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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깊게 일기 - 있는 그대로를 그린 게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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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1 11:41 조회 6,37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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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회, 어느 나라든지 맨 처음의 역사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였다. 이것이 그림으로 전해지다가 문자가 발명되면 비로소 글로 적혀 역사가 된다. 문맹이 대부분이었던 옛날에 그림으로 역사를 전달하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서양의 중세미술에서 성서의 내용을 표현한 그림들이 많은 이유가 문맹인 교인들에게 교리를 가르치기 위해 그려졌다는 까닭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있다. 글을 모르는 대중에게 글을 대신하여 어떤 사실을 전하는 그림, 이 책은 바로 이와 같은 상황을 생각하며 그림을 보게 한다.

그려진 그대로를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보아도 그것만으로 충분히 아름답다는 느낌과 감동을 주는 그림이기에 ‘명화’다. 이제 이 책을 읽는 우리는 그 그림 속인물과 상황에 대해 좀 더 많은 사실들과 상징을 알게 될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했으니 어쩌면 우리는 어떤 그림을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보게 될 것이다. 이것은 마치 추리소설을 읽을 때와 같이 흥미진진하고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처럼 재미있다.

그러나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를 남길 수 있는 쪽은 정복자다. 그래서 언제나 역사는 정복자의 위대함만을 강조하게 되며 피정복자의 멸망에 대해서조차 정복자들의 주장을 담아 그 당위를 증명하기 위해 서술되곤 했다. 역사의 한장면으로 남겨진 그림이라고 하여 이런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저자는 역사 속의 한 사건, 혹은 한 인물에 대해 소개하면서 다른 시각으로 그린 두 점의 그림을 함께 소개하는 것으로 객관적인 역사관을 갖도록 배려하고 있다.

동방 박사와 아기 예수를 그린 그림이지만 젠틸레 다파브리아노의 <동방박사의 경배>는 교회의 제단을 꾸미는 그림으로 그려져 성서의 내용을 충실하게 전하고 있는 반면 똑같은 장면을 묘사한 보티첼리의 그림은 엄청 불경스러운 그림임을 알려준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성서 속의 한 장면이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을 실재인물로 그려 놓았기 때문이다. 최대의 문화예술 후원가의 가문 메디치가의 사람들이 마치 배우가 역할을 맡아 연기하듯 세 명의 동방박사로 그려져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서야 처음 알았다!

황제의 두 모습으로 소개한 그림 두 점도 흥미롭다. 신성 로마제국의 루돌프 2세 초상화와 아르침볼트의 <베르툼누스>가 같은 모델을 그린 것이라니 말이다. ‘계절의 신’이라는 뜻의 <베르툼누스>라는 그림은 온갖 꽃과 채소들로 이루어진 얼굴을 그린 것인데 이게 묘하게도 루돌프 2세와 매우 닮았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뒤이어 소개한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이 영국을 통치하여 강대국으로 만들고 결혼도 하지 않아 영국과 결혼했다는 말을 들었던 것과 대조적으로 로마의 루돌프 2세 황제는 다스리는 일에 관심도 재주도 별로 없었단다. 책에는 소개하는 그림에 이런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주 화려하고 사치스런 옷을 입고 있는 영국여왕과 소박하고 검소한 옷을 입은 루돌프 황제는 이것만으로도 대비가 되고, 과학과 예술에 특별한 애정을 가졌던 루돌프 황제는 자신의 얼굴을 과일과 채소로 그린 그림에는 아주 기뻐했을 거라는 이야기다.

같은 사건이나 인물을 다룬 그림을 나란히 놓고 감상하거나, 역사 속에서 관계를 맺으며 일어난 사건들을 그림으로 이해하며 역사를 읽고 명화를 감상하는 일이 역사이해와 명화감상에 깊이를 더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어린이들에게 명화를 소개하고 설명해 주기 위해 나온 책들에서 다루는 그림들이 거의 같은 그림이었던 데 비해 이 책에서 소개하는 그림들 중에는 그동안 흔히 볼 수 없었던 그림들이 있어서 반가웠다. 미켈란젤로의 시스틴 성당의 천정화가 그토록 유명해도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는데 이 책에 전체 그림을 싣고 이제까지 대표적 장면으로 보여주던 장면이 아닌 대홍수 장면을 택해 보여준 것도 좋았다. <지리학자>, <공기 펌프 속의 새 실험>도 쉽게 볼 수 있는 그림이 아니어서 좋았다.

아쉬운 것은 소개하는 그림들 중에는 가로 길이가 6~7미터에 달하는 대작이 상당수인데 그 웅장함까지 전해줄 방법을 찾는 데에는 소홀한 점이다. 그림의 한 부분을 따로 떼어 화가의 의도를 설명한 것과 같은 친절을 발휘하여 펼친 페이지와 같은 방법으로라도 좀 더 스케일이 전해지도록 했더라면. 고대 역사나 신화에는 어린이에게 전하기엔 민망한 대목도 적지 않다. 그것을 어린이에게 들려 줄 때에는 삭제하기도 하고 완곡한 표현으로 바꾸기도 하는데 이미 그려진 그림으로 보여주는 신화와 역사의 장면에서는 그런 조절이 어려우니 선택하는 과정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 <삼손과 데릴라>나 <클레오파트라의 연회>, 로마제국의 <사비니 여인의 약탈>이나 <로마인의 타락>은 부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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