 삶의 그림자는 ‘미셸’에게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미셸’을 대학에 보낸 후 그녀의 곁을 지키던 ‘사하이’ 선생님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또 다른 어둠의 삶을 감수해야 한다는 곳에까지 이른다. 앤 설리반은 어린시절 정신병원에 감금당한 적이 있었는데 그런 실화의 내용을 이 영화는 이런 비극적인 장치로 바꿔 놓는다. 치매에 걸려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노인이 되어 버린 ‘사하이’와 눈으로는 보지 못하나 ‘사하이’ 선생님이 만들어 준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미셸’의 만남과 사제 간의 정을 뛰어 넘는 애틋한 사랑은 그래서 더더욱 감동적이고, 두 사람의 앞날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품게 만든다.


기적을 만드는 사랑의 힘, 인도판 포레스트 검프

<내 이름은 칸>
장애를 지닌 아픔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인도 영화에 많이 등장한다. 특히 <내 이름은 칸>은 아스퍼거 장애라고 불리는 ‘자폐증’을 겪는 인물이 온갖 역경을 헤치고 차별과 장애를 인간애로 승화시켜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인도인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미국 속에서 살아가는 이민자들에 대한 이야기로도 읽힐 수 있다. ‘칸’은 무슬림들이라면 이름에 반드시 들어가는 단어다. 어릴 적부터 발달장애를 가진 리즈완 칸(샤룩 칸)은 다른 면에서는 천재성을 지닌 인물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자 미국의 동생 집으로 오게 되는 칸.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 순수함과 남을 배려하는 성격을 지닌 그는 사랑 앞에서도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익숙하다. 결국, 아들과 단둘이 살아가는 아름다운 여인 만디라는 그의 변치 않는 사랑에 감동해 함께 살게 된다. 그러나 9.11 테러는 그의 순탄한 삶에 파장을 몰고 온다. 9.11 테러로 인해 미국인들의 다수는 이슬람 교도들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적대감을 드러낸다. 그런 속에서 힌두교임에도 어머니가 리즈완 칸과 결혼하였기 때문에 이름에 ‘칸’을 사용하게 된 샘이 학교에서 인종차별과 괴롭힘을 당하다 결국 살해당하게 된다. ‘칸’ 때문에 아들이 죽었다고 생각한 만디라는 그를 멀리하기 위해 뜬금없이 대통령을 만나 자신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라고 말하면 다시 사귀겠다고 말한다. 그때부터 이 영화는 마치 인도판 <포레스트 검프>처럼 발달장애를 지닌 ‘칸’의 휴먼드라마로 로드무비 형식을 빌려 극이 전개된다.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난 ‘칸’. 온갖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천재성으로 돈벌이도 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 도움도 받고 곤란에 빠진 사람들을 돕기도 한다. 그러다 대통령의 연설장에서 그를 테러리스트로 오인한 사람들이 증거도 없이 감옥에 가둔다. 감옥에서 나온 후, 그는 뉴스에서 자신이 도움을 받으며 머물던 동네가 허리케인으로 인해 물에 잠긴 것을 보고 무작정 그곳으로 달려가 사람들을 구하고 마을을 재건하는데 앞
장선다. 그의 이런 모습은 뉴스를 통해 생중계되고 결국 미국인의 영웅이 되어 대통령을 만나게 된다. 어찌 보면 단순한 내러티브로 지루해질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시선을 거두기 어려울 정도로 보는 사람을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 영화다.




할리우드를 뛰어넘는 전혀 색다른 액션 블록버스터

<로봇>
그렇다고 발리우드 영화들이 휴먼 드라마에만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인도는 잘 알다시피 세계적인 IT강국이면서 고도의 기술력을 보유한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만들어진 SF는 어떨까? 제작비 3,800만 달러가 들어간 <로봇>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길들여 진 우리에게 조금은 낯설고 엉뚱한 영화로 다가온다. 주 내용은 군용 로봇으로 개발되었으나 납품이 거절되자 인간 감정이 프로그래밍 된 로봇 치티가 자신을 만든 바시가란 박사의 애인인 사나를 사랑하는 감정을 갖게 되면서 박사를 배반하고 인간을 상대로 무자비한 전쟁을 벌인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이미 <터미네이터>나 <프랑켄슈타인> 등의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너무도 익숙해진 내용이라 별반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백미는 익숙한 소재를 독특한 방식의 액션과 구성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데 있다. 로봇 치티가 인간과 전쟁을 벌이면서 자신의 몸을 변형하고 우리의 고전인 홍길동처럼 분신술을 벌이는 장면 등에서 나타나는 상상력과 화려한 색채가 강조되는 영상, 극 중간 중간 삽입되는 군무와 노래가 어우러진 뮤지컬 장면 등을 통해 영화가 아닌 전혀 색다른 형태의 예술을 감상하고 있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 속에서 박사와 치티의 1인 2역을 담당한 인도의 국민배우인 라지니칸트는 환갑을 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를 능가 하는 고도의 액션과 미스 월드 출신의 배우인 아이쉬와라 라이와의 로맨틱한 감정 연기,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배꼽을 쥐게 만드는 코믹 연기 등에 전혀 부족함을 느낄 수 없는 점도 감상 포인트의 하나이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다수의 인도 국민이 가난에 허덕이는데 비해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크샤트리아 정도의 카스트제도 맨 상위에 위치한 계급임을 암시하는 장면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우리는 이를 통해 인도 사회에 대한 나름의 이해를 키우는 데도 도움
을 받을 수 있고, 발리우드 영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키우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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