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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혁명없이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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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8 22:03 조회 6,86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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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장성고등학교 1학년 학생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2008년 필자가 쓴 책 『대한민국에 교육은 없다』라는 책을 읽고 필자의 생각에 공감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터이지만 학생은 학교라는 체제 안에서 자기 자신을 찾고 자기의 시간을 확보하고자 애써 보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3학년 학생들을 보면 동물원에 가두어 놓은 동물이라는 생각. 맞다. 필자도 책에서 사육이라는 말을 사용했으니 말이다.

대한민국에 언제 교육이 있었던가. 훈육과 사육 두 가지밖에 없는 곳이 대한민국 공교육 현장이다. 성장촉진호르몬제를 맞으며 동물들이 자라 시장에 내놓아도 괜찮을 상품으로 변하듯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학생들은 문제풀이호르몬제를 맞으며 SKY상품으로 거듭나기 위해 수능전투를 벌인다. SKY등급의 상품이 아니면 앞으로 진출할 인생시장에서 받아주질 않기 때문이다. 태풍에 떨어진 배를 누가 사 주겠는가. SKY에서 떨어진 지잡대 상품을 누가 거들떠보겠는가. 불량상품으로 버려질 뿐이다.

교육은 없고 훈육과 사육만 있을 뿐
그러면 어쩌란 말인가. 이메일을 보낸 학생 이야기처럼 선생님들은 바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이동 수업, 수준별 수업 등 외적인 형태만 바꾼다는데 그래봐야 학부모와 교사들은 모두 SKY만 쳐다보지 않는가. 교장은 서울대 합격생 축하 플래카드나 정문에 걸고. 그러니 어쩌란 말인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과외를 하고 사육시켜 민사고, 외고, 특목고를 거쳐 하늘에 다다르는 것이 전부인 대한민국에서, 초중등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비엔나 소시지처럼 줄줄이 문제가 엮여 있는 대한민국에서, 그러니 당신은 무슨 대안이 있는가 말이다.

학생이 주위에서 듣는 충고처럼 2년은 짧은 세월이니 참고 견디라고 말할 것인가. 영어를 배우지 않아도 좋으니 아까운 청춘의 시간이긴 하지만 빈칸 맞추어 넣는 법을 배우라고 말할 것인가. 교과부는 학교를 평가하고 학교는 학생들을 평가하는 이 시스템을 무슨 수로 부수겠는가. 임용고시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 자신도 문제풀이호르몬제를 투여받은 사람들일 텐데 꼬이고 꼬인 이 사육시스템을 무슨 수로 고치겠는가 말이다. 영화 <완득이>에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야간자율학습이 말 그대로 자율인데도 야자에 빠지는 것이 쉽지 않으니 그게 어찌 ‘자율’이란 말인가.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학생들은 자신들의 인격과 학습권을 모두 강탈당한 채 강제적인 사육을 받고 있다. 새벽부터 또 다시 새벽까지 문제풀이 훈련을 받으며 SKY에 닿기 위해 다른 친구들을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나 홀로 SKY에 도달하고자 수능돌격대로 변한 학생들에게는 졸음을 쫓기 위한 훈육의 몽둥이와 사육을 위한 질 좋은 사료만이 필요할 뿐이다. 칠레의 고등학교 학생들은 교육의 공공성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지구의 반대편 대한민국에 사는 학생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지 오래 되었다.

인격을 훈육이 대신하고 학습권을 사육이 대체한 이 시대에 과연 당신은 대안을 갖고 있는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언제까지 비판만 할 것인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성숙한 학생들을 아이 취급하고 그 아이를 정신적인 성숙의 과정으로 이끌지 않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한 명이라도 더 SKY에 보내야 하는데 그런 말이 씨도 안 먹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SKY에 닿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아이들
대한민국에서 교육은 교육혁명과 그 전제가 되는 사회혁명이 없이는 또한 불가능하다. 대한민국은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자식의 대학을 결정하는 시대에 이미 오래 전에 접어들었다. 대학을 나오고 SKY대학을 나와야 인간 대접을 받기에 교실이라는 정글에서 사투를 벌이는 오늘날에는 SKY인간이 말 그대로 제조되고 있는 시대다. 학생 옆에 여러 매니저를 두고 한 인간을 제조하는 공정이 강남학원가, 특목고에서 가동되고 있다. 학교 교실 또한 그러한 제조공정 과정이 가동되는 공장일 따름이다.

미국에서는 그동안 교육을 두고 ‘잃어버린 50년’ 이야기를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교육을 잃어버리고 산 지 수십 년이 지났다. 하지만 수백 년을 이어온 조선왕조처럼 학교 교실은 그야말로 철옹성이다. 사농공상을 중시하는 학벌 사회가 폐지되지 않는 한, 벼슬을 하기 위해 치는 과거 시험 같은 수능 시험이 폐지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교육은 재생 불가능하다. 교수들조차도 아무 생각 없이 수능 출제하기 위해 한 달 동안 합숙하지 않는가. 교육프로그램을 틀어쥐고 혁명적인 개혁프로그램을 만들어 국민적 동의를 얻는 체제가 등장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교육은 한 치도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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