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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합니다! [학생 청소년에게 권하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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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9-05 21:44 조회 7,47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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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소년』
야시마 타로 글・그림_윤구병 옮김_비룡소_1996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J군에게,
교정은 봄인지 여름인지 모를 햇살로 가득 차 있구나. 초록의 신록이 온 세상을 푸르게 물들이고, 이 봄의 무법자 송홧가루도 온 세상을 점령하며 황사의 하늘처럼 온 세상을 누렇게 물들이고 있구나. 이렇게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세상인데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이라는 마력 아래, 어린 영혼들이 황천길을 걷는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리는구나.1)
이를 어찌할꼬? 혹자는 인간은 육화肉化된 존재이기에 폭력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어찌 어린 영혼들마저도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일까? 혹자는 경쟁 위주의 입시교육 탓이라고 하고, 물질만능주의의 세태 속에 생명을 경시하는 풍토 속에서 자란 세대이기 때문에 생명을 경시하는 것이라고 몰아붙이는구나.

서로간의 존중과 배려가 없는 이러한 학교 현장과 관련해서 선생님들과 함께 읽었던 그림책 한 권이 자연스레 떠오르는구나. 그 책은 야시마 타로2)의 『까마귀 소년』이란다. 이 작품은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며 땅꼬마라 불리던 한 소년이 새로 오신 배려심 많은 선생님 덕으로 학예회 발표를 통해 ‘까마귀 소년’으로 존중받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단다.

(땅꼬마 소년은) “선생님을 아주 무서워했어. 그래서 아무것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지. 아이들도 무서워했어. 그래서 아무하고도 어울리지 못했지. 그 애는 공부할 때도 따돌림받고, 놀 때도 따돌림받았어. 땅꼬마는 늘 뒤처지고 꼴찌라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외톨이였어.”

그러나 이러한 땅꼬마 소년에게도 행복의 기회가 찾아왔단다. 바로 얼굴에 늘 웃음기가 가시지 않는 다정한 이소베 선생님이 새로 담임으로 오신 것이지. 이소베 선생님은 다른 친구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땅꼬마 친구만의 장점을 알아 주셨단다.
“땅꼬마는 머루가 열리는 곳은 어디고, 돼지감자가 자라는 곳은 어딘지 죄다 알고 있었어. (…) 땅꼬마가 꽃이란 꽃은 죄다 아는 걸 보고 선생님은 눈이 휘둥그레졌어. 선생님은 땅꼬마가 그린 그림을 좋아했어. 그래서 벽에 붙여 놓고 잘 그렸다고 칭찬했지. (…) 그리고 아무도 없을 때면, 땅꼬마랑 자주 이야기를 나누곤 했어.”

땅꼬마랑 이소베 선생님이 어떠한 이야기를 나누었을지 다음 이야기를 보면 알게 된다.
드디어 6학년 학예회 시간, 땅꼬마가 까마귀 울음소리를 흉내 낼 거라고 하자 모두들 웅성거렸어.
“맨 처음에 땅꼬마는 알에서 갓 깨어난 새끼 까마귀 소리를 흉내 냈단다. 그 다음에는 엄마 까마귀 소리를 냈어. (…) 까마귀들이 즐겁고 행복할 때 내는 소리도 말이야. 그 소리를 듣고, 모두 마음이 먼먼 산자락으로 끌려갔어. 땅꼬마가 타박타박 걸어 학교로 오는 저 먼 곳으로 말이야.”

이소베 선생님이 일어나 설명을 했단다. 땅꼬마가 어떻게 해서 그 소리들을 배우게 되었는지 말이야. 여섯 해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날마다 타박타박 학교로 집으로 오가던 까마귀 소년의 마음을 헤아리고 친구들은 모두 울었어. 길고 긴 6년 동안 친구들이 땅꼬마를 얼마나 못살게 굴었는지 생각하면서 말이야.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을 우리는 놓치고 살고 있지 않나 싶구나. 우리 마음의 감정계좌는 늘 적자로 허덕이면서 서로에게 사랑의 빚을 지고 살아가는 데 익숙한 것은 아닌지. 더 많은 사람과 더 멀리 있는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손안에 스마트 휴대폰을 하나씩 쥐고 있지만, 정작 가까운 곳에서 외로워하는 친구를 위해 손 한번 내밀지 않는 우리들의 손이 부끄러워지는구나.

이소베 선생님이 땅꼬마의 어떤 면을 귀하게 보고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지 생각하면서 오늘 학생들과 선생님들과 함께 나눈 대화를 복기復碁3) 해본다. 혹 우리에게 던지는 친구들의 SOS 신호를 놓친 것은 없는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그럼 비가 오는 저녁에 평안을 빌며 펜을 놓는다.

1)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5월 2일 발표한 ‘2012 청소년 통계’를 보면, 2010년 기준 15∼24살 사망원인 1위가 자살(10만 명에 13명꼴)이며, 15∼19살 중·고등학생 나이의 청소년 10명 가운데 7명이 학교 생활과 전반적인 생활에서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단다. 조사 대상의 55.3%가 가장 큰 고민거리로 ‘공부(성적)’를 꼽고 있으며, 10명에 1명꼴로 자살 충동을 느낀다는데,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성적 및 진학문제’(53.4%)라 한다.

2) 야시마 타로(1908~1994)는 일본 출신의 동화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군국주의를 반대하는 정치성향으로 요주의 감시대상이었다. 프롤레타리아 화가로 노동운동을 하던 그는 아내 토모에와 함께 사상범으로 수차례 투옥되었고, 결국 1939년 어린 아들을 일본에 남기고 아내와 미국으로 건너간다. 도미 후 풍자만화를 인정받은 야시마는 미국과 일본의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 전시정보국에서 일본병사를 대상으로 뿌려지는 전단의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이때 고국의 부모와 아이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것을 염려해 본명인 이와마츠 아츠시를 야시마 타로로 바꾼다.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43년, 그는 일본에서의 옥중기를 엮은 그림책 <새로운 태양>(일어판은 1978년, 아키후미사)을 미국에서 출판한다. 야시마 타로는 군국주의 일본에 반대하며 시대와 불화한 삶을 살았다. 뉴욕에서 LA로 이주한 후 ‘야시마 예술학교’를 설립, 후학 양성에 힘썼다. 그가 발표한 그림책은 딸 모모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림책 <우산>을 포함해 모두 세 권. 그는 <까마귀 소년>(1954)에 이어 <우산>(1958), <바닷가 이야기>(1967)로 칼데곳 상을 3회 수상했다.

3) 바둑을 다 둔 후, 그 경과를 검토하기 위하여 처음부터 다시 그 순서대로 벌여 놓는 것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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