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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페셜", 왜 "홍천여고 독서동아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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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페셜(난독시대- 책 한번 읽어볼까?)이 주목한 '홍천여고 독서동아리' 이야기


 



 에필로그



함께 읽기, 학교를 바꾸다





3년 동안의 함께 읽기는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일관성 있게 지속한 교육이 아이들의 몸과 영혼에 어떻게 아로새겨져 있을지 궁금했다. 2016~2017년 4학기 동안 독서토론 수업, 독서동아리 등 다양한 ‘함께 읽기’와 독서토론 활동에 참여한 3학년 7학급 2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79.2퍼센트의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중학교 때보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 했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많이 읽었는가’보다 ‘얼마나 즐기게 되었는가’인데, 다행히 65.6퍼센트의 학생들이 중학교 때보다 책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아이들은 대체로 고등학교에 와서 독서토론을 처음으로 해봤다고 하며, 설문에 참여한 학생의 65퍼센트가 독서토론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혼자 읽고 개인적인 독서 기록을 남기는 것보다 함께 읽고 독서토론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밝힌 아이들이 80.3퍼센트나 되었다.


또한 94.9퍼센트의 아이들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독서동아리 활동을 한 적이 있다. 이 아이들이 독서동아리 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독서동아리를 해본 학생들 중 84.4퍼센트는 독서동아리 활동이 즐겁고, 67.2퍼센트의 학생들은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친구들에게 지지받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81.2퍼센트의 학생들은 독서동아리 활동이 진로 탐색과 설계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독서토론 활동의 효과와 만족도에 대해서도 물었다. 독서토론 활동이 친구와 친해지는 데 도움이 되는지, 독서토론 활동이 즐거운지, 독서토론 활동은 학습에 도움이 되는지, 독서토론 활동은 진로 탐색과 설계에 도움이 되는지 묻는 항목에 학생들 대부분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독서모임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서도 물었다. 평생 독자의 개념을 넘어 평생 독서토론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은지가 궁금했다. 74.8퍼센트의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독서모임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우리는 74.8이라는 숫자 앞에서 가슴이 먹먹했다.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주위 사람들과 함께 읽고 공감하며 자신을 잘 돌보고 살겠구나,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주인으로 살겠구나, 하는 마음에 코끝이 시큰했다.



지속적인 비경쟁 독서토론의 힘


물론 아이들은 책을 읽으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 읽는 비경쟁 독서토론의 과정에서 정말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변화가 요동치며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3년 동안 함께 읽고 비경쟁 독서토론을 했더니 꾸준히 책을 읽게 되었고, 친구와 친해졌고, 즐거웠으며, 공부에 도움이 되었고, 진로 탐색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공교육에서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일 아닌가!


우리는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3년 동안 비경쟁 독서토론을 전면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전면적이고 지속적인 독서토론이란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업, 동아리, 독서행사 및 프로그램에서 독서토론을 했음을 의미한다. 학교 밖에서 희망하는 학생들만 모여 독서토론을 하는 것과 학교 안에서 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 학교는 학급-학년-학교라는 체계 속에 친구와 친구, 선배와 후배,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촘촘하게 형성되어 있다. 더군다나 하루에 일정한 시간을 함께 생활하고 함께 공부하는 공동체다. 우리가 앞서 진행했던 설문조사 결과는 3년 동안 거의 모든 학생들이 함께 읽고 독서토론을 했을 때 독해력과 표현력, 사고력의 신장을 뛰어넘는 일이 있음을 보여준다. 지속적인 비경쟁 독서토론이 아이들의 정서, 교우 관계, 학습, 진로 찾기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한 번 더 학교 현장에서 3년 이상 전면적인 비경쟁 독서토론을 실천해 보고 싶다. 그랬을 때 학교의 일상과 문화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몹시 궁금하다.



나의 말을 선물한 독서토론


3년 동안 함께 읽기의 울타리에서 공부하고 놀았던 학생들과 인터뷰를 했다. 먼저 비경쟁 독서토론이 나에게 어떤 의미이고 자신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물었다. 많은 아이들은 자기의 생각을 더 잘 표현하게 되었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비경쟁 독서토론은 아이들에게 ‘나의 말’을 선물했다. 정신의 날을 세워야 하고 모든 말이 평가받는 긴장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말하기 대신, 비경쟁 독서토론은 나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서로 생각을 보완해주는, 그래서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고 토론할 수 있는 자유를 선물로 주었다고 한다.


