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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데아 [우리, 같이 읽을래?] 경쟁을 넘어 협력으로-독서토론, 파티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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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7-06-28 16:02 조회 5,43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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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심는
 강원 지역에는 오래 전부터 여러 학교의 독서동아리들이 같은 책을 읽고 함께 모여 저자의 강연을 듣고 소통하는 청소년독서아카데미의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춘천, 원주, 속초 등의 시(市)만이 아니라 인제, 홍천 같은 군(郡)에서도 각 지역의 상황과 여건에 맞게 함께 읽기를 공동체의 경험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처음 홍천의 청소년독서아카데미는 인근 시(市)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여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독서동아리가 함께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적던 때에 춘천에서 열리는 청소년독서아카데미는 신선하고 멋지게 다가왔다. 학교 도서부2) 학생들과 주제 도서를 읽고 난 후 희망하는 학생들을 데리고 행사가 열리는 주말이면 춘천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버스를 세 번 정도는 갈아타야 행사장에 도착할 수 있었고, 주말 하루를 온전히 쏟아부어야 가능한 일정이었지만 같은 저자의 책을 읽고 모인 수백 명의 학생들, 강당을 가득 메운 맑은 눈들이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고민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희망을 보는 듯했다.
 작은 시골 마을의 학교에서 책을 읽는 아이들은 아주 소수다. 게다가 책을 읽는 것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환영받는 문화도 아닌 현실에서, 독서를 통해 성장하는 또래의 모습을 목격하는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문화와의 만남이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아이들은 몸이 달았다. 그러나 평소 크게 교류가 없는 지역의 행사이다 보니 아이들 스스로 주인 의식을 가지고 참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책을 매개로 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감동과 자극은 지속되지 못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즈음 강원도교육청에서 각 지역별 청소년독서 아카데미 활성화를 위해 지원 사업을 벌였다. 뜻 맞는 여러 학교 선생님들이 모여 이 기회에 홍천만의 청소년독서아카데미를 열어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고 강원생활과학고, 서석고, 홍천농고, 홍천고 4개 학교를 중심으로 한 홍천 지역 청소년 독서아카데미가 꾸려졌다.
 
가꾸다
 처음 시작할 땐 잘되는 누군가의 것을 따라하면 된다. 마침 오랜 경험으로 안정적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춘천의 청소년독서아카데미를 경험한 우리들이 아니던가! 우선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실 저자와 주제 도서를 선정하고 각 학교에 공지한다. 학교에서는 독서동아리를 중심으로 사전 독서를 하고 토론을 한다. 저자를 모시고 강연을 들은 후에 질의응답을 하고 학교별로 기념 촬영도 한다. 다른 학교의 활동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학교별 동아리 자랑 시간도 가진다. 사전 행사로 주제 도서에 대한 퀴즈 대회, 저자 소개 등도 학교별로 나누어 맡는다. 행사의 전 과정에 아이들을 중심으로 세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아무리 아이들을 주체로 세운다고 해도 생각했던 것처럼 아이들이 활발하게 교류하거나 소통하지 않았다. 같은 지역에서 살아간다는 것 말고는 관심사가 워낙 다른 다양한 학생들이 모이다 보니 뭔가 함께 “으싸으싸” 하는 느낌은 없었다. 게다가 저자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일선 학교에서도 많아진 분위기 덕에 일방적 강연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덜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은 방송도 쌍방향 소통을 기본으로 한다. 청소년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만한 특별한 ‘무엇’이 필요하다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 ‘무엇’을 찾아야 한다!

함께 읽기를 넘어선 그 무엇
 2013년, 강원도교육청에서 고교생 인문학캠프를 준비하기 위해 팀을 꾸렸다. 홍천 지역 선생님들도 그 팀에 함께하여 김해에서 열리는 인문학 대회 행사 참관을 가게 되었다. 비경쟁 상호협력에 기초한 새로운 형태의 독서토론 대회였다. 행사 마지막 날 커다란 강당에서 진행된 ‘토론하는 독자’는 독서와 토론을 통해 소통하는 것의 감동과 아름다움을 흠뻑 느끼게 해 주었다. 홍천 지역만의 ‘무엇’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도. 함께했던 선생님들이 겪으신 삼 년 동안의 강원 고교생 인문학 캠프 운영진으로서의 경험과 서현숙 선생님이 근무했던 학교에서의 실천 사례를 바탕으로 2015년 11월, 『나는 무슨 일 하며 살아야 할까?』의 저자 송승훈 선생님을 모시고 상호협력형 독서토론의 방식을 활용한 행사를 열게 되었다. 강연 중심의 일방적인 행사에서 벗어나 사전독서와 토론을 통해 만들어 낸 질문을 저자에게 보내고 저자는 질문을 토대로 사전강연을 준비했다. 행사 당일 저자의 강연을 듣고 아이들은 모둠 토론을 진행하며 사고의 폭을 확장했다. 아이들은 모두의 힘으로 만들어낸 또 다른 질문과 답변 강연을 들으며 협력의 즐거움과 토론의 의미를 맛보며 즐거워했다. 사고의 폭과 깊이를 더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교사들은 기뻐했다.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에 고무된 우리들은, 2016년 홍천 지역만의 ‘독서동아리 연합 인문학 독서토론 파티’를 열기로 했다.
