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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사서의 소리] 이젠 내 꿈이 아닌 사서의 꿈을 이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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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6-19 14:51 조회 7,69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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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경기 이담초 사서


나의 꿈은 사서

창밖을 바라보고 꽃이 피어나고 새싹이 움트는 것을 볼 여유조차 만들지 못하는 시기이지만 이 글을 쓰면서 마음속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본다. 길고도 짧은 시간 저 너머에 뒤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과감히 방향을 바꾼 내 모습이 보인다. 소녀시절 꿈으로 간직하던 일을 직업으로 삼고,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여러 가지의 상황과 여건을 과감히 나의 행복지수에 맞춰 털어버리고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준비하던 시절이 사서가 된 후보다 더 행복했던 때가 아닌가 싶다. 우여곡절의 시간을 보내고 사서라는 꿈을 이루었고, 하고자 했던 대학도서관의 주제전문사서는 아니었지만 학교도서관 사서로서의 시작도 감사히 받아들였다.

내가 꿈을 이룬 것처럼 내가 있는 곳의 아이들도 꿈을 만들고 이루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나갔다. 도서관에 매달려 건강이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거의 매일 늦은 퇴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고 도서실에 많이 올 수만 있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결국 너무 무리한 탓에 휴직을 해야 했지만, 그때만 해도 계약직인 사서가 그만두지 않고 쉴 수 있는 방법은 없었기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그만두고 나와야만 했다. 다행히도 그 다음해 다시 학교로 출근하게 되었으나 예산 문제로 다른 학교로 옮겨야 했다.


여럿이 함께 학교도서관 살리기

뒤늦게 꿈을 이루겠다고 선택한 만큼 열정을 다해 학교도서관과 관련된 연수, 모임, 각종 인터넷 사이트, 책, 자료 등 도움이 될 만한 모든 것을 찾아내고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덕분에 얼굴은 모르지만 전국에 있는 학교도서관 담당선생님과 사서선생님들이 나에게 상담을 해왔고, 자료요청도 해 주었고, 격려와 칭찬도 아낌없이 해 주었다. 학교도서관을 지켜나가는 여러 훌륭한 선생님들의 노하우와 활동을 꼼꼼히 체크하고 배워보려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많은 정보와 보석 같은 자료들을 공유하고 나누고 싶은 마음에 교육청에 요청하여 사서들이 함께하는 자리들을 만들어 갔다.

사서가 없는 학교도서관을 창고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싫어서 개인시간을 쪼개서라도 다른 학교의 도서관 업무를 도와주고, 혼자가 아닌 여럿이라면 훨씬 더 많은 학교도서관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여러 가지 의견을 내고 교육청 담당자와 협의하고 고민하였다. 그 결과 만들어 낸 것이 지금의 학교도서관 운영컨설팅단과 멘토-멘티 활동이다. 초보 담당자도 학교도서관을 운영해 나갈 수 있도록 학교도서관 매뉴얼을 넣어 만든 『학교도서관의 사계절』이라는 장학도서도 만들었다. 지금은 제법 자리를 잡아 주변 지역에서 부러워할 만큼 동두천양주사서모임이 잘 되어 사서가 없는 학교까지도 함께 이끌어가고 있다.


직업에는 귀천이 있다

학생들에게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그 어느 직장보다도 직업의 귀천이 확실한 곳이 바로 학교다

학생들의 눈에 비친 사서의 모습은 선생님이다. 학생들에겐 계약직사서, 비정규직이 아닌 학교도서관 사서선생님이다. 학생들 앞에 서야 하는 사람이기에 학교에서도 품행이나 의무, 책임에 대해선 교사들과 같이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정작 지켜야 할 의무만을 줄 뿐 권리는 없는 그저 도서관을 지키고 있는 비정규계약직으로 낙인찍고 있다.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 그저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이고 체험이나 견학을 나가도 사서는 동행하는 책임자로 설 수 없다. 학생들에게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그 어느 직장보다도 직업의 귀천이 확실한 곳이 바로 학교다. 사서는 아무리 많은 일을 하고 최선을 다해도 교사보다 한가한 사람, 요구사항이나 의견을 내는 것에 대해서는 말 많은 귀찮은 존재다. 예산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사용하기 아까운 1순위는 사서의 인건비이고, 학교에서 원하는 바를 해내지 못하면 전문성 떨어지고, 다 잘 해내는 게 기본이어야 하는 게 사서다.

언제나 교사들 옆에 그림자처럼 붙어서 묵묵히 시키는 일만 하고 존재감이 없어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라고 하는 그런 곳이 바로 학교다. 무기계약이라도 예산이 없다면 언제든 말 한마디 못하고 그만둬야 하고, 부당한 일을 시켜도 싫다고 말할 수 없고, 몇 년을 일해도 급여는 언제나 제자리이고, 바람 앞에 호롱불처럼 언제나 불안한 자리가 바로 지금 내가 있는 자리이다. 행정실무사라는 명칭이 만들어지고, 예산지원도 100% 해주다 보니 사서를 관두고 행정실무사로 들어와 두 가지 업무를 해주길 바라기도 한다.

