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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시인 “내 아이의 마음을 읽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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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8-03-15 13:44 조회 46,50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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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아홉 살 마음 사전』 , 『아홉 살 함께 사전』 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박성우 시인의 딸 규연 양이다. 집필부터 교정에 이르기까지, 부녀는 끊임없이 소통하며 책을 완성했다. 공저자이자 감수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아홉 살 마음 사전』 은 거의 딸아이하고 같이 썼어요. 책의 1/3 정도는 아이가 말한 내용이에요. ‘불쾌해’라는 단어의 예시에도 실려 있는데요. 불쾌하다는 게 어떤 마음인지 이야기해줬더니 자기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두꺼운 책을 열심히 읽었는데 짝꿍이 ‘너 그림만 봤지?’ 그랬다는 거예요. 그때 비슷한 마음을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마지막 교정도 같이 봤어요. ‘아빠, 이거는 조금 이상한데?’라고 말하면 뺐어요. 아이가 정확히 모르는 단어에 대해서는 설명을 해주는데, 그래도 모른다고 하면 그건 분명히 잘못된 거니까요. ‘예쁘다’라는 부분을 보면 예문에 고구마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딸아이가 고구마를 캤었는데 그게 예뻤대요. 예쁘다고 하면 우리는 곰 인형 같은 것만 생각하는데, 사실 고구마도 예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아이의 말을 듣고 추가했어요. 조금 더 실감이 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아이랑 같이 책을 쓰면서 저도 많은 공부가 됐고, 무엇보다 같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사실 박성우 시인은 문단 내의 소문난 ‘딸바보’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꼭 함께 산책을 하고, 나란히 앉아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낸다.
 
“집에 있을 때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꼭 산책을 같이 해요. 뒷산의 낮은 곳으로만 걷는데, 이제는 날다람쥐처럼 산을 잘 타더라고요(웃음). 사실은 엄마한테 쉬는 시간을 주려고 산에 가기 시작했어요. 도서관도 마찬가지고요. 공부하러 가는 게 아니라 엄마의 쉬는 시간을 위해서 갔어요. 그러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지금은 엄마한테 하지 못한 이야기도 아빠한테 다 해요. 비밀이 없어요. 그런 게 좋은 것 같아요. 저만의 비법이라면, 방학 때 일정한 시간을 정해 놓고 딸의 방에 놀러가요. 그리고 같이 그림을 그려요. 어떤 걸 그리든 간섭하지는 않아요. 자기가 그리고 싶은 걸 그리게 해요. 강요는 하기 싫거든요. 스스로 하는 게 중요하죠. 그림을 그리고 난 후에는 서로의 그림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요. 다른 일을 하더라도 함께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하는데요. 의외로 딸이 좋아하더라고요. 책읽기도 아이한테 강요하지 않고요. 웬만하면 똑같이 책을 읽어요. 지금은 아이가 조금 컸으니까 따로 읽는데요. 책을 읽고 5분이든 10분이든 생각을 나누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봐요.”
 
아마도 진짜 ‘비법’은 따로 있는 듯했다. 박성우 시인은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존중하는 태도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아내한테 항상 강조하는 세 가지가 있어요. 가훈 대신 ‘우리 집 마음’이라고 부르는데요. 첫 번째가 존중하는 마음이에요. 가족끼리는 무조건 존중해야 한다는 거죠. 분명 아이들은 실수를 많이 해요. 그런데 어른들도 실수하잖아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 같지만 엄청 많이 해요. 사실은 작은 실수를 반복하는 동안 하지 말아야지,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결국 큰 실수도 막아내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실수 한 번 했다고 해서 화내고 그러면 절대 안 되죠. 아이들이 그냥 짜증을 내는 것처럼 보일 때도 분명히 이유가 있어요. 몸이 아프다거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거나, 엄마아빠한테 서운한 마음이 있다거나, 분명히 이유가 있어서 투정부리는 거거든요. 그런 것들을 꼭 표현하게 해주고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시인이 정한 ‘우리 집 마음’의 두 번째는 배려하는 마음, 세 번째는 사랑하는 마음이다. 특히 첫 번째로 손꼽히는 ‘존중하는 마음’은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으로, 온전한 인격체로 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박성우 시인은 절대적으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줘야 한다고, 중간에 말을 끊거나 혼내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한 번은 딸아이와 문구점에 갔다 오는 길에 둘이 싸웠어요. 딸아이가 ‘아빠, 나 삐쳤어. 먼저 갈 거야’ 하고 막 뛰어가더라고요. 저도 속상하고 화가 나서 일부러 천천히 걷고 있었는데, 가다 말고 멈춰요. 그러더니 ‘아빠, 빨리 와. 우리 가족이니까 같이 가야지’ 하는 거죠. 이런 경우도 있었어요. 우연히 아이가 쓴 일기를 보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었는데요. 자기는 서서 구구단을 외우는데 아빠는 편하게 앉아서 검사를 했대요. 너무 불공평하다는 거죠.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니까 정말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 미안하다고 사과했어요. 아빠가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다고요. 아이들 말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귀를 기울여서 끝까지 들어줘야 돼요. 절대적으로 많이 들어주고 존중해주고, 그렇게 하면서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게 아주 중요하죠.”
 
부녀의 공동 집필은 그림 동시집 『우리 집 한 바퀴』 , 『동물 학교 한 바퀴』 에서도 이루어진 바 있다. 특히 『동물 학교 한 바퀴』 는 두 사람의 놀이가 고스란히 책속에 담긴 경우라고.
 
