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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놀듯 독서토론]차별로 마음 앓았던 일, 같이 고민하니 가치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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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9-06-10 17:46 조회 3,00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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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주제: 당당하게
사람들은 성별에 따라 세상이 건네는 시선에서 차이를 느끼고 사회적 경험도 달라지게 됩니다. 같은 역사를 살아도 여성이기에 더 가혹하게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사회가 정한 틀 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여성’이 아닌 ‘인간’의 길을 먼저 당당하게 살아간 언니들을 만나기 위해 보경, 희선, 승현, 혜빈, 주연 다섯 명의 학생들이 뭉쳤습니다.
 

함께한 작품들
언론인 칼비노는 고전을 ‘너무도 유명하지만 아무도 안 읽은 책’이라 정의했더군요. 이런 책이야말로 함께 읽기에 딱 좋은 책이지요. 사랑 이야기 속 지고지순한 여 주인공이 아닌 당당한 춘향을 만날 수 있는 『사랑 사랑 내 사랑아』, 일터에서 차별과 불합리에 맞서 싸우는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 『울지 말고 당당하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눈길>을 ‘당당하게’라는 주제로 만나 보았습니다. 시대도 신분도 처한 상황도 모두 다르지만 저마다 마주한 뜨거운 시간을 어떻게 헤쳐 나갔을지 떠올리기 위해 아이들은 자리를 고쳐 앉고 어깨를 곧게 편 채 눈에 힘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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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준비와 주제 영화 함께 보기
주제 도서를 제때에 준비하는 것은 수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단계입니다. 주제 선정이 끝나면 학생들에게 구체적으로 책 구하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공공도서관이나 학교도서관 또는 옆 반 친구에게 빌리기, 지역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 주문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가끔 전자책으로 읽어도 되냐는 질문을 하는 학생이 있는데,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합니다.
 
수업을 설계하며 정한 목록을 사전에 지역 서점에제공하면 아이들의 책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도서관에서 대출을 희망하면 그 자리에서 도서관에 전화하여 책 소장 여부를 확인하도록 합니다. 인터넷 주문을 원할 경우 모둠 장에게 그 주 안에 주문을 마칠 것을 요구합니다. 책 준비 기간은 2주이지만, 수업 시간마다 “책 준비 다 한 사람, 손들어 보세요.”라고 물으며 수시로 점검하면 수업 진행에 차질이 생기는 일을 사전에 막을 수 있습니다.

주제 영화 상영은 개학 직후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이뤄집니다. 아직 방과 후 수업이 없는 기간에 교실이 영화관으로 변신합니다. 영화별로 상영할 교실을 정하고 진행(출석 체크, 영화 틀기, 교실 뒷정리 등)은 국어 부장님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반드시 모둠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것입니다. 사람은 함께했던 기억과 관계의 힘으로 살아갑니다. 영화를 보며 감정의 다채로움을 경험하고 토론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사라집니다. 이렇게 마음을 나눈 시간 덕분에 12주간 진행되는 주제 통합 독서토론 수업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영화를 본 후에는 정리지를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과제를 냅니다. 수업 중 이뤄지는 영화 토론을 위한 사전 준비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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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아이들은 박근혜 정부의 졸속 위안부 협상에 대해 함께 분노하고, 피해자를 온전히 보듬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시선에 가슴 아파합니다. 상처 받은 사람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는 힘이, 고통의 순간에도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으로 귀하게 느껴집니다.
 
 
독서 후 질문과 생각 톺아보기
책 읽는 시간은 한 권당 매주 한 차시씩 두 시간(2주)을 줍니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변화무쌍한 신체 리듬을 보여 주는 아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사탕이나 젤리 같은 간식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동화책에서 보던 것과 달리 전혀 점잖지 않는 춘향과 몽룡의 애정 행각에 드라마 다음 회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아이들은 뒷장을 넘깁니다. 책 읽기가 끝나면 주제 도서 정리지를 작성합니다. 정리지는 인상 깊은 장이나 구절과 그 이유, 친구들과 토론하고 싶은 질문,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을 완성된 한 편의 글로 작성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책을 읽고 천 갈래 만 갈래로 뻗은 생각의 가지를 하나로 정리하는 시간이지요. 좀 더 구조적인 글쓰기를 위해 개요 작성하기 과정을 넣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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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지상주의를 타파하는 방법
책을 읽고 모인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외모를 중시하는 현상에 대해 조선시대의 신분 제도와 같다고 느낄 정도로 압박감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외모에 따라서 차별적으로 대하는 것은, 사람을 개성을 지닌 존재로 여기지 않고 대상화한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여깁니다. 아이들은 주어진 여러 조건이나 생각, 소신 등으로 인하여 차별받지 않고 당당하게 살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사회 제도나 구조,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데까지 생각을 넓혀 갑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니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내 말에 귀 기울이는 친구들이 옆에 있어서 용기 내어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것에 주저함이 없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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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동등하게 살 권리를 회복하려면?
다양한 시공간 속 여성의 이야기를 보고 읽은 아이들은 세 개의 이야기를 통합하여 다음과 같은 종합토론 주제를 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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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차별의 문제는 학교를 넘어 사회로 퍼집니다. “여자가 왜 그래, 남자가 의젓해야지.”와 같은 말들이 남과 여 서로를 가르고 힘들게 하는 차별의 언어라는 것을 학생들은 인식하게 됩니다. 예민해진 촉수로 더듬어 보니 어디에나 있어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이 불편해지고, 우리만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전통이란 이름으로 여성에게 강요되거나 타인의 시선에 자기를 맞추다 스러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함께 마음 아파합니다. 아이들은 때때로 희망을 만나기도 합니다. 공통의 경험을 공론화하여 사회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는 여성들을 만나는 순간, 다른 길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강한 연대의 감정을 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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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주 동안 책과 영화로 이야기를 나눈 아이들은 성차별에 대해 “이만큼이면 되었다.”라고 말하는 세상에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말을 건넵니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74.6%(2016년 기준)이고, 여성의 취업 증가율이 남성 취업 증가율을 앞서기도 합니다.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들의 소식을 듣는 것이 낯설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기업 신입 사원 10명 중 9명은 남성이고, 고위직으로 갈수록 격차는 더 벌어져 여성 임원은 전체의 2% 남짓입니다.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보입니다. 이 땅의 대부분 여성들은 그냥 열심히 공부하면 해결될 거라고 여겼는데 살면서 그게 전부가 아니 것을 알게 됩니다. ‘여성’을 넘어 한 ‘인간’으로 서기 위해 각자가 선 곳에서 고군분투 중이고 고군분투할 ‘우리’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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