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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활용수업 교사가 먼저 해 보며 재미있는 도.활.수. 만들기 - 우리는 학교도서관에서 공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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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4 15:25 조회 8,68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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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도서관활용수업은 □다.
도서관활용수업이란 무엇일까요?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님들께, 우리 현실에 맞는 도서관활용수업 찾기라는 화두를 가지고 함께 공부하는 소모임 분들께, 그리고 저 자신에게 자주 던져보는 물음입니다. ‘도서관활용수업이 무엇일까?’라고 물으니 소모임 선생님들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도서관활용수업은 정해진 틀이나 정답이 없습니다. 그저 수업전문가인 교사가 교실보다 풍부한 자료를 갖춘 도서관에서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가져다 쓸 수 있는, 마치 밥을 먹을 때 자연스레 재료를 가져다 요리해 먹는 것과 같은 수업입니다. 교실에서 모자란 수업에 생기를 보태는 ‘내 수업의 비타민’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도서관 공부가 시간표에 들어 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도서관에 가는 순간 아이들은 이곳을 쉼터나 즐거운 놀이터로 받아들이며 공부합니다. 교사가 조금만 준비한다면 학교도서관에서 독서뿐 아니라 감상, 발표, 정보 탐색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서관활용수업(도.활.수.)은 재밌습니다. 아이들이 책으로 좋은 벗을 만나고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는 재미있는 징검다리가 됩니다.

도서관은 교실보다 두세 배 넓은 공간, 백과사전부터 단행본, 연속간행물과 같은 갖가지 책과 편리한 매체, 기자재를 갖추고 있습니다. 국어과뿐 아니라 철학, 종교, 사회, 과학, 역사, 예술 교육에서도 아이들이 교과서를 뛰어넘어 폭넓은 자료와 매체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잘 차려진 잔칫상을 어떻게 받아먹게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너무 들떠 도서관에 온 목적을 잊어버리지 않아야 하고, 잔칫상에서 내 입맛에 맞게 골라먹는 기술도 익혀야 합니다. 결국 도서관 활용수업의 본질은 ‘스스로 함’입니다. 아이들에게 삶을 바로 보고, 어떤 문제든 스스로 풀어나가는 힘을 기르게 해주는 것, 그것이 도서관활용수업의 목표이고 교사가 할 일이 아닐까 합니다.

2 . 수업 들여다보기
가. 선생님은 어떠세요?
- 도서관활용수업, 교사가 꼭 먼저 해 보기

아이들과 도서관활용수업을 하기 전에 교사가 학생의 처지가 되어 먼저 도서관에서 공부해 보기를 권합니다. 궁금증을 푸는 방법 가운데 가장 고전적이고 신뢰성이 높고 내용이 풍부한 도서관 장서를 택하여 ‘정보 찾기- 자료읽기 - 내게 필요한 자료 정리하기’를 체험해 보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소모임 선생님들과 각자 궁금해 하는 사실을 주제로 정하고, 자료를 찾아 읽고, 정리한 뒤 다시 모여 자신이 새로 알아낸 정보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한 적이 있습니다. 평소 궁금한 점을 책을 찾아 읽으며 풀어가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아이들과 도서관 활동을 하면서 실패하기 쉬운 부분이 ‘필요한 자료 가려서 읽기와 자기정보로 소화하여 정리하기 과정’입니다. 이 과정을 교사가 직접 체험해 보니 무엇이 어려운지,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전략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내가 궁금해 하는 것, 내가 찾는 정보가 무엇인가?’를 계속 확인하면서, 너무 많은 자료에서 주제를 광범위하게 확산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함을 알았습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자료를 찾아 읽다가 정리단계에서 어느 부분을 그대로 베껴 쓰는 정도에 머뭅니다. 내용을 소화하여 자기 목소리와 생각으로 쓰지 못하는 것은 자료가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찾고자 하는 주제는 구체적이고 제한된 목표여야 하고, 목표에 맞게 찾아 읽고 소화하는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면서 더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소그룹을 만들어 자신이 새로 알게 된 점이나 느낌을 나누는 정도로 궁금증을 해소하고 정리해도 좋습니다. 준비된 학습지풀이나 보고서 정리는 아이들이 도서관 수업을 재미없다고 느끼게 하기 쉬우니 주의해야겠다는 의견도 나누었습니다.

