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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깊게 읽기 - 길 위에 사람이 사네, 고양이도 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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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7 23:33 조회 7,77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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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안내 고양이, 썰매 끄는 고양이, 마약 탐지 고양이는 없지만, 고양이는 개와 더불어 가장 대중적인 애완동물이다. 쥐를 잡는 것 외에 별다른 특기도 없어 보이는 고양이가 매력적인 이유는 길들지 않은 자유분방함과 도도해 보이는 표정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동네를 걷다 보면 쓰레기 더미 근처에서 먹을 것을 찾고 있는 고양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주인 없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고양이를 이 책 『우리 집에 온 길고양이 카니』에서는 ‘길고양이’라 부른다. 그러나 길고양이는 국어사전에 없는 만든 말이다. 사전에는 ‘도둑고양이’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소설, 신문, 심지어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세계 최초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춤」에서도 ‘길고양이’라는 이름이 사용되고 있다.

이는 고양이가 어둡고 지저분하며 인간의 것을 뺏어가는 도둑 같은 나쁜 존재가 아니라 인간과 함께 길 위에서 삶의 터전을 함께 나누고 공존하는 친구 같은 존재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길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한발 더 나아가 입양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책도 길고양이에게 마음을 주고 먹이를 주다 입양까지 하게 되었던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씌어진 책이다. 집으로 찾아왔던 길고양이가 낳은 새끼 고양이 카니. 그 고양이를 기르면서 실수했던 경험이나 재미있던 일들을 열 살 여자아이 지민이의 일기 형식으로 엮어냈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양육 정보도 함께 담아서 말이다.

이 책은 새끼고양이 카니가 늠름한 수고양이로 자라나는 과정을 그려내면서 고양이와 관련된 정보도 폭넓게 제공하고 있다. 길고양이 입양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물론이고 고양이의 임신과 출산, 아기고양이 성장 과정, 배변 훈련, 필수 예방접종, 사료 고르기, 먹이 만들어주기, 중성화 수술 등을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알기 쉽게 설명하였다. 고양이를 키울 때 유의할 점이나 고양이와 친해지는 법, 고양이가 좋아하는 낮잠 자리까지 고양이에 관한 유용한 정보가 세세하게 담겨 있어 고양이를 키우려는 어른이 보아도 좋을 듯하다. 이야기중간이나 책의 좌우 양쪽 끝 부분에 삽화와 함께 수록된 고양이에 관한 정보 부분은 고양이를 기르는 데 보다 깊이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어 좋다.

고양이를 키울 때 사람들이 자주 하는 실수도 지적해줘 반갑다. 길고양이에게 사람이 먹는 참치나 우유, 오징어를 먹인 지민이의 실수는 일반 사람들도 충분히 저지를 수 있는 일이다. 길고양이에게 베풀었던 친절이 고양이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반성도 하고 올바른 양육 방법으로 고쳐나갈 수 있게 안내해 고마웠다.

고양이와 함께하는 아기자기한 일상을 담은 이 책을 읽고 나면 길고양이에게 집을 마련해주고 돌봐주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자칫하면 길고양이를 입양시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 우려스럽기도 하다. 고양이를 강제로 입양시키는 것은 고양이를 위한 최선도 고양이를 위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100만 번 산 고양이』(비룡소)에서 100만 번이나 죽고, 100만 번이나 살았던 얼룩고양이는 백만 명의 사람들이 그 고양이를 귀여워했고, 백만 명의 사람들이 그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지만 단 한 번도 주인을 좋아했었던 적이 없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누구의 고양이도 아닌 자신만의 고양이, 도둑고양이가 되었을 때 자신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100만 번 산 고양이』의 얼룩고양이처럼 사람에게 길들이려 하기보다 고양이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 어쩌면 고양이를 가장 고양이답게 사랑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고양이를 기르지 않고 ‘관찰’할 수 있는 법을 알려주는 『도둑고양이 연구』(파랑새)도 함께 보면 좋겠다. 이 책은 사람이 사는 곳 주변에서 자신의 영역을 갖고 생활하는 도둑고양이 나오스케의 하루를 관찰하여 기록한 책이다. 이 책 역시 번역은 도둑고양이로 되어 있으나 원서의 제목이 ‘Let’s Follow and Observe a Town Cat’으로 길고양이의 의미와 가깝게 여겨진다. 길고양이의 행동과 습성, 고양이 사회의 규칙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주변의 길고양이를 관찰하고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 집에 온 길고양이 카니』가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는 데 필요한 지식정보를 담은 책이라면 『도둑고양이 연구』는 길고양이가 그들만의 사회에 존재하는 엄격한 규칙에 따라 어울려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삶을 엿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길고양이에 관한 책들을 읽다 보니 길 위에 살아가고 있는 존재가 사람만이 아니란 걸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이십 년 전 내 집을 찾아왔던 어미고양이가 낳은 새끼고양이도 새록새록 떠올라 잠시 행복하기도 했다. 세상 곳곳의 길 위에서 저마다 살아가는 고양이가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행복한 동행을 상상해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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