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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공동체와 손잡고 나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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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12-07 11:16 조회 14,92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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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다문화도서관』 사서의 밑줄 3




지역 공동체와 손잡고 나아가기






다문화작은도서관은 위치한 지역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이용자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이자, 그 ‘다름’을 배경으로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성장체이기 때문이다.


또한 ‘작은’이라는 말에는 만나고, 모이고, 연대해야 한다는 의지가 필연적으로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규모가 작은 공동체일수록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게 여겨지고, 이야기 하나하나가 잘 들린다. 그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기만 하면 어마어마한 시너지가 생겨난다. 이 모든 것은 도서관이라는 장소에서 이루어지고,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 우리가 지역과 협력해야 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공간을 공유하며 이웃이 되다


도서관에서 지역 협력을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공간을 공유하면서 협력이 이루어질 수도 있고, 같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또는 지역의 인력과 자본을 지원하고 나누면서 하나의 도서관에서는 절대 이루지 못할 성과들을 만들어낸다.


우리 도서관은 공간이 작다는 핸디캡을 이점으로 살리려고 노력하였다. 먼저 지역의 여러 공간에 대해 알아내고 공유하는 법을 배워간 것이다. 도서관에는 프로그램실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어떤 프로그램을 할지 기획하고 나면 운영할 장소부터 찾는 것이 일이었다. 23평의 열람실도 추가된 서가로 빽빽한 데다가 하루 평균 100명의 이용자가 오고 가기 때문에 도서관 안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주위의 많은 기관과 연결하고, 공간을 대여해야만 했다.


행사가 적은 달에는 이웃 다문화기관이나 지역 교회 회의실, 주민센터의 빈 공간을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5월, 9월, 10월이 되면 조그마한 공간조차 구하기가 어려웠다.


한번은 도서관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인력사무소에서 독서동아리 모임을 한 적이 있다. 미리 잡아두었던 회의 공간에 갑자기 공식 일정이 생기면서 동아리 사람들이 도서관 앞에서 우왕좌왕하게 되었는데, 평소 인사하고 지내던 인력사무소 과장님에게 부탁하여 급히 사무소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땀 냄새와 담배 냄새가 찌든 소파에 앉아 2시간 동안 그림책을 읽었다. 낯설고 어색했지만 공간이 주는 생경함은 우리가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떠올리게 했다. 우리가 자고 있는 새벽 4시경이 여기 인력사무소는 가장 바쁜 시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여기서 일자리를 못 구하는 날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몇몇 분들의 얼굴을 알게 되었다. 과장님은 도서관에서 이런 활동이 있는지 몰랐다고 하면서, 앞으로 도서관 홍보물이 있으면 사무소 앞에 붙여주겠다고 했다. 그 뒤로도 우리는 몇 번 그 사무실을 이용하였다. 우리 도서관은 이름처럼 ‘작은’ 도서관이지만 안산 곳곳에 ‘분관’을 갖춘 셈이기도 했다.



다른 도서관과 연결되기


안산에는 10개 넘는 작은도서관들이 협의회를 이루고 같이 활동을 한다. 함께 도시의 책문화축제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운영하기도 하고 안산시에 작은도서관에 대한 정책을 제안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역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중심이 되어, ‘안산의제21’에 도서관특별분과를 구성해 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의제들을 발굴하고 그 실천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에 우리 도서관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처음, 네트워크 활동에 함께하자고 했을 때는 선뜻 나서기가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주민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이야기가 잘 전달될지도, 활동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들을 잘 이해할 수 있을지도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나는 이주민이든 선주민이든 우리 모두는 낯선 모임에서 누구나 어색하고 긴장하기 때문에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진심을 다해 전달했다.


이용자들은 조금씩 지역 네트워크 활동을 하기 시작했고, 어디를 가나 이분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다양성이 빛을 발하였다. 안산시 책문화축제에서는 지구별 책여행을 안내하는 부스를 열고 시간마다 다양한 구연동화를 재현하여 지역의 아이들과 만났다. 416가족협의회와 416공방, 그리고 안산의 이웃들이 함께하는 ‘엄마랑 함께하장’에서도 동아리회원들이 손수 짜서 만든 행운실팔찌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도서관의 이용자들은 도서관을 매개로 하여 지역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다문화인’이 아닌, 지역주민의 한사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학술의 보고, 대학 도서관 방문기


도서관이 지역과 손잡는 방법으로 지역 대학 도서관과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시너지를 가져온 경우도 있다. 2016년 여름이 시작될 무렵, 안산에 있는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학술정보관과 함께 ‘길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동네 작은도서관에서 대학 도서관까지’라는 프로젝트로 이주노동자, 결혼이주민, 청소년, 어른, 아이 모두가 우리 도서관에서 캠퍼스까지 함께 간 다음 대학생들을 만나고, 학술정보관을 탐방하는 기획이었다. 같이 걸으면서 안산 곳곳도 구경하고 지역주민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실제로 만나보자는 취지였다. 2시간 남짓 같이 걷는 길에서 우리는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군가가 어떤 건물에 대해 물어보면 그 건물을 아는 사람이 해설자가 되어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나누며 도착한 학교에서 ‘다양성의 시대-경계 넘기’라는 주제로 강의도 들었다.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캄보디아어 통역도 미리 준비하여 진행이 매끄러웠다. 강연이 끝나고, 학생들로 구성된 서포터즈의 안내를 받아 대학 캠퍼스를 둘러보기도 하였다. 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대학 도서관에 방문하는 것이었다. 학술정보관은 평소 외부인은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 그런지 이곳에서 참가자들의 표정이 유난히 밝았다.


마지막 소감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근처에 대학교가 있는데 와볼 생각을 못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고국에 돌아가면 대학 도서관이 어디 있는지 찾아서 가보고 싶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중 한 청년의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도 못 마치고 일하러 한국에 왔다’는 그 청년은 고향에 돌아가면 다시 공부를 해서 꼭 대학을 가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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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포함하여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은 도서관을 ‘다문화’라는 이름이 붙은 특별한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가까운 곳에 있으니 오가며 들르는 곳이 되었고, 이주민이 많이 사는 지역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람과 문화가 모이는 곳이 된 것이다. 도서관과 지역 협력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우리가 ‘다문화’도서관이라서, ‘작은’도서관이라서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여기기보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공간에 먼저 자부심을 갖고 상대방과 동등한 눈높이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더 큰 시너지를 만들기 위해 누구나 협력을 요청할 수 있고 또 협력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앞으로도 우리 주위의 여러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프로그램에 참여할 이용자들이 이웃들과 그저 편안하게 어울리며 지역사회에 녹아들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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