나. 아이들과 시 공부
- 도서관활용수업 쉽게 해 보기
도서관활용수업에는 특별한 틀이 없습니다. 도서관의 자료를 활용하여 수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모든 활동이 도서관활용수업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초등 도서관활용수업은 자료 찾기, 자료 읽기, 자료 소화하기, 나누기와 돌아보기 활동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습니다. 이러한 훈련을 기초로 다지는 것으로 시작하여 점차 중고등단계의 정보과제 해결 방법을 익히게 하면 됩니다. 초등 국어교과서에 시는 첫째 마당과 셋째 마당에 나누어 나옵니다. 이들을 함께 통합하여 ‘시 알기 - 시 맛보기 - 시 쓰기 - 발표하기’까지 모아서 해도 좋습니다. 특히 시 맛보기와 발표하기 활동은 도서관에서 수업하기 참 좋습니다. 교과서에 제한하지 않고 도서관에 있는 다양한 시집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삶과 경험에 더 가까운 시를 맛봄으로써 시가 무엇인지, 어떤 좋은 느낌을 주는지 알게 됩니다. 또 앞으로 아이들이 삶에서 시를 쓰고 누릴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시 맛보기 학습결과물 ‘여운이 남는 표현 찾기’의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교과서에 실린 「빗방울의 발」을 쓴 작가의 다른 작품인 「빈집」(이상교 시, 한병호 그림, 신동일음악)과 같이, 시와 그림과 음악이 함께 있는 책을 함께 감상하고 느낌을 나누는 활동도 재미있습니다






다. 아이들과 그림 공부하기
학교도서관에는 미술 감상 수업에 도움 되는 책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골라서 읽어도 좋고, 학급대출형태로 교사가 한 번에 빌려서 교실에서 돌려 읽어도 좋습니다.

수묵담채화 그리기 수업을 앞두고 조상들의 옛 그림책을 읽는 시간을 한 시간 마련했습니다. 읽고 나서 화선지를 나눠 주고 그리고 싶은 그림을 보고 그리게 했습니다. 물론 도서관이라 밑그림만 그리고, 그림의 제목과 작가만 간단히 기록하게 하고 교실에서 채색을 하여 마무리 하였습니다. 옛 화가의 그림 감상, 그림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화가와 시대 배경, 그림의 뜻이 잘 담겨 있는 책이 많아서 이런 활동을 했는데, 예상보다 엉뚱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막상 그리는 순간엔 그리기 간단한 작품을 고른다거나, 작품 제목이나 내용을 건성으로 보고 엉뚱한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그림 1]은 신윤복의 <달밤의 연애>를 보고 그린 작품인데 <남자들은 늑대-작자 미상>이라고 임의로 바꿔 그렸습니다. 그린아이와 이야기해 보니 작가나 제목을 건성으로 읽었고 우리 반 남학생들에게 경고의 뜻을 전하기 위해 제목을 붙였다고 했습니다. [그림 2]는 박제가의 <어락>을 보고 그린 그림입니다. 작가와 작품 제목을 잘 알고 있었고 언뜻 보기에는 평화로운 바다를 잘 표현한 것 같으나 그림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한 쌍의 물고기가 네 마리의 새끼를 거느리고 새우를 잡으려고 부지런히 헤엄치는 쫓고 쫓기는 물고기들의 추격전인데, 새우를 물풀로 이해하여 그렸으니까요. 물어보니 “선생님, 새우인지 몰랐어요.”라며 그때야 그림을 다시 보게 되었다며 재미있어 했습니다. 그림을 충분히 감상하고 읽어 낼 수 있는 시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라. 정보를 찾는 공부
과학, 사회 수업 등 정보를 찾는 공부, 즉 자료탐구학습을 함께 생각할 차례입니다. 간단한 활동으로 동물에 대한 정보 찾기 연습을 해 본다면 다음 절차를 거칠 수 있습니다.

도서관 자료 가운데 정보를 찾아보고 결과물을 나누고 돌아보는 단계에서, 뿌듯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새로운 학습방법을 발견했다는 즐거움에 많이 들떴습니다. 아이들의 반응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책으로 찾기에 한계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때는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초등 도서관활용수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부분은, 근원적인 정보의 뿌리는 책에 있다는 것을 아이들 스스로 깨닫고 배운다는 것입니다. 이런 발견과 즐거움으로 아이들이 도서관과 친해지며 도서관에서 하는 공부를 몸에 익혀 가면 앞으로 더 깊고 큰 공부도 책과 함께 신 나게 하게 되겠지요.