 처음 행사를 기획할 때 몇 가지 나름의 원칙을 정했다. 이는 다음과 같다. 홍천군 관내의 6개 모든 고등학교가 참여한다. 학교의 독서동아리를 중심으로 사전 독서와 독서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교사가 지도한다. 반드시 지도 교사가 학생을 인솔하여 행사에 참여하여 자연스럽게 상호협력 독서토론을 경험함으로써 교사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경쟁을 부추기고 열등감을 심어 주는 경쟁 방식의 독서토론을 지양하고 상호협력 토론 방식을 통해 독서토론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1회적인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문화가 될 수 있도록 분기별 각 1회씩, 총 4회 연속적인 주제를 가지고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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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계획을 실천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다. 홍천은 군 지역 중에서\ 면적이 자랑(?)일 정도로 가장 넓다. 그 넓은 지역에 여러 학교가 흩어져 있다 보니 얼굴을 맞대고 무엇인가를 도모하는 게 쉽진 않았다. 이럴 때 정보통신 기술이 큰 도움이 되었다. 다양한 메신저를 통해 의사소통했으며, 행사 전에 함께 모여 회의하며 진행과정을 점검했다. 공교육 교사는 새 학기가 되면 인사이동에 의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간다.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함께 활동하던 선생님이 다른 지역으로 전근을 가면 연결이 어려운 경우가 종종 생기곤 했다. 다행히 여러 해 계속하다 보니 전임 선생님께서 새로 전근 오신 선생님께 인수인계를 잘해 주시기도 하고, 경험했던 아이들이 새로온 선생님께 부탁하여 학교 간 연결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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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어려움은 공간의 문제다. 작은 지역 사회에서 100명 가까운 학생들이 한꺼번에 모여 강연을 듣기에 적합한 공간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처음엔 지역 교육청의 도움으로 교육청 대회의실에서 강연을 진행했다. 참여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공간 문제를 고민하던 중, 홍천군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에 좋은 시설을 갖춘 강연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더운 여름 토요일 오후, 쾌적한 환경에서 이뤄지는 강연을 기대했다. 하지만 토요일에 담당자가 근무하지 않아 냉방도 컴퓨터 사용도 불가능했다. 행사를 망칠 수도 있다는 공포에 삼복더위에도 머리털이 쭈뼛 섰다. 발을 동동 구르며 여러 선생님이 애쓴 덕에 어찌어찌 그날의 행사를 무사히(?) 마쳤다. 하지만 사전에 공문까지 보내어 장소 협조를 요청했고, 더구나 지역의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책을 읽고 강연을 듣는 행사에 대해 이렇게 배려가 없을 수 있다는 사실에 화도 많이 나고 속도 상했다. 지금은 좁긴 하지만 홍천여고 도서관에서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 아이가 자라는 데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지역의 청소년들이 책을 읽기 위해 모이는 일에 지역 공동체의 지원이 함께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청소년들이 마음 놓고 책을 읽고 토론할 공간이 없다는 것, 어른들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세 번째는 예산 확보의 어려움이다. 여러 학교가 모여 하는 행사다 보니 언제나 예산이 문제다. 처음 청소년독서아카데미를 시작할 때에는 강원도교육청 지원 사업이 있었다. 그러나 교육청 단위 사업이 사라지면서 안정적인 행사 운영이 어려워졌다. 전교조 홍천지회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등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모든 곳에 적극적으로 호소하여 근근이 행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당장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이런 어려움들은 주변의 도움과 정성으로 헤쳐 나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힘을 얻기도 한다. 진짜 어려운 건 우호적이지 않은 시선이었다. 행사가 해를 더해가면서 그만큼 주변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그 기대 중의 하나는 지역의 중고등학교 학생들 모두를 아우르는 행사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활동하는 선생님들이 모두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었고, 중학교까지 확대될 경우 늘어난 인원을 감당할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어려웠다. 그래서 대상을 확대하기보다는 독서동아리 활동 내실화를 기하고, 새로운 형태의 청소년 독서아카데미 모델과 실천 사례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고등학교 독서동아리만을 대상으로 했다. 애정 어린 충고에 의기소침해지기도 하고, 많은 바람들이 주는 무게로 휘청거릴 때도 있었지만 새로운 길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꿋꿋하게 걸었다. 그 노력의 결과로 2017년에는 지역의 공립 고등학교 6개교 전부와 2개의 중학교가 함께하는 파티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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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
 2016년 가을, 세 번째 독서토론 파티.『25년간의 수요일』의 저자 윤미향 선생님과 함께한 날이었다. 만남 속에서 싹튼 관계가 어떻게 아이들을 변화시키는지를 느낀 하루였다. 학생들은 강사 소개를 위한 자료를 만들고, 행사에 참여한 친구들에게 자신들이 만들어 온 나비 배지를 붙여 주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반가워했다. 그냥 강연만 들었
다면 생기지 않았을, 상대방의 영혼을 살짝 맛본 이들에게만 형성되는 어떤 것이 아이들에게서 느껴졌다.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맺어진 관계, 그 관계를 기반으로 모든 순서가 저절로 굴러가는 듯했던 그날. 서로를 배려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에 주저함이 없던 시간. 함께한 시간은 아이들을 훌쩍 자라게 했다.
 아이들은 생글거리며 서로의 눈을 바라본다. 한껏 멋을 부리고 흥겨운 음악에 몸을 맡긴다. 알록달록 마법의 간식은 영혼에 영양분을 주어 다물었던 입을 열게 한다. 더 이상 골방에서 나 혼자 하는 독서는 없다. 책을 읽고 질문하고, 함께 토론하며 또 다시 질문을 한다. 개인으로서의 ‘나’를 넘어서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에 대해 생각을 확장시켜 가는 귀여운 ‘파티꾼’들이 홍천에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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