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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_ 아, 너도 그랬구나...

오마이뉴스 [책이 나왔습니다]

 
10대들의 진짜 속마음, 너도 그랬구나
 
  <괜찮아, 나도 그래> 책 출간, 소통과 치유를 목표로 하다
 
 
몇 해 전, 클라이밍을 배운 적이 있다. 암벽에 있는 홀드를 잡고 팔과 다리를 이용하여 다음 홀드를 잡는다. '삼지점'을 그리며 차근차근 홀드를 이동하다 보면 어느새 양 손발이 서로 꼬이기도 한다. 그러다 마지막 홀드를 잡으면 그 뿌듯함은 최고다. 차례를 기다리며 지켜보던 동료들도 '우와' 하며 박수를 친다. 클라이밍 중 '볼더링'을 성공할 때다. 볼더링은 난이도에 따라 같은 색깔의 스티커에 번호 순대로 표시된 홀드를 잡고 등반을 하는 운동이다.
 
한 해를 보내는 게 꼭 맨손으로 암벽을 오르는 클라이밍과 닮았다. 새해에는 어떤 색의 길을 갈 것인지 고민하고 목표를 세우고, 내 인생에 바짝 달라붙어 목표를 이루려고 노력한다. 벽에 달라붙어 하나하나의 홀드를 붙잡으려는 순간 시야가 좁아지는 것처럼 목표를 위한 움직임 또한 꼭 그렇다. 연초, 한 발 뒤에서 고민하던 여유는 어느새 사라지고 다음 길이 보이지 않는다. 가끔은 목표에서 미끄러지고, 작심삼일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누군가 와서 응원하고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나의 2017년도 꼭 그렇게 보냈다. 한 가정의 가장, 학교의 교사,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나는 여러 번 손과 발이 꼬이고, 홀드를 제대로 붙잡지 못해 떨어지고, 그럴 때마다 누군가가 힘을 보탰다. 이번 글에는 학교의 교사로서 2017년을 돌아보고, 2018년을 그려보고자 한다.
 
교직 10년차, 후배들과 함께한 모교의 교사 생활은 특별했다. 후배들과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자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3월부터 목표는 삐거덕거렸다. 집중하지 못하는 요즘의 중학생들, 한 귀로 듣고 흘리는 후배들, 앞에서는 '네' 하지만 호박씨 까는 친구들을 보며 묘한 설렘은 차갑게 식어갔다.
 
그러던 중 편지 한 통을 받았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제자의 편지였다. 편지는 대충 이러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속으로 곪아가고 있었고,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글을 쓰게 되었고, 글을 통해 표현하는 방법을 알았으며, 표현을 하면서 상처는 아물 수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과 같은 사서교사를 꿈꾸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받고 떨어진 벽에서 다시 홀드를 잡는 것처럼 학생들에게 새로운 마음으로 다가섰다. 편지에 쓰인 것처럼 솔직하고, 친절하게! 학생들이 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나의 시선이 바뀌니 후배들이 믿음직스러웠다. 그리고 방과 후에는 편지를 보낸 제자처럼 글을 쓰고자 하는 친구들과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진행했다.
 
학생들이 느끼는 감정을 키워드로 제시해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글로 써보는 이른바 '감정 글쓰기'를 진행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십 대의 친구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교사인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먼저 글감을 선정하면 글감에 대한 내 경험을 진솔하게 들려준다. 가끔은 학생들이 웃기도, 울기도 했다. 그런 날은 내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아이들도 참 진솔하게 글을 써내려갔다.
 
오늘 친구와 싸웠다. 모두 수군거리는 것 같았다. 어제까지 친구와 수다 떨던 학교 생활이 오늘은 참 막막하다. 밥 먹을 친구를 찾아 둘러보는데 모두가 흉기를 한 손에 쥐고 있는 걸로 보인다. 정말 2시간 남은 학교 수업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드디어 집에 갈 수가 있어 폰을 받아 '페북'을 하는데 악플(악성댓글)을 찾았다.
이제 친구가 무서운 게 아니라, 내가 무서워진다. 정말 별일도 아닌데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내가 무섭다. 이 일이 끝나기 전까지는 하루가 백 년보다 더 길게 느껴질 것 같다.
(글제: 하루가 길다 / 2학년 강지우)
 
같이 글을 쓰는 친구들은 '나도 그런 적이 있는데'라며 공감했고, 지우는 '나만 그러는 게 아니구나'고 느꼈다고 한다. 내 감정이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아주 보편적임 감정임을 알게 될 때 마음의 무게는 한결 가벼워진다는 것은 글쓰기의 힘이자 공감의 힘이다.
 