나의 겨울정원에 봄을 부르리라
도서관에서만큼은 모두 평등하다. 도서관은 언어와 개념의 공간이기에 물질 중심의 계급세상과 별개의 세상이다. 책갈피마다 깃들어 있는 정신의 얼개는 마치 마법의 램프처럼 ‘정신’이라는 거인을 깨우는 자에게만 모습을 드러낸다. 램프의 요정을 깨우는 이가 없을 때는 그저 곰팡이의 먹잇감인 책들의 창고일 뿐이다. 내가 만난 학교도서관은 대부분 세상과 동떨어져 홀로 존재하는, 마치 거인이 소유한 겨울정원과 같았다. 아이들에게는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이 좋은 공부다. 나는 그들이 행복하게 노는 모습을 보고 싶었고 그들과 함께 놀고 싶었다. 그들이 삶을 이야기하며 마음을 나누는 모습도 보고 싶었다.



놀면서 서로 더 잘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예전에는 잘 몰랐다. 내가 마음과 마음의 만남을 경험하게 된 것은, 내 마음의 의문을 풀기 위해 심리치료를 공부하러 대학원에 가고 수많은 집단 상담과 워크숍을 쫓아다니면서 부터다. 그 속에서 일상과는 다른 관계를 맺는 방식을 알았다. 나는 세상의 여느 방식과는 참 다른 이런 관계를 도서관에 옮겨 심으면 어떨까 상상했다. 서로 궁합이 맞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신과 마음은 다른 듯 같다. 정신은 머리와 더 가깝고 마음은 가슴과 더 가깝게 쓰인다. 굳이 구분하자면 마음은 ‘지금 여기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며 정신은 ‘개념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접촉하는 그 순간, 마음은 발생하고 새로운 인식의 세계가 펼쳐지며 정신은 날개를 편다. 그러나 나는 ‘지금, 여기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화석과도 같은 이론과 개념의 성에 갇혀 살았다. 그둘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내 안에 오래 얼어 있던 얼음이 녹고 봄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마치 동화 속 거인과 아이가 만나는 것처럼 신비한 경험이었다. 나는 도서관에서 그런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을 꿈꾸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고 삶과 꿈을 이야기하는 곳으로 도서관만 한 곳이 어디 있으랴? 도서관이라는 정원에서 아이들은 지혜의 거인을 깨우고 그의 어깨에 올라 타 저 먼 곳을 바라보며 신나고 즐겁게 어울려 놀게 될 것이다. 나는 그런 봄을 꿈꾸었다.

새로운 도서관을 향한 첫걸음
우리 학교도서관은 2005년에 5천만 원을 받아 도서관 리모델링을 막 마친 상태였지만 학부모와 교사들의 요구에 맞출 수밖에 없었기에 도서관 고유의 공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그런데 새로 부임한 교장선생님은 리모델링한 도서관을 둘러보며 썩 흡족해했다. 그리고 나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오래된 시청각실을 활용해 지역사회와 연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냐는 것이었다. 다행히 1차로 리모델링한 도서관은 몇 개의 공간으로 분할되어 있었기 때문에 교과교실 및 공부방으로 그대로 활용할 수 있었고 예산 지원 문제도 해결되었다.

드디어 2007년 여름에 공사가 시작되었고 방학기간에도 나는 공사 현장에 날마다 출근하다시피 했다. 현장 감독관과 소장이 따로 있으니 내 뜻대로 안 되는 것이 많았고 생각지 못한 복병들을 만났지만 그때까지도 그저 꿈을 꾸며 신났을 뿐이었다. 그리고 짐작도 못했던 외줄타기 곡예가 시작되었다. 포기할 수도 없고 뒤로 물러 설 수도 없는.

우연과 필연, 가능과 불가능의 파도타기
정신이 깃들고 마음이 살아 움직이는 도서관은 어떤 모습일까? 내 머릿속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도서관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하며 고심할 때, 마침 어떤 선생님이 우리 도서관에 방문하여 우연히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그분은 얼마 전 학교 옆으로 이사 온 북부고용지원센터 명예상담원으로 진로상담을 주로 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는데, 자연스럽게 도서관에서 진로 집단상담을 실시해 보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2007년 말, 실험적으로 진로탐색을 하고 마침 다음해부터 진로와 직업이 재량교과로 1학년에 2시간씩 새로 편성되었는데 도서관에서 그 수업을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한 학급을 10명씩 4명의 교사가 2시간 연속 지도하며 진로탐색 집단상담 수업을 한 학기에 7개 학급씩 총 14개 학급을 13주 내외로 진행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교재는 중앙고용지원센터에서 개발한 고등학생용 진로모의주행(CDP-H)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로 했다. 그 교재는 교사용 매뉴얼이 있고 진로 관련 정보가 풍부해 진로상담에 익숙하지 않은 교사들도 활용하기 쉬웠다.

