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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어요-그저 실컷 놀자,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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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8-06-29 14:40 조회 29,99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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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실컷 놀자, 함께!
 
 
아빠, 오늘은 뭐하고 놀까? 박규연 지음, 박성우 사진 |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김영미 kelly94@hanmail.net
은평구 구산동도서관마을 사서. 아이 셋과 어울려 살고 있다. 공동육아협동조합에 참여하고 있는 조합원이며 두레생협에서 활동한다. 평화와 공존을 간절히 원하지만 삶은 늘 갈등과 지질함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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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주말, 여행을 떠나는 가족들은 어떤 마음으로 갈까? 어른들은 놀기 좋은 자연을 찾고 아쉬우면 인근 유적지나 기념관을 돌며 우리 역사를 돌아본다. 그저 늘어져 있고 싶으면 인적이 드문 조용한 곳을 찾아 떠난다.
아이가 셋이고 동네에서 여러 가족과 어울리다 보니 해마다 열 번도 넘게 가족과 동네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 숙소를 정하고 인근 가볼 만한 곳을 검색하고 함께 뭘 먹을지 고민하다 왁자지껄 떠들고 아이들은 서로 어울리며 놀고 또 논다. 대부분 즐거웠다고 생각한 여행들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여행을 가면 어떤 장면을 떠올릴까? 《아빠, 오늘은 뭐하고 놀까?》는 자연과 역사와 사람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딸과 아빠의 좌충우돌 체험기로 지금까지 아이들과 함께했던 우리의 여행은 어땠는지 생각하게 하는 여행일기다.
 
지금까지 우리의 여행은 어땠을까? 주로 어른의 기준에 맞추어져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여행을 가면 어디를 갈지, 뭘 먹을지, 그곳에서 무엇을 할지 생각했지 어떤 마음으로 여행을 갈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집에 돌아오면서 아이들이 숲길이 좋았어, 체험이 재미있었어, 이랬어 저랬어 하는 말들도 흘려들었다. 책에서 만나는 어린 작가의 그림일기는 아이가 보는 세상이 드러난다. 사진에서는 아이를 바라보는 아빠의 시선이 느껴진다. 아이가 만나는 세상에는 특별한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눈길을 끄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초등학생이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니 부럽기도 한데 그림을 보다 보면 아이가 아주 특별한 재능이 있다기보다는 어떤 아이도 꿈을 꿀 수 있다는 사실, 아이들은 누구라도 작가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지 생각된다. 또 아빠가 질문하고 아이가 답하는 과정을 넣어 부녀 사이의 자연스러운 대화 방법을 소개한다. 엄마에게는 비밀인 내용도 공유하는 소통으로 둘 사이의 팀워크를 보여준다. 아이들과의 소통이란 답이 있다기보다는 마음이 잘 맞는지 알아보는,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보는 과정인 것 같다.
여행을 가면 어른들은 뭔가 해야 한다는 알 수 없는 미션(?)에 사로잡히지만 아이들은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 책은 이 과정의 기록을 들춰보는 재미가 있다. 여행지에서 아이에게 물어보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마음이 드러나는 모습을 보니 우리 아이들에게도 시도해보고 싶어졌다. 아이들이 원하는 여행에 초점을 맞추어 책을 읽다 보면 새로운 여행 방식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집 첫째라면 근사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원할 것이고, 둘째인 딸은 꽃과 풀이 잔뜩 있는 자연의 한적함을 즐기고 싶어 할 것이다. 막내라면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노는 넓고 넓은 숲과 운동장을 좋아하지 싶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아이들 마음에 더 많이 남길 수 있는 여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 구례 화엄사에 갔었다. 남편과 나는 절을 둘러보는 답사 여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딸은 꽃이 만발한 주차장에 주저앉아 놀고 싶어 했다. 오래된 역사가 있는 절도 봤으면 좋겠고 시간 되면 친다는 종소리도 듣고 싶어 서둘렀는데 그때 딸이 좋아하던 꽃밭에서 종일 놀게 했으면 어땠을까? 막내랑 잠깐 발을 담그고 온 계곡에서 오전부터 종일 놀았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매번 여행에 시큰둥한 큰아이는 야속하게도 화엄사는 전혀 기억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설렁탕 한 그릇을 먹고는 돌아오는 내내 설렁탕 감상평만 늘어놓았다. 그때는 내심 짜증이 났는데 이 아이와는 먹을 것에 대한 기원을 찾아보는 여행도 괜찮을 것 같다.
 
여행을 바라보는 시선을 좀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실컷 놀고 재미있었던 기억을 남기는 것으로. 어른들의 미션에 집착하기보다는 그 순간 찰나의 기쁨을 느끼는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좀 더 분발해야겠다.
 
 
 
이 글은 계간 <우리교육> ‘함께 읽어요’ 지면에 실린 <아빠, 오늘은 뭐하고 놀까?> 서평 전문입니다. 글을 쓴 김영미 사서와 이 글을 학교도서관저널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을 허락한 우리교육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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