그때부터 우리 학교 학생들만 이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과 후에 쓰는 글들을 모아 파일로 만들기 시작했고, 출판사에 글을 보냈다. 출판사에서도 기획 의도를 인정하고 책으로 묶어 전국의 다른 학생, 학부모 들에게도 공감과 치유의 기회를 나누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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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을 마무리하기 한 달 전, <괜찮아, 나도 그래>라는 제목으로 책이 출간되었다. 매주 한 번씩 방과 후에, 여름방학에도 선생님과 함께 자신의 마음을 가감 없이 풀어낸 17명의 학생들은 책을 받고 엄청난 환호성을 질렀다. 친구들에게도 나에게도 볼더링의 마지막 홀드를 붙잡는 순간이었다.
 
한 학생의 소감을 인용해본다.
 
"상처로 남았을 것 같던 기억을 '하루가 길다, 감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등의 글감에 담으니 상처가 추억으로 변했다. 모든 생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물과 햇빛 같은 존재가 감정 글쓰기라고 생각했다."
 
이제 2018년의 목표는 상처받고 사는 십 대에게 이 책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일상에서 겪는 작은 마음의 짐들을 가붓하게 해줄 수 있는 글들로 다가서는 일이다. 엄마와 다투는 일로 얻은 마음의 짐, 성적 스트레스, 친구 관계, 축 늘어진 가방을 메고 다니는 학교 생활, 후회스러운 일들로 점철된 십 대의 마음을 토닥이는 일이다.
 
학부모들 또한 우리 아이의 속마음이 이렇다는 것을 알아주면 참 좋겠다. 휴대폰을 하다가 엄마가 방에 들어오는 순간 화들짝 놀라 휴대폰을 떨어트린 친구는 엄마의 잔소리가 귀에 들어올까? 그 친구는 잔소리를 듣는 내내 떨어진 휴대폰이 무사한지 그 생각뿐이었다고 한다.
 
엄마와 심하게 싸우고 막말을 했지만 그것은 진심이 아니었다는 친구, 엄마의 따뜻한 말 한마디로 오히려 미안해졌다는 친구들의 마음을 읽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오늘 동생들이 일찍 안 잔다고 엄마와 이야기하다가 한바탕 싸웠다. 오늘도 그렇듯 엄마는 오후 5시가 되자 집을 나갔다. 나 혼자 남은 집….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뒤늦은 후회. 소파에 가만히 앉아 생각에 빠진다. '내가 한마디만 안 했더라면', '내가 처음부터 이야기하지 않았더라면'. 그러다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평소처럼 엄마가 학교까지 차를 태워주셨다. 아무렇지 않게 차에서 내리려는데 엄마가 먼저 나에게 사과하셨다.
"예슬아, 예슬이가 동생들 봐줘서 엄마가 편하게 일할 수 있어. 매번 미안하고 고마워!"
그 말을 듣고 후회스럽고 미안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눈물 때문이었을까, 창문 너머로 비치는 햇빛 때문이었을까. 학교 가는 길이 눈부시게 반짝였다.
(글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 2학년 최예슬)
 
위에서 밝힌 것처럼 다른 학교의 친구들에게도 감정 글쓰기를 전파하겠다는 목표와 우리 학교의 학생들과 더 신나게, 더 재미있게, 더 행복하게 사는 것을 2018년의 목표로 삼았다.
 
2018년 새해를 계획하고 목표한다면 그건 아마 새로운 색의 스티커로 하는 볼더링이 될 것이다. 미끄러지고 실패하면 누군가가 뒤에서 응원하고 방향을 조언해줄 것이다. 2018년에도 각자가 목표한 대로 마지막 홀드를 붙잡지 않을까? 혹시나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은 과정이 있다면 그것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실패든 성공이든 마지막 순간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2018년 새해, 지난해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일 년을 내다본다.
 
황왕용(vielerfo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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