“아이들이 성장기마다 특징이 있는데요.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역할극을 제일 좋아해요. 선생님 놀이, 병원 놀이 같은 걸 엄청 좋아해서 같이 해줘야 돼요. 『동물 학교 한 바퀴』 는 선생님 놀이를 하다가 쓴 책이에요. 딸아이가 자기는 항상 선생님을 하고 저는 학생을 시켰어요. 시험도 봐야 되고 엄청 힘들었죠(웃음). 그런 거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어서 제가 질문을 했어요. ‘토끼는 키를 잴 때 귀까지 재나요, 머리까지 재나요?’, ‘캥거루는 목욕하고 몸무게를 잴 때 아기 캥거루를 빼고 재나요, 안고 재나요?’ 그러면 아이가 재밌어 해요. 자기도 정답은 모르겠는데 재밌다는 거죠. 그리고 저한테 시간표도 짜라고 했어요(웃음). 그래서 코알라의 시간표를 썼죠. ‘1교시 잠자기, 2교시 잠자기, 3교시 잠자기, 4교시 잠자기, 급식 먹기, 5교시 잠자기...’ 이런 식으로요. 코알라는 잠자는 게 공부거든요. 그렇게 딸아이랑 이야기하면서 놀다가, 아이가 재밌어하는 내용은 메모를 해놨어요. 학교 간 사이에 정리를 하고요.”
 
동시 「고슴도치」는 당시의 경험으로 쓰게 된 작품이다. “선생님, 저는 가시 때문에 / 풍선 불기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요. // 그렇지만 엉덩이로 풍선 터트리기는 니가 최고잖아 / 그러면 됐어.”라는 내용의 시다. 딸과 함께 학교 놀이를 하는 동안 시인의 바라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고슴도치한테 풍선 불기를 가르치면 아무리 열 시간, 만 시간을 시켜도 잘할 수 없어요. 그런데 한국 교육은 일괄적으로 풍선 불기만 시켜요. 아이가 풍선을 불고 못 불고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너는 풍선 불기만 해야 돼’라는 건데, 이를테면 그게 공부라는 거죠. 그런데 반대로, 고슴도치한테 풍선 터트리기를 시키면 1등이잖아요. 잘할 수 있는 걸 하면 되는 거죠. 우리 아이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는 아이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분명히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뭘 할 때 즐거워하는지를 잘 보면 장점도 발견할 수 있고요. 이왕이면 아이가 남들이 볼 때 좋아 보이는 삶보다 스스로 행복해하는 삶을 사는 게 좋잖아요. 그게 훨씬 아름다운 거고요.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아름다운 거잖아요. 엄마아빠가 유심히 살펴보면 아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박성우 시인과 권지현 시인은 문단에서 보기 드문 부부 시인이다. 당연히 딸 규연 양 역시 문학적 재능을 타고났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박성우 시인은 “항상 엄마아빠가 글 쓰는 모습을 봐서” 영향 받은 바가 있을 거라고 말한다. 일찌감치 꼬마 작가의 남다름을 눈여겨 본 안도현 시인은 “엄마아빠보다 더 뛰어난 글을 쓸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글 쓰는 걸 좋아한다기보다, 엄마아빠가 글 쓰는 걸 항상 봐서 그런지, 어디를 다녀오면 기록을 하더라고요. 그리고 아이들이 진짜 재밌게 놀고 온 뒤에는 기록하고 싶어 해요.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그리고 싶어 하죠. 처음에는 방법을 모를 수 있는데 ‘오늘 놀았던 일을 한 번 그려볼까? 한 번 써볼까?’하고 몇 번 이야기하면 ‘그럴까?’ 하면서 그리고 써요. 그때 한 줄을 쓰든 두 줄을 쓰든 ‘이것밖에 못 쓰냐’고 하면 안 돼요. 자유롭게 쓰게 하고, 한 가지 정도만 주의하면 돼요. 단순히 ‘재밌었다, 신났다’가 아니라 뭐가 신났는지, 뭐가 재밌었는지, 조금 구체적으로 쓰게 하는 거예요.”
 
지난달에는 박규연 양이 직접 쓰고 그린 책 『아빠, 오늘은 뭐하고 놀까?』 가 출간됐다. 열 살 무렵부터 아빠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순간들을 기록한 것이다.
 
“<학교도서관저널>에서 독후감 꼭지에 글을 써달라고 연락이 왔었어요. 규연이가 쓴 글들이 많으니까, 저 대신 딸아이가 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는데, 상관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딸이 써서 보냈는데 너무 좋다는 거예요. 연재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2년 동안 연재를 했어요. 그 글들이 이번에 책으로 나왔는데요. 원래는 출간을 안 하려고 했었어요. 처음에 연재할 때부터 책으로 묶지 않겠다고 했고요. 그런데 <학교도서관저널> 측에서 꼭 내야 된다고 하고, 이 글들은 창작품이라기보다는 생활글이니까 괜찮겠다고 생각이 돼서 출간하게 됐어요. 규연이 꿈이 작가인데, 저도 딸이 작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동시나 동화를 써보라고 한 적은 없어요. 오히려 하지 말라고 해요. 많이 경험하고 생각하다 보면 안 쓰고는 못 배긴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때 쓰라고 말해요. 그리고 작가가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뭔가를 꿈꾼다는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가 꿈꿀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고, 엄마아빠는 축하해주고 응원해주면서 함께하는 거죠.”
 
(후략)
 
 
글 | 임나리

채널예스 원문보기 http://ch.yes24.com/Article/View/35497
 
 
아빠놀까 평면표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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