“고등학교에 와서 많은 책을 읽고, 저자 선생님들을 만나고, 독서토론을 하면서 생각하는 힘뿐만 아니라 나의 의견을 전달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어요. 마치 아기가 처음 의사표현을 하듯이 사회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밖으로 표현할 수 있었어요. 서서히 변화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지금 되짚어 보면 남의 생각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된 게 엄청난 변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안채영, 2019년 졸업생)


“다양한 의견을 듣다 보니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법도 자연스레 배울 수 있었어요. 사실 남을 존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생활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의 의견을 고집하곤 했었는데 그런 습관을 고칠 수 있었어요. 굳이 상대방을 설득하지 않고도 나의 생각을 존중받을 수 있는 것이 비경쟁 독서토론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박보경, 2019년 졸업생)


“쉴 틈 없이 바뀌어 가는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함께 읽기와 비경쟁 독서토론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의견들을 접하고 그것들을 존중하며 건강한 생각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혐오가 가득한 이 사회를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권희지, 2019년 졸업생)


토론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아이들. 아이들은 토론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도 크지만, 세상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비법이라 말하는 아이들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은 비경쟁 독서토론이 친구들의 일상과 학교 문화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학생 모두의 입을 열어주고, 전교생을 수다쟁이로 만들었다고도 한다.


“삭막한 고등학교 생활에 즐거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의무감으로 독서토론을 시작하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점차 진정으로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생활기록부 특기·취미 칸에 독서토론을 쓰는 친구들도 있었고, 그것이 거짓이라고 놀리는 친구는 없었어요. 아마 모두가 그 즐거움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특별하게 독서토론 행사가 없더라도, 독서토론은 습관이 되었어요. 함께 책을 읽었다면, 혹은 하나의 시를 읽었더라도 우리는 너무나도 할 이야기가 많았지요. 마치 전교생이 수다쟁이가 된 것 같았어요. 아마 이러한 모든 일들이 독서토론으로 말미암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선아, 2019년 졸업생)


“독서토론을 하면서 생긴 습관이 아직도 친구들 사이에 따라다녀요. 친구들끼리 모여서 어떤 하나의 주제가 던져지면 바로 토론 시작인 거예요. 그래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다른 친구의 의견을 듣기 바쁘죠. 어느새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었어요. 두 분 선생님이 안 계셔도 도서관은 항상 학생들로 붐비고, 독서 행사를 열었다 하면 너도 나도 참여해요. 대학에 가서도, 국어 교사라는 꿈을 이뤄도 독서토론은 언제나 계속할 것이고, 가능하다면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네요. 제 미래를 함께 그려준 독서토론을 말이에요.” (안예원, 2019년 졸업생)


2018년에 학교를 졸업한 하영이의 말에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었다. 하영이는 다양한 생각들이 어우러지면서 새로운 생각이 만들어지는 시간을 직접 경험했다. 교사가 ‘독서토론=놀이’라고 직접 가르치지는 않았지만 하영이는 경험을 통해서 독서토론이 입시라는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고 즐길 수 있는 놀이임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독서토론은 자칫 꺼려질 수 있는 대화를 일상 속에 스며들게 해주었어요. 노동법, 소수자 인권 등과 같은 이야기들은 우리의 현실과 아주 밀접하지만 어렵고 껄끄러운 주제이기 때문에 모두 피하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함께 읽기와 비경쟁 독서토론을 하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마주 보며 이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이런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독서 활동 시간이 아닌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자유롭게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이러한 대화들이 우리에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모든 친구가 다 저마다 깊은 생각과 기발한 해결책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독서 활동은 선배와 후배, 선생님과 학생의 구분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어찌 보면 유일한 활동이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독서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생각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끊임없이 새로운 생각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즐길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독서와 토론을 단지 스펙 채우기가 아닌 즐거운 놀이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함께 읽기와 비경쟁 독서토론! 이제껏 독서와 토론을 하며 느꼈던 무거운 짐들을 벗어던지고 함께 즐기는 독서토론을 모두 경험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박하영, 2018년 졸업)


함께 읽었더니 이런 일이 생겼다. 전교생이 수다쟁이가 되었고, 아무 때나 진지한 대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주고받게 되었다. 독서토론을 하면서 노는 고수들이 되었다. 이 아이들의 삶도 그러하지 않을까. 서로 다른 생각을 버무려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고, 삶을 독서토론 하듯 놀이로 살아내게 되지 않을까.



2019년 6월
 서현숙, 허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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