얼마 전 근처 학교에선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2년에서 2개월이 모자란 틈을 타 무기계약 전환 대신 다시 1년 계약을 요구하며, 형식적인 절차인 것처럼 공고를 냈고 결과는 다른 사서를 뽑아버린 잔인한 현실이 바로 학교도서관 사서의 현실이다. 자리도 많지 않아 부지런히 알아보지 않으면 들어가기 쉽지 않은데, 2월이 다 지나가고 공고도 다 끝난 시점에 그 학교 사서는 무기계약 전환이 되기 전이라는 이유로 아무 말도 못하고 나와야만 했다. 내가 처음 학교도서관 사서로 들어 왔을 때에 비하면 많은 조건들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학교에서 사서는 파리 목숨과도 같다.

요즘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질문하면 ‘정규직’이라고 답한다고 한다. 가슴 아픈 현실이다. 이젠 매스컴에서도 나오고 정보가 워낙 빠르다 보니 학부모와 학생들도 사서들이 계약직이라는 것을 많이 알고 있다. 내가 속한 직장에서 무시당하는데 밖에 있는 다른 이들이 존중해 줄 리가 없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희망을 받고 희망을 주고
함께 소통하는 이들이 있어 행복하다

삶의 불안에 떨며 업무에 찌들어 내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면 남에게 행복을 전하는 일은 당연히 해낼 수 없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것은 몇 년간 묵묵히 봉사하고 내 곁에서 밀어주고 끌어주고 힘이 되어주는 독서보람교사들과 아침마다 도서관 문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이 학교로 왔을 때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 업무를 맡고 있는 도서담당선생님이 열의가 있었고, 그때부터 자처해서 봉사하셨던 보람교사들 덕에 이것저것 해나가야 할 일들이 많은 나한테 정말 큰 힘이 되었다. 그렇게 큰 힘을 주신 분들이 지금까지 7년째 쭉 같이 해주시고 계시니 나에겐 더없이 든든한 버팀목이다.

나의 열정만큼이나 애정을 갖고 함께 해주신 덕분에 ‘보람교사 우수사례발표’와 매년 우수 동아리 지원금을 놓치지 않았고, 우리학교도서관 활성화에 아주 큰 역할을 해 주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 아침독서(각 교실로 들어가 책 읽어주기)와 아침독서시간 인형극 보여주기, 보람교사카페운영, 도서실 소식지와 함께 발간하는 독서보람교사 소식지 <올리사랑>도 내보내고 있다. 또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보람된 일을 해보자는 제의에 흔쾌히 동참한 보람교사 몇분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무료공부방도 벌써 4년이 되어가고 있다.

때론 학부모와 사서로 때론 동네 친한 아줌마들처럼, 또 같은 학부모로 나의 어려움과 속 타는 마음을 알아주고 속마음을 나누고 내 일처럼 팔 걷어 붙이고 도서관에 나와 도와주고, 참새방앗간처럼 오며 가며 들려 궁금해 하고 좋은 정보와 의견도 주는 우리학교 보람교사들 덕에 힘이 난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도서부 활동이 있었을 때 함께 했던 아이들이 가끔 찾아와 인사하고 보람교사들과 함께 견학 다니고 활동했던 이야기를 나눌 때면 나는 행복하다. 도서관을 사랑해주며 사서를 기억해주고 사서의 몫을 인정해주는 이들이 있기에 나는 행복하다.


이젠 진정한 사서의 꿈을 이루고 싶다

내가 꿈이라고 말하던 사서는 어쩌면 그저 단순한 직책에 불과할 수 있다. 이젠 단순한 어떤 직업이 아닌 사서의 꿈을 이루고 싶다. 교사가 수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업무경감을 하겠다고 수업 외에 업무를 줄이는 것처럼 사서도 사서 본연의 일을 해 낼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단순히 책 정리하고 대출 반납하는 일은 사서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본연의 일을 해내기 위해서 수많은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하고 고민하고 시간과 마음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책을 읽어보고 만져보고 느껴보고 아이들에게 권할 수 있고, 아이들과 눈 맞추며 소통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만들고, 수업에 필요한 자료들을 준비하고 이용자들이 요구하는 정보들을 찾아주는, 그래서 도서관에 오면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는, 그야말로 책으로 소통하는 것을 배워가고 실감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서가 되고 싶다. 현실 속의 사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잡무와 대출반납과 책 정리로 아이들과 이야기 나눌 시간도, 원하는 책을 찾아주며 또 다른 책을 권해줄 시간도 없이 그저 도서실을 관리하는 역할로 자리 잡은 현실에서 벗어나 진정한 사서의 꿈을 이루어 나가고 싶다.

고용안정이 되고 제대로 된 인격체로의 대우를 받는다면 행복한 사서는 꿈을 이루기 위해 더 많은 열정을 다할 것이다. 사서의 소박한 꿈은 함께 읽고 함께 웃고 소통하며, 학교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산소와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삶의 불안에 떨며 업무에 찌들어 내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면 남에게 행복을 전하는 일은 당연히 해낼 수 없다. 존경하는 이들과의 간접대화를 나눌 수 있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지름길, 마음의 배고픔을 채워주고, 각박하지 않은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 책 한 권의 힘은 무엇보다 크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데 알고만 있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책 한 권의 큰 힘과 존재가치를 우리의 미래가 될 아이들과 만나게 해줄 수 있는 다리가 되어 주는 것이 바로 사서가 해야 할 일이다.

내가 권한 책 한 권이 도서관을 드나들던 어떤 아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 소중함을 찾아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훗날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며 그때 학교도서관에서 읽던 책을 떠올리며 함께 떠올려지는 그런 사서가 되기를 오늘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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