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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데아 [정리왕의 책글말] 독후감 쓰기는 왜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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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06-14 12:26 조회 8,37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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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영 숭례문학당 학사
 
이번에는 발췌록으로 집짓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발췌를 바탕으로 ‘생각의 집’을 짓는 과정 즉 ‘독후감 설계도’입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인상 깊은 부분을 정리한 발췌록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감 가는 부분에 밑줄을 긋고 옮겨 적은 발췌록을 꼼꼼히 살펴보며 가장 중요한 키워드 세 개를 뽑습니다. 아래는 실제로 한 중학생이 『완득이』를 읽고 뽑은 발췌록입니다. 옆에 쓴 키워드도 직접 기록했습니다.
 
“이 동네 집들 진짜 따닥따닥 붙어 있다. 내가 세상으로부터 숨어 있기에 딱 좋은 동네였다. 왜 숨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사실은 너무 오래 숨어 있어서 두렵기 시작했는데, 그저 숨는 짓밖에 몰라 계속 숨어 있었다. 그런 나를 똥주가 찾아냈다. 어떤 때는 아직 숨지도 못했는데 ‘거기, 도완득!’ 하고 외쳤다. 술래에 재미를 붙였는지 오밤중에도 찾아댔다.” / 두려움
 
“베트남에서 온 티로 누나 기억하시죠? 가족이나 마찬가지라고 집안일까지 시켰던 누나요. 아 왜, 필통 판금하다가 절단기에 손가락 잘려서 귀국시켰던. 저요, 그때부터 철로 된 필통 안썼어요.” “자원봉사도 아니고, 노동이 안 되는 사람을 계속 데리고 있을 순 없었다.” “하하하. 치료는 하고 보내셨어야죠. 안 그래요? 잘린 손가락 세 개가 손등까지 썩을 때까지 부려먹다 보냈잖아요! 제가 모를 줄 아세요? 저 고등학교 때 일이에요. 근데 월급은 왜 안 줘서 보낸 거예요? (중략) “천하의 못된 놈!” / 외국인 노동자 문제
 
“아버지와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 이 열등감이 아버지를 키웠을 테고 이제 나도 키울 것이다. 열등감 이 녀석, 은근히 사람 노력하게 만든다.” / 열등감
 
독후감 주제 키워드
학생이 뽑은 키워드는 세 가지입니다. 두려움, 외국인 노동자 문제, 열등감. 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나머지 발췌도 분류, 정리했습니다. 이 키워드는 학생이 가장 하고 싶은 말일 수도, 가장 공감한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자기 생각’을 쓸 수 있는 여지가 높은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세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와 관련한 발췌를 모은 후, 분류하면 독후감 설계도가 완성됩니다.
다음으로 해야 하는 것은 중요도 순으로 키워드를 배치하는 것입니다. 독후감에서 가장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결정해야 하니까요. 예를 들어 메인 키워드를 ‘열등감’으로 정하면, 자연스럽게 ‘열등감’과 관련한 독후감 제목이 나옵니다. 나머지 두려움과 외국인 노동자 문제도 다루며 『완득이』가 어떤 방식으로 ‘열등감’을 그리고 있는지 풀어쓰다 보면 자기 생각이 정리됩니다.
 
제목: 내 열등감을 극복시켜 준 완득이
이수범 중2
 
“아버지와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 이 열등감이 아버지를 키웠을 테고 이제 나도 키울 것이다. 열등감 이 녀석, 은근히 사람 노력하게 만든다.”
 
영화로 보고 너무 좋았던 소설 『완득이』를 읽었다. 영화만큼 감동적이었다. 나 또한 완득이처럼 열등감에 시달렸다. 나를 힘들게 한 것은 공부였다. 형보다 더 많이 노력하는데도, 성적은 제자리를 맴돌았다. 노력에 비해 성적이 좋은 형을 부러워하고 질투했는데 완득이를 보며 그게 열등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완득이처럼 재능을 알아봐 주는 선생님을 만나 열등감을 극복하고 싶다.
수범이는 열등감이라는 키워드로 독후감을 풀어 나갔습니다. 이후, 두려움이란 주제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문제도 담아냈습니다. 수범이는 “내용 요약에 급급한 독후감만 쓰다 제 생각을 쓰니 너무 재미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발췌 후 설계도 그리기 그리고 독후감 쓰기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인터넷 자료를 베끼고 편집해서 내가 쓴 것처럼 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시간을 들여야 하나 고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순차적으로 독후감 쓰는 과정을 밟다 보면, 스스로 글 쓰는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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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독후감 쓰기를 위한 생각정리 수업은 2~3차시로 구성,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 수업의 사전 과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책 읽어 오기. 둘째, 인상 깊은 부분 밑줄 쳐오기. 1차시엔 밑줄 친 부분을 옮겨 적는 발췌 연습을 합니다. 또박또박, 공을 들여 좋은 부분을 옮겨 적습니다. 이때 주관적 발췌와 객관적 발췌의 구분을 알려주고, 이어 발췌를 중심으로 3개 이상의 키워드를 뽑게 합니다.(어려워하는 아이들은 1~2개 정도도 좋습니다) 이를 중심으로 상–중–하 키워드를 분류합니다. 이어 메인 키워드로 독후감의 제목과 주제 문장을 뽑습니다. 이 수업을 더 재미있게 하려면 모둠수업을 제안합니다. 서로가 뽑은 발췌와 키워드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협력 활동으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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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시로 수업을 하면 개인별 독후감 설계안까지 나올 수 있습니다. 상–중–하 키워드를 어떤 방식으로 어떤 순서로 배치할 것인가 의논하는 과정입니다. 이때 교사가 학생들에게 알려 줘야 할 지식은 문단에 대한 개념입니다. 모든 글은 몇 개의 문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나의 문단은 하나의 주제 문장으로 이어져야 하고, 네 개의 문단은 네 개주제 문장의 연속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문단에 대한 개념 없이 그냥 내용만 채우려 합니다. 그러다 보니 문단의 짜임도 엉성하고, 일관성도 없습니다. 예컨대, 위와 같은 3개의 키워드로 문단을 짠다면 어떤 형태가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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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구성할 수도 있겠죠. 본인이 하고자 하는 말, 중요하다 생각하는 키워드가 열등감이므로 첫 문단과 마지막 문단에서 다루되, 다른 방식으로 풀어서 씁니다. 이때, 주제 키워드와 연관된 발췌가 나오면 더욱 명쾌해지겠죠. 나머지 두려움과 외국인 노동자문제도 쓰면서 이와 관련한 자기 생각을 쓰면 됩니다.
이때 ‘그러면 줄거리 요약은 어떻게 하나요?’라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어렵지않습니다. 만약 누군가 열등감을 『완득이』의 주요 키워드로 봤다면, 그것을 중심으로 줄거리를 요약하면 됩니다. “어머니가 누군지도 모른 채 살아온 소년 완득이. 그의 삶은 열등감의 연속이었다. 장터를 돌아다니며 춤추는 아버지, 자길 버린 어머니가 열등감 원인제공자라면 담임 똥주는 열등감에 불을 붙이는 성냥이다.” 이런 식으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학생마다 줄거리 요약의 내용과 형식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 수준과 기질,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각자의 생각대로 쓰도록 권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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