먼저 교사별 시수와 학급 배당이 확정된 2월 말에 진로와 직업이 배당된 선생님을 찾아다녔다. 열 명이 넘는 선생님을 일일이 만나 설명한 뒤 참여를 확정하고 나서 새 학기 시간표를 2시간 연속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수업계를 맡은 선생님들에게 죄송한 마음에 결국 내가 직접 시간표 짜는 것을 배워, 시간표를 바꿔 주실 선생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시간표를 확정했다.

넘어야 할 산이 또 있었다. 진로와 직업 교과를 맡은 선생님 이외에 추가로 학급당 3명의 협력교사, 즉 매학기 21명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일단 교육정보연구원의 학생상담 자원봉사자 6명, 처음 계기가 되었던 북부고용지원센터의 선생님과 다른 명예상담원 2명, 도서관의 업무보조원과 나, 자원봉사자 등으로 어렵게 인원을 확보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쓸 학생용 활동지 280여 명분과 교사용 매뉴얼을 편집하고 인쇄하는 일 등으로 해야 할 일이 파도처럼 계속 몰아쳤다.

이렇게 매주 14시간, 진로와 직업 도서관협력수업이 일 년 내내 도서관에서 진행되었다. 도서관 운영을 위한 인력 관리 문제와 도서관 RFID시스템 구축 사업비 확보 및 실행 등 피를 말리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연례행사였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던 2008년이 그렇게 저물어갔다.

봄 . 봄 . 봄
도서관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2009 년 정기전보가 있을 텐데 도서관을 잘 만들어 놓고 다른 학교로 가면 얼마나 아까우냐고. 하지만 나는 다른 학교로 가야만 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1년 더 유임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내 마음에 차지 않았기에 1년 더 하고 가야 미련이 없을 듯했다. 그리고 다시 시작했다. 한국청소년상담원에서 발행한 청소년 직업 및 취업설계 프로그램(TOP)으로 협력수업 내용을 재구성해 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좀 더 흥미를 느낄 만한 프로그램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꿈꾸었던 도서관 운영 모형을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했으나, 생각지도 못했던 역풍이 3월 초부터 불었다. 누구에게 말할 수 없는 마음고생에 예산과 인력확보 문제도 반복되었다. 그러나 늘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줄타기가 일상화된 터였고,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기에 위기는 기회가 되었다. 노원구청과 도서관 개방 협약을 맺고 도서관 운영비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 뒤로는 모든 것이 잘 풀려 나갔다. 도서관 협력수업을 위한 새로운 협력자도 나타났다. 커리어코치 선생님이 우리 학교에 새로 배치된 것이다. 협력교사가 부족하면 자원봉사자가 나타났고 예산이 부족하다 싶으면 길을 알려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나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 프로그램과 매뉴얼을 만들었다. 진로와 직업 협력수업도 작년보다 더 신나게 진행되었다.

태풍을 부르는 나비의 날갯짓
도서관의 진로와 직업 협력수업이 일회성 실험이 되지않기 위해서는 교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협력교사를 훈련하는 일련의 시스템이 없으면 지속되기 어렵다. 그것을 위해 2009년에는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멘토 프로그램과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문가 훈련과정을 함께 운영했다. 이것들이 서로 맞물려 도서관을 중심으로 하는 협력네트워크 순환체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과정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아주 가치 있는 곳, 가장 기본이 되는 것에서 변화는 시작된다. 그래서 우리가 중요하다고 여기지만 ‘물질’과 ‘성과’라는 현실적인 필요성에 따라 늘 도외시되는 곳, 바로 ‘마음’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려는 시도는 언제나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봄날 나비의 가냘픈 날갯짓이 대륙 저편에 태풍을 일으키듯, 하나하나의 작은 마음이 동조하여 퍼져 나간다면 학교 현장에도 새롭고 행복한 변화가 일어나리라고 믿는다. 이 모든 것을 진행할 때 욕심 부리지 않고 늘 마음을 돌보면서 천천히, 미미하지만 꾸준한 발걸음으로 가다보니 어느덧 많은 이들이 함께 걸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 이해하고 성장시킨 것이 이 실험의 숨겨진 목적이자 놀라운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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