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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 아이는 따뜻한 한마디로도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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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5 18:02 조회 7,17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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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면 새내기들이 선생님을 따라 도서관 나들이를 온다. 한껏 긴장한 아이들에게 그림책도 보여주고 도서관에서 하면 안되는 일보다 해도 되는 일을 이야기해 주고 “이 도서관 주인은 누구지요?” 하고 물으면 하나같이 “교장 선생님이요오” 하고 대답한다. 저희들이 주인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러면 도서관주인은 어린이 여러분이고, 주인님 노릇을 잘해야 하고, 날마다 도서관에 주인님 얼굴 안 보여주면 도서관이 슬퍼할 거라고, 서관에 날마다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한다.

다음 날부터 영락없이 승민이 같은 아이들이 등장한다. 짧은 쉬는 시간에도 도서관에 달려와 흐뭇하게 도서관을 둘러보고 가고 시간에 쫓긴 아이는 도서관 문을 열고 얼굴만 들이밀고 “나 왔어요”를 외치고 다시 교실로 달려간다. 정말 귀여운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참 순수하다. 순진하다. 어른들 말 한마디도 저리 진지하게 받아들이니 고맙고 예쁘다.

이 책에 나오는 승민이도 그렇다. 승민이는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오래오래 서로 잊지 말자’는 말 한마디에 6학년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선생님을 찾아간다. 제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이메일을 보내고 휴대전화가 생기자 선생님께 문자 세례를 한다. 수시로 불쑥불쑥 찾아오는 승민이가 귀찮을 법도 한데 싫은 기색 없이 아이를 맞아주고 메일도 문자도 꼭 답을 주시는 할아버지 선생님은 바쁘면 바쁜 모습으로 한가하면 한가한 대로 자연스럽게 대해주신다. 승민이도 한결같았지만 선생님도 참 한결같으셨다. 실제로 송언 선생님의 제자 승민이를 주인공으로 했다니 사제지간의 믿음이 참 특별하다.
할아버지 선생님과 승민이의 관계가 내심 부러운 승민이 3학년 담임선생님이 할아버지 선생님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묻는다.



“음, 할아버지 선생님은요, 착해요. 그래서 참 좋아요.”
“아. 그렇구나. 다른 이유는 없어?”
“할아버지 선생님이요. 저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인데요. 우리들
이랑 헤어질 때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들이요. 이 학교에 와서
만난 첫 번째 제자라구요. 그러니까 저도 할아버지 선생님의 첫
번째 제자가 되는 거 맞잖아요. 그리고 서로 오래오래 잊지 말
자고 말했어요. 그래서 날마다 찾아가는 거예요. 날마다 찾아
가지 않으면 금방 잊게 되잖아요.”_37쪽

어른들은 참 단순하다. 승민이가 사탕 때문에 선생님을 찾는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승민이로선 어휴! 답답할 일이다. 하지만 할아버지 선생님뿐 아니라 잠깐잠깐 등장하는 선생님들도 승민이 이야기를 찬찬히 잘 듣고 믿는다. 승민이를 억울하게 몰아가지 않는다. 만약 의심의 눈초리를 승민이에게 보냈다면 어른들을 못 믿는 냉소적인 아이로 변했을지 모른다. 동화 속 어른들은 승민이 말대로 참 착하다. 그래서 마음이 훈훈해진다.

이 책을 읽다보면 중요한 사건이나 어구를 되풀이하는, 옛이야기가 주는 반복의 재미를 발견한다. 승민이가 학년이 바뀌어 할아버지 선생님을 찾아갈 때마다 옛이야기에서 길을 묻듯 선생님들께 할아버지 선생님 행방을 묻는다. “머리가 하얗고, 수염도 하얗고, 나이는 백 살이 조금 넘었을 거예요.” 늘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읽다보면 “머리가 하얗고, 수염도 하얗고, 나이는 백 살이 조금 넘었을 거예요”를 저절로 따라하게 된다.

초등학교 교사인 송언 선생님 동화에는 아이들이 살아 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거의 다 교실에서 만난 실제인물들이라는 데에 의미가 있다. 그리고 언제나 너그러움과 유머가 넘치는 송언 선생님이 등장한다. 아이들과 함께 겪은 이야기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쓰신 글 속에는 아이들을 믿고 존중하는 교육철학도 잘 녹아 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모두 자기들 얘기라고 즐거워하고 엄마독자들은 선생님을 담임으로 만난 아이들을 부러워한다.

축 졸업 송언초등학교! 선생님과의 정서적 졸업을 통해 또 다른 세계로 한 단계 성장을 돕는 선생님. 제자의 눈에는 평생 자기 등 뒤를 따뜻하게 바라봐 줄 어른이 있어 든든하고 행복한 일이다. 우리에게도 언제나 나를 지지해 줄 세상의 어른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 한마디에 평생을 기대어 사는지 모른다. 따뜻하게 바라봐 준 눈길에도 기운을 받는다. 내게도 평생잊지 못하고 졸업하지 못한 선생님이 있다. 승민이처럼 용기가 없어서일까. 이제껏 선생님을 그리워만 했지 다가가지 못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우리 반은 90명이 넘는 콩나물시루였다. 우리 선생님은 교실에서 책을 읽어주었다. 그저 반 아이 전체를 향해 읽어주셨는데 나만을 향한 것 같았다. 그때 그 책 읽기는 내 머리를 곱게 쓰다듬었고 내 등을 따뜻하게 도닥였다. 살아오면서 순간순간 나를 위로하고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기억이다. 실제로 내 등을 두드려주신 것도 아닌데 지금도 나는 그 선생님의 따뜻한 기운에 기대어 산다. 우리도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의 멘토가 될지 모른다. 무심히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에 누군가를 일으켜 세울지도 모른다. 어린 승민이에게 용기를 배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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