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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이 읽을래?]언니들을 믿고 떠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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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7-06-01 11:32 조회 4,53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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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흔들어야 무엇이 되지~
허보영 선생님과 나는 3년 전 홍천여고에 전입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독서교육의 새 판을 짜고 일을 벌였다. 처음 만난 고1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 힘을 다해 책 읽기의 세계로 ‘꼬시는’ 작업을 시작했다. 매시간 책을 가지고 가서 그 자리에서 빌려주고, 책 읽기가 왜 필요한지, 함께 읽기가 왜 즐겁고 중요한지, 수업 시간에 왜 소그룹으로 나눠서 서로 질문하고 협력하며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절실한 마음으로 여러 시간 공을 들였다(우리만의 은어로 표현하자면 ‘약을 팔았다’). 이유는? 아이들의 마음을 흔들기 위해서였다. 독서동아리를 만들고, 5인의 책 친구를 하고, 독서토론카페에 발길을 향하게 만드는 것은 그저 그런 권장을 하거나 일방적으로 알려서는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우리는 정서적인 설득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적당히 권하고 평범하게 독서교육을 하고 싶던 것이 아니라 최대한 아이들을 이끌어 들불처럼 확~ 번지는, 우리만의 센 독서교육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날마다 아이들과 책 대화를 하며 노는 경험의 판을 마련하다 보니, 이 특별한 재미에 푹 빠져서 2년이란 세월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훌쩍 지나갔다. 우리의 독서교육이 3년째에 접어든 올해, 신입생은 모든 독서토론 활동을 학교의 교복처럼 자연스러운 전통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비로소 전교생이 부응하고 참여하는 독서토론 수업과 ‘함께 읽기 문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우리는 자부한다. 30개에서 시작해서 80개, 그리고 100개의 자율 독서동아리가 들불처럼 번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롯한 정성을 들이니 학교와 학생 문화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끼치게 되었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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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언니 키우기 프로젝트
학교에서 독서교육은 참 특별하다. 학교 업무 중 드물게 무한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일이어서 그렇고, 담당 교사의 열정에 따라 결과도 다르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립학교 교사는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다른 학교로 이동해야 하는 것이 숙명이다. 우리가 이 학교를 떠난 후에도 ‘독서교육의 꽃밭’에 꽃이 가득해지고 아름다워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을 때에는 참 쓸쓸해졌다. 그래서 만들고 시작한 것이 ‘민들레 홀씨 언니 키우기 프로젝트(독서토론 리더 과정)’이다.
2학년을 대상으로 10명 이내의 독서토론 리더 언니들을 꾸렸다. 희망자는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하였고, 신청자 중에서 1학년 때의 독서 활동을 기준(주로 열렬한 참여한 학생)으로 아이들을 선발했다. 지원자가 예상보다 많았다. 이 언니들의 주된 역할은 후배들의 독서 활동, 특히 독서토론 활동을 이끌어주는 것이다.
독서토론 리더 언니들의 의무가 몇 가지 있다. 우선 리더 교육에 참여해야 한다. 전문가를 초청해서 상호 협력 토론의 다양한 방법을 배우고, 지도 교사들과 정기적인 독서토론(한 학기에 2회 정도)을 함께하면서 함께 읽기의 철학도 배우며, 실제적인 독서토론의 방법을 익힌다. 그리고 계절별로 열리는 ‘5人의 책친구’에서 함께할 언니를 구하는 동생들에게 ‘책언니’가 되어 주어야 한다. 연 4회 열리는 인문학 독서토론카페에서 종종 카페지기(토론카페의 토론 진행)나 운영진을 맡아야 하며, 3월 첫 번째 행사인 ‘언니들의 북토크’에 출연해서 독서활동의 꿀팁을 동생들에게 전수해야 하는 막중하지만 사랑스러운 책임들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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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의 독서토론 워크숍
한편 언니들에게 ‘명예의 전당’처럼 여겨지는 자리가 있다. 한 학기에 한 번씩 자신의 이름을 걸고 ‘독서토론리더 ○○○ 언니의 독서토론 워크숍’을 여는 것이다. 리더 언니는 자신이 희망하는 일시, 분야, 주제 도서를 정하고 개인 포스터를 직접 만들어 온다. 대체로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워크숍이 열린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일정을 정해서 해봤는데 도서관에서 동시에 여는 것이 더 분위기가 좋았다. 교사가 할 일은? 많지 않다. 언니들이 원하는 주제 도서를 필요한 만큼 복본으로 준비하고, 전교생에게 공지를 한 후에 학년 밴드를 이용해서 선착순 신청을 받는다. 그리고 언니들이 만들어 온 포스터를 크게 출력해서 학교 곳곳에 부착하고, 예쁜 엑스 배너 현수막을 설치해서 분위기를 한껏 띄워 준다. 워크숍 당일에는 책 대화를 더욱 재미있게 해줄 수 있는 간식을 약간 준비해 둔다.
밴드에서 이뤄지는 독서토론 워크숍 신청 마감은 10분 내에 마무리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아래의 밴드 화면을 살펴보면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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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에 신청한 동생들은 미리 책을 읽고 언니와 사전 모임을 간단하게 한다. 언니가 책에 대한 소개를 하고, 동생들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준비 사항을 알려 준다. 예를 들면 인상 깊은 구절, 책을 읽은 감상,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주제 등을 과제로 제시해 준다.
두둥~! 워크숍 당일이 되었다. 언니들은 우리가 근무하는 교무실에 미리 와서 귀여운 하소연을 한다. 부담스럽다든지, 떨린다든지, 동생들이 너무 똑똑해 보인다든지 하는 정말 귀여운 투덜거림을 보인다. 우리는 언니들이 시작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옆에서 지켜보는 역할만 한다. 재미있는 현상은 참가 학생들 모두 얼굴색이 점점 달라지는 것이다. 처음은 어색함과 긴장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곧 책 대화가 얼마나 재미있고 진지한지 모두 얼굴이 사과처럼 발그스레해지는 예쁜 모습을 볼 수 있다.
끝나면 아이들에게 소감문을 받는다. 좋았던 점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언니와의 책 대화가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희망하는 진로 분야가 비슷한 언니에게 많은 도움을 얻었다”라는 이야기가 많다. 아쉬웠던 점을 살펴보면 “이 좋은 것을 왜 한 학기에 한 번만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반응이었다. 이는 우리를 천국으로 보내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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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노란 꿈을 꾸는 두 사람
우리는 민들레 홀씨를 키우고 있다고 믿는다. 민들레 언니들이 동생들을 책의 세계로 이끌어주고, 동생들과 함께 인생의 길을 찾아 나간다고 믿는다. 그리고 책을 읽고 독서토론을 하는 오늘이 하루에 세 끼 먹는 밥과 같은 일상적이지만 사라질 수 없는 문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재미와 의미가 있기 때문에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빠져나갈 수 없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민들레 홀씨 언니들이 꽃을 피우면 더 많은 홀씨를 만들어서 퍼뜨리겠지. 그리고 그 많은 민들레 홀씨가 모두 꽃을 피우고 다시, 다시… 그래서 노란 민들레꽃이 온 세상을 융단처럼 덮는 샛노란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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