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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 독서록은 정말, 이제 그만! (<우리교육> 2019년 겨울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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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9-12-10 15:43 조회 21,50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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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어요▮교육




억지 독서록은 정말, 이제 그만!



《초등 한 학기 한 권 읽기》 전국학교도서관 경남모임 학생사모 지음 /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책 읽은 거 독서록 세 줄 써야 해, 한 줄만 쓰면 안 될까?”
“선생님께 혼나겠지, 책을 읽었으면 읽었지 왜 뭘 쓰라는 거야.”
“엄마… 하기 싫어, 하기 싫어, 하기 싫어….”


거실 한구석 어딘가에서 애먼 군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가뜩이나 책 읽기 싫어하는 아홉 살 막내는 일주일에 한 번 고작 세 줄 쓰는 독서록을 붙잡고 30분째 푸념 중이다. 아이 입장에서야 엄마가 들어주었으면, 마음을 바로 알아주었으면 하고 내미는 손이겠지만 나는 무심하게 “그래도 숙제는 해야지.”라고 하며 넘어간다. 걱정이라도 하면 다행, 이마저도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안 하기 일쑤다. 그러기를 몇 주.


“그렇게 책 읽기가 싫어?” 물었더니 머뭇거리던 아이는 “‘응’이라고 대답하면 화낼 거야?” 물으며 짐짓 진지하게 묻는다. 아이는 책 읽기는 싫다고 말하면 안 되고 재미없다고 해도 안 되고 지금은 읽기 싫은데 꼭 지금 읽으라고만 한다고 볼멘소리다.


“엄마 나는 원래 일곱 살 때까지는 책 읽기를 좋아했는데 학교에 가니까 선생님이 자꾸 읽어라 읽어라 하고 안 읽었다고 하면 혼내니까 재미없어졌어, 이제 책 표지만 봐도 화가 난다고.”


아이의 솔직한 넋두리에 피식 웃음이 난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인데 도대체 어쩌다가! 담임 선생님은 나름대로 아이들이 책 읽는 습관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했겠지만 막내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도리어 세상에서 책 읽기가 제일 ‘싫은’ 학생이 되었다. 책 읽기가 너무 좋을 수는 없겠지만 무려 싫어하는 아이라니! 우리 집 양육 사전에 그런 단어는 없었는데. 그런데 교실에서 책 읽기는 우리 집 아이만의 골칫거리는 아니었나 보다.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화된 독서 교육을 통해 학교 교육과정에서 책 읽기를 지도하는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적용된 지 4년. 올가을 전국학교도서관 경남모임 학생사모에서 발간한 《초등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교사들이 교실에서 그 고민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세세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그야말로 재미있는 책 읽기 백과사전, 교사들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워크북으로도 매우 훌륭하다. 부모도 읽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팁이 책 곳곳에 잔뜩 펼쳐져 있다.


수준이 다른 아이들의 책 읽기, 함께 책을 읽는 방법, 아이들에게 동기 부여하기 등 ‘한 권 읽기’에 관해 궁금한 점들을 모아 질문과 답으로 정리했다. 특히 한 권 읽기를 당장 진행해야 하는 교사에게 유용하다. 현직 교사들이 실제로 수업한 사례를 15개의 카테고리로 나누고 저학년, 중학년, 고학년이 진행한 책 읽기 활동을 읽기 전, 읽는 중, 읽은 후로 나누어 정리했다. 지금 바로 선택해도 괜찮은 도서 목록, 도서 구입 예산 마련하기, 책을 읽고 활동하는 다양한 방법 등이 소개되어 있다.


교사들이 직접 진행해본 ‘한 권 읽기’의 다양한 방법들, 책 표지 보고 내용 상상하기, 책 읽기 전에 그림만 보기, 책 내용을 정지 장면으로 표현하기, 기억나는 말 적어보기, 시 읽고 제목 맞추기, 단어 바꿔 시 쓰기 등은 읽어보기만 해도 ‘한 권 읽기’에 푹 빠져 있는 아이들의 얼굴이 보이는 것만 같다. 동시에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 그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교사들의 마음이 책 곳곳에 가득하다.


진동초등학교 조소영 교사는 4학년 아이들과의 책 읽기 ‘나는 소심해요_엘로디 페로탱’ 활동에서 “소심한 주인공이 대단한 일을 겪지 않고도 스스로를 인정하고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처럼 한 권의 책을 읽고 난 후 아이들의 표정과 목소리도 변하게 하는 것이 책이 가진 힘”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서문에 “책 읽기가 학교 교육 과정 속으로 들어오면서 성취 기준을 달성한다는 명목하에 책 읽기의 즐거움을 빼앗아서도, 평가를 목적으로 책 읽기의 본질을 훼손해서도 안 된다”고 못 박는다. 제황초등학교 이동림 교사는 “좋은 것은 아이들에게 억지로 권하지 말아야 한다. 조급해하지 말고 그냥 버려두고 지켜보면 아이들은 스스로 좋은 것을 찾아갈 줄 안다”고 말한다.

책 읽기는 그저 즐거운 것으로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초등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매력은 즐거운 책 읽기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금, 바로’ 도와준다는 것이다.



김영미 kelly94@hanmail.net
은평구 구산동도서관마을 사서. 아이 셋과 어울려 살고 있다. 공동육아협동조합에 참여하고 있는 조합원이며 두레생협에서 활동한다. 평화와 공존을 간절히 원하지만 삶은 늘 갈등과 지질함의 연속이다.




<우리교육> 2019년 겨울호 146~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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