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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이 읽을래?]함께 읽기와 비경쟁 독서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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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6-09-30 10:56 조회 8,20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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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학교도서관
10년 만에 돌아왔다. 홍천여고로. 2003년 무렵 나는 ‘홍천 지역 학교도서관 담당교사 모임’과의 인연을 통해 마음에 학교도서관과 독서교육의 불을 처음으로 지피게 되었다. 당시 학교도서관은 나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폐가식 서가만을 갖춘 창고였다. 난생 처음 해보는 도서관 리모델링은 흥미와 낯섦과 긴장의 연속이었고, 2004년 11월에 개관식을 했다. 다음 해에 재미있게 운영해볼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뜻밖에도 내게 도서관 업무가 주어지지 않았다. 학교도서관에 관심이 없는 선생님에게 도서관 업무가 주어졌고, 나에게는 학생부의 업무만 강요되었다. 도서관은 만들어 놓으면 끝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우여곡절 끝에 도서관을 맡았지만, 그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내 인생에서 학교도서관이 몹시 중요해졌다는 것을 말이다.
10년이 흐른 뒤에 다시 홍천여고에 오게 된 나는상처 받고 떠났던 고향을 ‘어른’이 되어 다시 찾아온 기분, 강력한 무기를 온몸에 장착하고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잘해 보고 싶었다. 모든 걸 걸고 열심히 해 보고 싶은 무모한 마음도 마구 들었다. 더군다나 이곳에서 독서교육을 함께 공부했던 동지, 허보영 선생님과 만나게 되었으니 더더욱.
 
독서교육의 새로운 그림
홍천여고는 고맙게도(?) 거의 백지와 같은 독서교육의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일단 허보영 선생님과 함께 학교 독서교육의 판을 새롭게 짜기 위한 구상을 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가장 큰 원칙은 일회적인 이벤트와 같은 독서 행사, 책을 읽지 않고 참가할 수 있는 행사는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 대신 지속성 속에서 배움이 생길 수 있는
것, 교사의 감수성이 아닌 청소년의 감수성에 부합하는 프로그램, 경쟁의 긴장보다 협력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할 수 있는 것, 엄숙하지 않고 재미와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 교사와 학부모도 동참할 수 있는 것 등을 고민하며 구상했다. 그래서 모든 독서교육 활동을 하나로 꿰는 것을 정했다. 이는 ‘함께 읽기와 비경쟁 상호 협력 독서 토론’이었다.
 
 
함께 읽기의 비밀
이처럼 우리의 ‘함께 읽기’는 전문적이고 심화된 독서 토론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관계’에 가장 큰 초점을 두었다. 책을 가운데에 두고 4~5명이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그림에 가깝다. ‘함께 읽기와 비경쟁 독서 토론’은 하루 종일 칠판만 보며 혼자 열심히 무언가를 외우는 한국의 고등학교 아이들에게 광장에 모여 친구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드문 기회이다. 또한 인생과 세상에 대해서 성찰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이며, 친구와의 따뜻한 관계 안에서 마음의 행복과 안정을 찾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것에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호혜적 관계를 맺어가는 연습이고, 환대의 시공간으로써의 공동체를 실험하는 공간1)’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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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경쟁 독서 토론: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다
우리는 왜 ‘비경쟁 독서 토론2)’을 다양하게 변주하게 되었을까? 일단 이 용어는 ‘디베이트’에 대한 상대적인 의미로 생긴 말이라고 생각한다. ‘비경쟁 독서 토론’의 핵심은 토론을 위한 ‘질문’을 만드는 시간에 있다. 누군가로부터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수동적인 의미가 전제되어 있다. 하지만 스스로 질문을 만드는 것은 주체적으로 문제를 설정하고 제기하는 매우 능동적인 행위다. ‘비경쟁 독서 토론’은 세상을 향해 문제를 제기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배움이다. 또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비판하거나, 시비를 가리거나, 등위를 매기거나, 정답을 정리하지 않는 성격을 지닌다. 서로 다른 의견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독서 토론은 총명한 학생들만의 폐쇄적인 활동에 갇히기를 거부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개방적이고 대중적인 활동을 지향한다.
 
 
이제, 아름답게 배치해 봐야지
우선적으로 ‘자율 독서 동아리’를 배치했다. 자율 독서 동아리를 하게 되면 독서 토론을 하며 놀 수 있는 학생 문화를 이끌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문학 독서 토론 카페’를 연 4회 기획했다. 이 독서 토론 카페에는 상호 협력, 재미, 의미, 발랄함, 진지함과 같은 비장의 무기가 많이 숨겨져 있다.
‘5人의 책친구’도 만들었다. 이는 상당히 지속적인 프로그램이고,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활동이다. 계절별로 4회에 걸쳐 여름방학, 겨울방학마다 총 6회 실시한다. 선생님 1명과 학생 4명이 한 팀(5人)을 이뤄 같은 책을 읽고 독서 토론을 한 후에 결과물을 제출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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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마다 독서 토론 활동도 배치했다. 학생 전원이 수업 시간을 통해 독서 토론의 방법을 제대로 배우고, 이 배움을 바탕으로 누구나 독서 토론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방과 후 수업으로는 ‘10권 읽고 독서 토론하기’ 반을 개설해서 의욕 넘치는 학생들이 열심히 참가하기도 했다.
그리고 ‘독서 토론 리더 언니들’을 10명 정도 조직했다. ‘언니들의 북토크’, ‘언니의 독서토론 워크숍’을 통해서 선배가 후배들에게 독서 토론의 즐거움과 방법을 가르치고 공감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했다.
다음 편부터, 이 활동들에 대해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자 한다. 이 활동들을 왜 했는지, 어떻게 준비하고 운영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볼 참이다. 또한 이 활동들에는 어떤 재미와 의미와 어려움이 따랐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시행착오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차근차근 짚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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